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도 잡는다는데…서울 누빈 北무인기 격추 실패 이유 [이철재의 밀담]
북한 소형 무인기 5대가 한국을 뒤집어 놓았다. 5시간 넘게 서울의 한강 이북을 비롯한 영공을 휘젓고 다녔는데도, 군 당국이 5대 모두 격추하는 데 실패했다. 이 중 4대는 행방을 놓쳤다. 작전 실패에 대한 비난이 군으로 쏟아지고 있다.
무인기,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독수리가 하늘에서 무인기를 낚아채
무인항공기(UAV)를 보통 드론이라고 부른다. 드론(drone)은 영어로 수펄을 뜻한다. 영국이 1935년 훈련기인 타이거 모스를 대공사격 훈련용 표적기로 개조한 DH.82 퀸비를 실전배치했다. 여왕벌이라는 뜻의 퀸비(Queen Bee)는 무선으로 조정했다.
미국이 영국의 퀸비를 따라 무인기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선 무인기를 드론이라고 부르게 됐다.
무인기에 대응하는 무기 체계가 카운터 드론은 크게 탐지와 요격으로 이뤄졌다. 탐지는 발견→식별→추적으로 나눌 수 있다.
무인기를 탐지하는 수단으론 레이더가 있다. 이 밖에도 지상의 조종사와 공중의 무인기가 서로 주고받는 주파수로 탐지할 수 있다. 무인기의 비행음을 채집해 위치를 찾는 특수 마이크도 있다. 특수 카메라로 무인기를 발견할 수도 있다.
무인기는 그물을 던져 잡거나 총, 미사일로 떨굴 수 있다. 최근에는 레이저가 무인기 요격 체계로 주목받고 있다. 유탄의 피해가 없기 때문이다. 26일 가까운 거리에서 북한 소형 무인기의 사진을 찍은 KA-1 경공격기(전술통제기) 조종사는 “주변에 민가가 많아 정말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레이저라면 이 같은 고민이 필요 없게 된다. 무인기의 전자부품을 태워버리는 고출력마이크로파(HPM) 대응 체계도 있다.
또 먼 거리서 조종하는 무인기의 경우 주파수를 교란한다. 이미 지정한 경로를 따라 날아가는 무인기는 GPS 도용 장치를 써 추락을 유도한다.
맹금류(독수리)로 무인기를 사냥하는 방법도 있다. 네덜란드의 가드프롬어보브는 드론을 사냥하도록 훈련받은 독수리를 보내주는 회사다. 그러나 독수리가 멸종위기의 보호종이며, 독수리와 같은 조류가 항공기 엔진에 빨려 들어가 추락을 일으키기도 하는 게 단점이다.
“작고, 모터로 움직여 찾기 어려웠다”
이처럼 탐지ㆍ요격 장비가 많이 나와 있지만, 무인기, 특히 소형 무인기 격추는 쉽지 않다. 26일 북한 소형 무인기는 크기(날개 너비 2m)가 작은 데다, 저공(고도 3㎞)ㆍ저속(시속 100㎞)으로 비행하며, 하늘색으로 칠해져 조준은커녕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레이더로 잡기도 힘들다. 26일과 비슷한 크기의 북한 무인기가 침투했던 2014년 군 당국은 “북한의 소형 무인기를 탐지하려면 0.01㎡ 크기를 식별할 수 있는 레이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0.01㎡는 보통 새의 레이더 반사 면적이다.
정부 소식통은 “2014, 2017년과 달리 이번 북한 소형기는 휘발유 엔진이 아니라 배터리 모터로 날았다”고 귀띔했다. 모터는 온도가 낮아 적외선도 덜 나간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강신철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송구하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장비와 훈련 부족, 대민 피해를 이유로 내세웠다.
그런데 육군과 공군 사이 책임 떠넘기기도 한몫했다는 얘기가 군 안팎에서 들린다. 공군은 속도가 빠른 전투기가 소형 무인기를 대처하기 힘들기 때문에, 육군의 공격헬기가 맡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반면 육군은 전투기가 재빨리 추적할 수 있는데, 공군은 닭(소형 무인기) 잡는데 소 잡는 칼(전투기)을 쓰길 꺼린다고 보고 있다.
육군과 공군의 무인기 탐지ㆍ요격 자산을 합동ㆍ통합 운용할 수 있도록, 군 당국이 더 노력해야 할 이유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소형 무인기는 군의 대응만으로 한계가 있고, 경찰이나 지방자치단체도 힘을 합쳐야만 한다. 앞으로 북한 소형 무인기에 대응하는 통합방위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날아다니는 북한 무인기를 레이저로 격추
군 당국은 29일 북한 무인기 대응 합동방공훈련을 벌였다. 육군의 AH-64ㆍAH-1 공격헬기, 500MD 헬기, 20㎜ 벌컨포, K31 천마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과 공군의 KA-1이 동원됐다.
