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히든캐스트(114)] ‘브로드웨이 42번가’ 제진빈 “제2의 페기 소여 꿈꿔요”

박정선 2023. 1. 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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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델' 역으로 뮤지컬 데뷔
1월1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2월부터 부산·고양·창원·대구 등 투어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CJ ENM

“넌 내가 무대 위에 세워놓은 다른 40개의 먼지 중 하나에 불과해”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 먼지들이 한데 모여 생동감 넘치고 아름다운 무대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잖아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줄리안 마쉬와 페기 소여의 대화다. 이들이 말하는 ‘40개의 먼지’는 ‘앙상블’을 의미한다. 이 작품은 유독 앙상블이 돋보인다. 공연을 본 관객들은 입을 모아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은 앙상블’이라고 극찬을 쏟아낸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장면들은 아름다움을 넘어서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래서 앙상블 배우들에게, 특히 갓 데뷔한 신인 뮤지컬 배우들에게 이 작품의 출연은 더 의미가 깊을 수밖에 없다. 코러스걸이었던 페기 소여가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르는 극중 극 ‘프리티 레이디’처럼, 이 작품에 참여하는 앙상블 배우들은 ‘제2의 페기 소여’를 꿈꾼다. 이 작품으로 뮤지컬 배우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된 제진빈 역시 그 중 한 명이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는 어떻게 함께 하게 됐나요?


지난해 초에 오디션 공고가 떠서 간절한 마음으로 지원했던 기억이 나요. 경력이 없었고, 코로나가 심했던 때라 서류탈락이 제 일상이었거든요. 하하. 그런데 처음으로 서류합격 문자를 보고 방방 뛰었던 기억이 있어요. 오디션장에 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했어요. 또 어렵게 찾아온 첫 기회라 정말 긴장도 많이 했는데, 감사하게도 최종 오디션까지 합격하게 되었어요. 오디션 결과가 예상보다 늦어져 떨어졌다고 생각했다가 레슨이 끝나고 집으로 가던 중 전화로 합격 소식을 듣고 길거리에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데뷔작이 ‘브로드웨이 42번가’가 된 셈인데요. 의미가 클 것 같아요.


처음 작품에 들어갔을 때 많은 분들께서 “’브로드웨이 42번가‘가 데뷔작인건 정말 행운이다”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요즘 더더욱 그 의미가 무엇인지 실감하고 있어요. 첫 작품이라서 제게 의미가 남다른 것도 있지만, 작품 분위기가 밝고 희망차다 보니 팀 분위기도 밝고, 공연을 하면서도 작품 속에서 웃음과 위로를 얻을 때도 많아요. 또 함께하는 앙상블 언니, 오빠들과 선배님들이 정말 좋은 분들이셔서 즐거운 추억도 많이 쌓였고요. 공연 첫 주에는 벌써 연습이 끝나고 공연이 올라갔다는 게 믿기지 않고 아쉬웠는데, 벌써 서울 막공이 다가오니 한 회 한 회 더 소중히 공연에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데뷔 전의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원래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나요?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가지게 된 건 중학교 1학년 때였어요. 부모님께서 뮤지컬을 좋아하셔서 어렸을 때 뮤지컬이라는 단어도 잘 모른 채로 공연을 보러 다녔는데, 그 영향으로 노래와 춤을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그 때는 이 이외에도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서 꿈을 이쪽으로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중학교 1학년 음악시간 때 ‘오페라의 유령‘ 영화를 봤는데, 새벽까지 유튜브로 뮤지컬 영상을 찾아보며 ’난 뮤지컬 배우가 되어야겠다‘라고 다짐을 했어요. 부모님께 예술 고등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었는데 만약 합격을 한다면 믿고 지원해주지만 떨어진다면 공부를 하라고 말씀하셨죠. 하지만 감사하게도 계원예술고등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게 되어 꿈을 키워나갈 수 있었어요.


-꿈을 좇는 동안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은 없었나요?


처음으로 꿈이 흔들렸던 순간은 입시 때였어요. 지금 돌아보면 입시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 당시엔 정말 인생의 전부처럼 느꼈던 것 같아요. 입시를 하면서 남들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다 보니 제 자신이 점점 작아지더라고요. 수시에 떨어지고 연기가 나랑 맞지 않는 길인가 처음으로 고민했던 것 같아요. 정시에선 다른 길로 가볼까 생각도 했고요.


며칠 동안 스스로에게 투정을 부리다 입시가 하기 싫은 것인지 배우가 하기 싫은 것인지 솔직하게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때 저희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항상 해주셨던 말씀이 생각나더라고요. ‘반짝 스타가 되려고 하지 말고 오래 연기하는 예술가가 되어라‘라는 말이었어요. 원래 제 꿈은 무대에서 오래 연기하는 배우였는데, 어느 순간 입시에만 치중해서 배우보다는 멋진 대학생을 꿈꾸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이후로 입시는 그저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을 고치고 다시 박차를 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선 ‘에델’ 캐릭터를 맡게 됐죠.


