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건강]첨단산업 핵심 소재? 조용한 암살자? '인듐'의 두 얼굴

이춘희 2023. 1.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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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듐은 전자제품 액정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의 제조에 쓰이는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다.

하지만 최근 몇 해 동안 인듐을 취급하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간질성 폐 질환을 호소하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연이어 보고되면서 인듐에 의한 건강장해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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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산업 종사자, 정기적 검진 받아야
2021년부터 '특수건강검진' 제도 도입
인듐 이미지 (사진=GC녹십자의료재단 제공)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인듐은 전자제품 액정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의 제조에 쓰이는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다. 하지만 최근 몇 해 동안 인듐을 취급하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간질성 폐 질환을 호소하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연이어 보고되면서 인듐에 의한 건강장해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인듐은 은백색 광택을 띠는 희귀금속 원소로 상온에서 안정된 고체 중 가장 물러 때문에 칼로 자를 수 있고 문지르면 마찰 면에 달라붙는 특성이 있다. 전체 인듐 수요 중 87% 이상은 인듐주석산화물(ITO) 및 인듐 아연 산화물(IZO) 관련 산업에 쓰인다. ITO와 IZO는 전도성이 좋고 가시광선의 투과성도 뛰어나 태양전지, 평판 디스플레이,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산업에서 주요 소재로 사용된다. 투명 전도성 산화막 소재의 제조나 재활용, 관련 소재를 사용하는 각종 디스플레이 산업 노동자라면 직·간접적으로 인듐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안전보건공단은 9천명 이상의 한국 노동자가 인듐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인듐은 일반적으로 생물학적 역할을 하지 않지만 일부 인듐 화합물은 인체 내에서 독성을 나타낸다. 녹는점이 낮아 여러 차례 정제 작업을 거치면서 가루 형태로 바뀌는데 호흡기로 인체에 흡입될 경우 여러 가지 건강장해를 유발할 수 있다. 1998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보고된 인듐 직업병 사례에서는 20대 남성 노동자가 4년간 ITO 타깃의 표면을 연마하는 공정에서 분진에 노출된 후 마른기침과 숨이 차는 증상을 호소하며 결국 폐 질환으로 사망했다. 폐포 성분 분석에서 인듐과 주석이 검출됐고 이후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인듐 화합물에 노출돼 기흉, 간질성 폐 질환(인듐 폐), 폐 섬유화와 같은 폐 질환에 걸린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2017년 국내에서도 인듐으로 인한 간질성 폐 질환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됐다.

인듐 취급 산업 종사자라면 2021년 1월부터 시행된 특수건강검진을 꼭 받아야 하는 이유다. 특수건강검진은 사업장에서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노동자에게 발생하는 직업성 질환을 조기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목적으로 시행되는 건강검진이다. 인듐 특수건강검진은 혈청 인듐 농도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검사다.

과거 인듐의 생물학적 노출평가를 위한 시료로는 혈장, 혈청, 전혈, 소변 등이 연구돼 왔다. 하지만 전혈은 변이가 심하고, 소변은 인듐 농도가 낮아 지표로 효용성이 떨어졌다. 이에 간섭물질이 적은 혈청이 검사 지표로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고 있다. 인듐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기존 중금속보다 10분의 1 이하 농도를 검출해야 해 중금속 검사에 주로 사용되던 ‘흑연로 원자흡광광도계(AAS)’로는 정확한 분석이 어렵고 첨단 ‘유도결합 플라스마 질량분석기(ICP-MS)'를 이용한 검사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이준형 GC녹십자의료재단 진단의학과 전문의는 “인듐과 관련된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연 1회 이상 인듐 특수건강진단을 필수로 받아야 한다”며 “인듐 취급 업무를 중단한 후에도 혈청 인듐 수치가 높게 나타나거나 뒤늦게 인듐 관련 직업병을 진단받는 경우가 있는 만큼 인듐 노출이 중단된 후에도 해당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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