이날 대민 피해를 우려해 실사격 훈련은 하지 않았다. 다만 500MD 탑승원이 드론건으로 무인기를 요격하는 절차를 선보였다.
드론건은 사람이 들고 다니는 재머(전파방해장비)다. 국내 업체가 만든 이 드론건은 육군이 전력화한 무기는 아니다. 시험평가를 하기 위해 잠시 쓰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정식으로 배치된 드론건도 있다. 육군 특수전사령부나 경찰특공대는 소형 무인기 테러를 막기 위해 드론건을 이미 들여왔다. 이들 외 국가 주요 시설에서 드론건을 갖추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북한 소형 무인기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것을 처음 발견한 건 육군의 국지방공레이더 TPS-880K다. 이 레이더는 야전에서 저고도 공중공격ㆍ침투 항적을 탐지하는데, 소형 무인기까지 잡아낼 수 있다. 엔진 이상으로 추락한 무인기를 뒤늦게 발견한 2014, 2017년과 달리 군 당국이 26일엔 경계에 실패하지 않은 비결이다.
국가 주요 시설엔 이스라엘제 레이더인 RPS-42가 배치됐다.
정부와 군 당국은 이정도론 모자르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28일 발표한 ‘2023~2027 국방중기계획’엔 앞으로 5년간 북한 무인기 대응 전력에 5600억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북한 무인기 대응 전력은 크게 4가지다. 우선, 현재 7대인 TPS-880K를 더 늘린다. 그러나, 배치 숫자에 대해선 군 당국은 입을 다물었다.
또 소프트킬 무인기 대응 체계와 하드킬 무인기 대응 체계를 개발하기로 했다. 소프트킬은 전파방해로 조종을 방해하거나 GPS를 교란해 드론을 요격하는 방식이다. 2026년에 체계개발을 끝내는 게 목표다.
하드킬 무인기 대응 체계는 레이저 대공 무기다. 고정용인 블록-Ⅰ(20㎾급)은 2026년까지 개발을 끝낼 예정이다. 트럭에 실고 다니는 이동용 블록-Ⅱ는 출력을 30㎾로 늘릴 계획이다.
ADD는 지난 2020년 20㎾급 레이저로 1㎞ 밖의 철판 유도탄 모형을 꿰뚫는 시연을 선보였다. 이 레이저 무기는 원전 등 국가 중요 시설에서 시범 운용을 거쳤고, 이미 실전배치 중이라고 한다.
군 당국은 소프트킬ㆍ하드킬 무인기 대응 체계가 나오는 2026년까지 갭필러(공백을 메우는 무기)로 휴대용 소형무인기 대응체계를 신속시범획득사업으로 도입한다.
북한 후방을 은밀히 정찰할 스텔스 무인기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에서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을 감시ㆍ정찰할 드론부대 창설을 계획하고 있었다. 드론부대 설치를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합참은 “드론부대는 기존 (지상작전사령부) 드론봇 전투단과는 차원이 다른 전략·작전적 수준에서 과학기술의 발전 추세, 전쟁 양상 등을 반영하여 창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참의 보충 설명은 육군이 이미 드롯봇 전투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에 윤 대통령이 지시한 드론부대는 별개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다. 육군은 지작사 예하에 2018년 9월 드론봇 전투단을 창설했다. 지난해 9월엔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시범운용 중이거나 배치를 끝낸 다양한 드론봇(드론+로봇)을 공개했다.
2023~2027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드론봇 전투단은 현재 2개 대대(4개 중대) 규모로 앞으로 매년 3개 중대씩 늘어난다.
한국은 더 많은 무인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고도 무인기, 지작사 무인기, 군단급 무인기, 사단급 수직이착륙 무인기, 해상작전용 무인기, 방공망제압 무인기, 원거리 정밀타격 무인기, 무인전투기(UCAV) 등이 개발 중이다.
특히 국산 전투기인 KF-21 보라매와 함께 작전하는 유무인복합체계(MUM-T)로 연구 중인 스텔스 무인전투기는 선두에서 정찰하고, 적 방공망을 제압하는 임무를 맡을 전망이다. 더 나아가 적 전투기와 교전하고, 적 시설을 타격까지도 할 수 있는 스텔스 무인기도 연구 목록에 올라가 있다.
이들 첨단 무인기 전력을 통틀어 운용하는 드론부대를 윤 대통령이 가리켰다고 보면 된다. 윤 대통령은 29일 ADD를 찾아 첨단 무인기 연구 현황을 점검했다.
항공산업 전문지인 에비에이션위크의 한국통신원 김민석씨는 “무인기에 대한 연구ㆍ투자도 중요하지만, 아직도 각 군은 교리ㆍ훈련ㆍ정비 등 무인기 운용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 게다가 육ㆍ해ㆍ공군이 제각각 무인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전체 사업을 조율하고, 총괄하면서, 운용과 작전까지 담당하는 체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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