‘에델’은 명랑하고 수다스럽지만 순수한 면도 있는 캐릭터에요. ‘다이앤’을 따라 오디션장에 와서, 뮤지컬 ‘프리티 레이디’에 참여하게 되는 배우죠. ‘다이앤’과의 관계성에서 그 성격이 잘 드러나는데요, ‘에델’은 예쁘고 당당하며 부자인 ‘다이앤’을 동경하고 좋아해요. 가장 친한 친구가 되고 싶어 하죠. 극 중에서도 ‘다이앤’ 옆자리를 항상 지키는데요, ‘다이앤’의 바지 색깔과 똑같은 빨간 리본을 매고 있는 캐릭터가 바로 ‘에델’이에요!


-캐릭터를 위해 어떤 준비들을 하셨나요? 참고한 인물이 있나요?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방법’과 ‘클루리스’ 등 하이틴 영화에서 어떤 인물들이 있는지 참고했었어요. 제가 하이틴 장르 마니아라서, 좋아하는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연기를 준비하는 게 정말 즐겁더라고요. 또 학창시절에 ‘에델’과 비슷한 내적 경험을 해본 적이 있어서 더욱 캐릭터에 공감이 갔던 것 같아요(웃음).


-관객들에게 ‘에델’의 매력을 어필해보자면?


‘에델’은 얄미운 캐릭터로 보이면서도, 미완성된 당당함과 순수한 애정이 매력인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퀸카와 오른팔의 우정은 질투나 부러움이 기저에 깔렸는지, 동경과 애정이 있는 건지에 따라 관계가 달라진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에델’과 ‘다이앤’의 관계성에서 제가 초점을 맞춘 것은 순수하게 그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다이앤’과 ‘애니’의 말다툼이 일어났을 때, 오디션장이라는 것을 잊고 행동하다가 싸움이 커지기도 하지만요. 오프닝 장면뿐만 아니라 다른 장면들에서도 그 관계의 디테일을 보는 소소한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하.


또 저는 ‘에델’이라는 캐릭터가 작품 내에서 성장을 한다는 점도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프리티 레이디’에 찾아온 위기를 해결하려고 다함께 합심하는 순간이 바로 그 지점이에요. 그 장면이 지나면 ‘다이앤’에게만 향했던 애정이 ‘다이앤’뿐만이 아닌 단원들 모두에게로 향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1막에서는 ‘다이앤’만 따라다니다가도 2막에서는 다른 단원들에게 때론 의지하며 함께 어울리기도 하고, ‘페기’에게도 진심을 담은 응원을 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저 뿐만 아니라 작품 내에서 모든 앙상블들 사이의 관계나 각자의 캐릭터가 정말 다양해요. 관객분들이 그런 부분도 자세히 보신다면 더욱 즐겁고 다채로운 공연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CJ ENM

-‘에델’ 외에 또 어떤 캐릭터를 맡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공연을 준비하는 배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극 중 뮤지컬 ‘프리티 레이디’에서 배우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게 되는데요, 거울의 반사를 이용해서 턴테이블에 누워 춤을 추거나, 퍼레이드 드레스를 입고 워킹을 하고, 돈을 상징하는 황금색 옷을 입고 춤을 추기도 해요. 특히 ‘페기’가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해군, 시골처녀, 뉴스보이 등 정말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데요, 그 장면에서 저는 갱스터의 연인이자 여자 갱스터인 ‘건몰’을 맡고 있습니다.


-배우들의 호흡도 궁금해요. 앙상블의 군무가 많다보니, 호흡을 맞추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아요.


여러 명의 탭소리가 하나의 소리로 들려야하기 때문에 더 일찍 와서 연습하고 더 늦게까지 연습하는 열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공연을 준비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배우들끼리도 끈끈한 전우애가 흐르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하.


-작품에 참여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화가 있다면?


첫 공연 날, 데뷔기념 서프라이즈 케이크를 받았던 일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공연이 끝나고 안무감독님 코멘트가 있다고 들어서 앙상블 모두가 분장실에 모였는데 분위기가 약간 삭막하고 심지어 한 분이 안 오신 거예요. 처음에는 깜짝 카메라인가 싶다가 데뷔 축하는 공연 전에 충분히 받았고 점점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직 안 온 오빠를 찾으러 나가니 진짜 분위기가 안 좋은 거구나 생각했어요. 그러다 갑자기 불이 꺼지고 케이크와 함께 축하노래를 불러주셔서 데뷔한 네 명이 함께 울면서 초를 불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첫 작품인 만큼, 힘들었던 점도 있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저만의 체력관리법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공연 컨디션을 잘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이 있었는데, 공연을 하면서 영양제도 잘 챙겨 먹고, 저한테 맞는 휴식 방법과 하루 루틴을 찾다 보니 이젠 컨디션을 유지하는 요령이 어느 정도 생긴 것 같아요.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가장 애정하는 장면(혹은 넘버)가 있다면?


