갑자기 말 더듬는 만 4세 금쪽이, 오은영이 찾은 원인은?
[김종성 기자]
▲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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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얘기로는, 원래 말을 청산유수처럼 잘했던 금쪽이가 약 1달 전쯤 어린이집 하원 시간이 바뀌면서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의아한 표정으로 영상을 지켜보던 정형돈은 '틱'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로 숨을 몰아쉬는 틱도 있는 만큼 충분히 틱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은영은 말을 할 때만 나오는 이상 증세를 틱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아빠와 함께 등원하던 금쪽이는 흥이 나서 '구구단 송'을 불렀는데, 노래할 때는 말을 더듬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오은영은 "노래는 많이 연습이 되어져서" 더듬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원 후, 엄마와 함께 놀이를 하던 금쪽이는 자신 있게 말을 잘 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한번 시작하니 멈출 수 없는지 말더듬 증세가 한동안 계속됐다.
말하는 행위는 호흡, 발성, 발음에 필요한 근육이 동시에 작용하는 것인데, 여기에서 포인트는 '동시에'이다. 다시 말해서 '말더듬'은 '말소리의 조음과 관련된 근육의 불협응'으로 인해 일어나는 증상이다. 말더듬은 단어나 음절에서 발생하는데, 예를 들면 한 글자를 반복하거나 한 단어를 반복하는 식이다. 언어가 발달하는 만 2세에서 6세 사이에 빈번하게 나타난다.
살면서 말더듬을 경험하는 사람은 인구의 5% 정도이고, 지금 말더듬을 겪고 있는 사람은 인구의 1% 정도라고 한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오은영은 말더듬 증세가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일상 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낀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금쪽이의 경우에 말더듬의 모든 증상들이 관찰된다며 "말더듬이 맞"다고 진단했다.
말더듬이 지속되면 2차적인 증상들도 함께 발생하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탈출 행동'을 보이게 된다. 탈출 행동이란 말더듬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을 뜻하는데, 숨을 들이쉰다거나 숨을 헐떡이거나 호흡을 중단하는 것이다. 오은영은 유전적 소인의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심리적인 원인을 잘 찾아봐야 한다면서 어린이집과 가정 등 환경적인 요인을 점검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친구와 키즈카페에 간 금쪽이는 거침없이 말하는 친구와 달리 알 수 없는 소리를 냈다. 혹시 말을 더듬을까 봐 두려운 걸까. 또, '먹자'를 (말하기 편한) '하자'로 바꿔 말하기도 했고,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고 회피하기도 했다. 금쪽이는 자신이 말을 더듬는다는 걸 알고 있는 듯했다. 엄마는 말하기를 누구보다 좋아하던 아이가 말을 두려워하는 상황을 지켜보며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에 처해 있는 건 아니냐고 질문했다. '경쟁적으로 말하는 환경', '스스로 말을 잘한다고 생각함', '평소 질문이 많은 편'에 속하는지 물었는데, 금쪽이는 세 가지에 모두 해당됐다. 36개월에 말을 배운 금쪽이는 말을 잘하는 아이라는 칭찬을 받으며 자랐고, 급하게 말하는 습관도 있었다. 또, 질문이 많아 수시로 묻는 아이였다.
"능력과 요구의 불균형이 있으면 더듬게 돼요." (오은영)
오은영은 두 가지 원인을 찾아냈다. 첫째, 금쪽이는 말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내적인 수정을 거칠 때 말을 더듬었다. 쉽게 말하면, 어려운 단어를 기억에서 꺼내려면 내적 수정을 통해 재구성하여 표현하는데, 이 과정에서 말더듬이 발생하는 것이다. 둘째, 능력과 요구의 불균형 때문이었다. 틀리게 말한 경험이 있는 단어는 또 실수할까 봐 긴장했다. 긴장이 높아지면 말을 더듬게 됐다.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는 '완벽주의' 성향이었다. 금쪽이는 밤에 우유를 마시고 혹시 소변 실수를 할까 걱정했다. 그리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스스로 기저귀를 차겠다고 선언했다. 만 4세의 금쪽이가 야뇨증이 있다고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지만, 문제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한다는 점이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실수를 불안해 하고, 싫어한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말하기가 좀 불편하니?"
