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 모태솔로 특집... 이상한 사람이라는 프리즘 불편
[김종성 기자]
▲ ENA <나는 SOLO> |
ⓒ ENA |
어떤 사람들은 유행어의 타깃이 되기 싫어서 일단 아무나 사귀는 선택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ENA <나는 SOLO> 12기 현숙은 제작진과의 사전 인터뷰에서 '내가 문제가 있나? 그래서 못 사귀나? 사귀면 문제가 없다고 봐주나?'라는 생각에 아무나 만났다고 고백했다. (제작진은 "연애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현숙의 의견을 받아들여 그를 '모태솔로'로 인정했다.)
잠잠해졌던 모태솔로의 화제성은 '연애 리얼리티'와 결합되면서 재가열되는 모양새다. 모태솔로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바로 <나는 SOLO>이다. 제작진은 7기에 모태솔로 옥순을 출연시키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옥순은 남자 출연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최종 선택에서 3표를 받았다. 그 '좋은 기억'은 제작진에게 '모태솔로 특집'을 기획하게끔 했으리라.
하지만 <나는 SOLO>의 '모태솔로 특집'은 시작 전부터 많은 우려를 낳았다. 우선, (첫 번째 특집인) '돌싱 특집'에 비해 설득력이 부족했다. 돌싱 특집의 경우에는 이혼이라는 아픔을 경험한 출연자들을 위해 좀 더 편안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실제로 '돌싱 특집' 출연자들은 서로의 상처에 공감하고 위로를 나눴고, 다른 기수에 비해 훨씬 더 끈끈한 관계를 형성했다.
반면, '모태솔로 특집'은 왜 모태솔로만 한 자리만 모아놓았는지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물론 선해(善解)한다면, 연애 미경험자들의 특수한 상황을 배려하는 동시에 그들의 경쟁력을 위해 같은 조건을 마련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를테면, 레벨을 맞춰 평준화 했다고 할까. 하지만 지난달 21일, 28일 두 번의 방송에서 출연자들을 배려한다는 인상은 받을 수 없었다.
제작진과 MC들(데프콘, 송해나, 이이경)은 '모태솔로'의 순수함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출연자들의 외모가 출중한데 정말 모태솔로가 맞냐며 호들갑을 떨었다. 여기까지는 방송용 리액션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출연자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불필요한 의미를 부여하며, 그들의 행동에 '모태솔로'라는 한 가지 이유를 갖다붙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가령, 남자 출연자들이 여자 출연자의 숙소에 방문할 때 초인종을 누른 것에 대해서도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며 '모태솔로라서 문도 열지 못한다'는 식으로 해석했다. 데프콘은 난생 처음 본다며 제작진이 문을 닫아 놓지 않았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또, 장을 보러 마트로 가는 차 안에서 옆자리를 양보하는 남자 출연자들에게 "모태솔로가 맞아요!"라고 외치며 웃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물론 출연자들이 연애 경험이 없어 이성과 대화를 할 때 어색해 하는 면이 없지 않지만, 이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아버지가 목회자라는 영식은 누구보다 붙임성 있는 성격이었다. 또, 방문시 초인종을 누른 건 '예의'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며, 여자 출연자도 똑같이 초인종을 눌렀던 걸 보면 이상한 행동이라 보기 어렵다. 옆자리 양보는 다른 기수들에서도 여러 차례 목격됐던 상황이다.
오히려 '모태솔로 특집'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출연자들의 모든 말과 행동이 모태솔로라는 프리즘을 통과하게 된 것이다. 데프콘 말로는 '존중'한다고 했지만, 영상을 보면서 시종일관 웃음을 터뜨렸다. 심지어 눈물까지 흘리며 휴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또, 출연자들이 단체미팅을 하듯 성별을 나눠 마주 앉자 아예 박장대소했다. 그렇게까지 리액션을 해야 할 상황이었을까.
'모태솔로 특집'은 의문스럽다. 과연 출연자들을 위한 기획이었을까. 출연자들을 배려한 선택이었을까. '모태솔로 특집'은 출연자의 다양한 캐릭터 중에서 '모태솔로'만을 강조하고, 그들을 단일한 이미지로 추출해 희화화했다. 또, 좌충우돌하는 그들의 모습을 마치 '개그 프로그램'처럼 즐기게 했다. '모태솔로 특집'은 출연자들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시청자들을 위한 것에 가까웠다.
TVING <환승연애>의 성공 요인에 대해 여러가지 설명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제작진과 MC들의 진정성을 빼놓을 수 없다. 장면 하나하나마다 출연자를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이 담겨 있었고, 코멘트 하나하나마다 출연자에 대한 배려와 응원이 녹아있었다. 반면, <나는 SOLO>는 출연자들이 이미 여러 차례 '악마의 편집'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는 등 논란에 휩싸인 전력이 있다.
지금, 한없이 가볍기만 한 <나는 SOLO>에게 필요한 건 '초심'일 것이다. 그리고 기억해야 한다. 0%대 시청률에 허덕이던 <나는 SOLO>를 연애 리얼리티의 대표주자로 만든 건, 결국 연애를 간절히 원했던 출연자들의 진정성이었다는 걸 말이다. 그 절절한 진심을 방송이라는 이름으로 배신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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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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