제가 애정하는 넘버는 ‘shuffle of the buffalo’인데요, ‘버트’와 ‘애니’가 신혼여행을 가는 장면이에요. 여자 앙상블들은 두 명씩 짝을 짓고 기차에 타서 노래를 부르는데, 넘버 중간에 ‘버트’ 선배님이 기차의 다른 칸 커튼을 열어 보시다가 저희 칸에 들어오시게 돼요. ‘버트’ 선배님이 저희 칸 커튼을 딱 여는 순간, 파트너인 차연 언니랑 매 공연마다 새로운 애드리브로 인사를 하는데, 이 순간이 너무 재밌어요. 창작의 고통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차연 언니랑 개그코드가 잘 맞아서 더 재밌고요. 또 ‘버트’ 역의 김호 선배님과 임기홍 선배님이 기차 안에서 웃음이 터지시면 은근히 뿌듯하기도 해요.


-앙상블 배우들에게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기적의 무대로 불리기도 하죠. 앙상블이었다가 ‘페기 소여’ 역을 맡게 된 유낙원 배우의 사례도 있고요.


앙상블에서 ‘페기 소여’로 무대에 서게 된다는 건 정말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는 일인 것 같아요. 모든 배우들이 한번쯤은 꿈꿔보았을 상황이니까요. 일단 지금 저에게는 무대에 서있다는 것 자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페기 소여’라면 심장이 터져버릴지도 몰라요. 하하.


-다음 시즌 ‘42번가’에 출연한다면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으신가요


다음 시즌에 작품에 참여한다면 에델을 한 번 더 해보고 싶어요. 서울 공연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지방공연만을 앞둔 이 시점에서 캐릭터와 이별하기가 아쉽기도 하고, 다음 시즌에는 무대에서 더 여유를 가지고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거든요.


-서울 공연이 곧 마무리되는데요. 이 작품을 통해 배운 점, 느낀 점들이 있을까요?


저희 공연에서는 꿈에 관련된 가사와 대사가 많이 나와요. ‘나에게 쏟아질 박수갈채, 춤추는 거야’라는 가사처럼, 공연을 하면서 제가 어렸을 적에 뮤지컬 배우가 된 제 모습을 상상하며 두근거렸던 마음을 다시금 기억하게 되는 것 같아요. 꿈꾸는 마음이 소중하다는 것도 느꼈고요.


-향후 꼭 출연하고 싶은 작품, 맡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좋아하는 작품이 많아서 하나를 정하긴 어렵지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작품은 ‘위키드’에요. 공연을 보러 가면 정말 판타지 동화 속에 들어간 기분이 들어서 좋아해요. 또 ‘위키드’ 덕분에 ‘오즈의 마법사’ 영화도 좋아하게 되고 오즈 세계관의 오묘한 매력에 빠졌거든요. 저는 그 중에서도 ‘엘파바’가 해보고 싶은데요, ‘엘파바’의 희망, 사랑, 분노, 다양한 감정이 인간적으로 다가와서 마음이 가는 캐릭터에요. 시원시원한 노래도 취향을 저격하고요. 또 공중에 떠서 불러보는 노래는 어떨까 궁금하기도 해요. 하하.


-롤모델도 있나요?


전미도 배우님을 좋아합니다. 뮤지컬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맡으셨는데, 어떤 배역이든 소화하는 다채로운 배우라는 점이 닮고 싶어요. 뮤지컬과 매체의 경계를 허무는 연기력도 항상 감탄을 자아내고요. 언젠가 꼭 같은 무대에 서고 싶어요.


-현재 제진빈 배우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저희 공연에는 달라붙는 의상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공연 기간 동안 식욕의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는 것? 하하. 안무가 많아서 관리가 엄청 어렵지는 않지만, 그래도 연습기간 때보다는 자기관리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역시 다이어트는 제 삶에서 뗄레야 뗄 수가 없네요. 하하.


-배우로서 꼭 지켜나가고 싶은 신념이 있나요? 또 최종 목표도 들려주세요.


앞으로 배우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습을 하고, 당당한 마음가짐으로 공연을 하는 것이에요. 최종 목표라면, 유명한 뮤지컬 넘버들을 찾았을 때 제 버전이 하나씩 뜰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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