"내, 내, 내, 내가 좀 모, 모, 모 모르거든, 말하는 거"
"친구랑 놀 때 가장 불편한 게 뭐야."
"친, 친, 친, 친구들은 말 잘, 잘, 잘 하는데. 나, 나 나, 는 말을.. 더, 더, 더, 더듬어."
금쪽이의 속마음을 듣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혼자 얼마나 답답했을까. 금쪽이는 실수하는 게 제일 싫다고 힘겹게 말을 꺼냈다. 어린 나이에 너무 큰 부담을 갖게 한 건 아닌지 안타까웠다. 금쪽이는 자신이 말을 더듬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말을 하면 사람들 표정이 달라진다며, 그 때문에 생각을 많이 하고 말한다고 털어놓았다. 미안한 마음에 부모는 눈물을 쏟았다.
엄마와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하자, "제, 제, 제, 제가 말을 더, 더, 더, 더듬어서 미, 미, 미, 미안해요"라고 말했고, 이어 엄마 아빠에게 슬퍼하지 말라고 위로를 건네 듣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도움이 절실한 금쪽이를 위한 오은영의 금쪽처방은 '실수해도 괜찮아!'였다. 오은영은 매일 하루에 20분 정도 아이의 말을 경청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금쪽이가 말하는 동안에는 어떤 질문이나 요구도 금지였다. 금쪽이와 마주 앉은 엄마는 금쪽이가 충분히 말을 쏟아낼 수 있도록 기다렸다. 솔루션 2일 차에는 놀이를 통한 말하기 연습에 돌입했다. 가족들은 '달팽이 화법'으로 속도를 늦춰 말하는 연습을 함께 했는데, 말을 천천히 하는 연습을 하자 더듬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다음에는 첫 음절을 길게 늘려 말해 편안한 발성과 자신감을 키워줬다.
여전히 실수를 두려워하는 금쪽이를 위해 엄마 아빠는 실수해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했다. 거실을 비닐로 덮고, 검은색 도화지를 깔았다. 마음껏 실수해도 되도록 판을 깔아준 것이다. 아빠는 실수인 척 도화지 위에 밀가루를 쏟았다. 잠시 얼음이 됐지만, 실수를 포용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과도한 긴장감을 낮췄다. 금쪽이는 실수하니까 더 재밌어지는 것 같다며 홀짝 웃었다.
호흡을 늘리는 연습도 병행했다. '파이프 게임'을 통해 길게 호흡하며 긴장감을 낮췄고, 탁구공을 불어 상대 진영에 골을 넣는 놀이로 호흡을 늘려나갔다. 어린이집에서 발표를 앞둔 금쪽이를 위해 실전 훈련도 진행했다. 엄마와 놀이터로 나간 금쪽이는 심호흡을 하고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조금 말을 더듬기는 했지만 무사히 발표를 마쳤고, 자신감을 충천해 계속해서 연습에 매진했다.
드디어 발표의 날, 금쪽이는 긴장감에 말을 조금 더듬기는 했으나, 그동안의 연습이 도움이 됐는지 심호흡을 하며 차분히 발표를 이어나갔다. 친구들의 질문에도 가뿐히 대답했다. 성공적인 경험은 금쪽이에게 큰 자심감을 줄 것이다. 엄마는 금쪽이가 움츠러드는 모습이 많이 없어지고, 숨기보다 말하려는 의지가 생겼다며 미소를 보였다. 앞으로 금쪽이가 실수에 주늑들지 않고, 활짝 웃으며 살아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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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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