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경찰서 의심 중식당 대표 "美 시나리오 조종, 우린 적법"
중국 ‘비밀경찰서’의 거점으로 지목된 국내 중식당의 대표가 31일 “정식 계약을 맺고 적법하게 운영됐다”고 해명했다. 또 해당 의혹이 불거진 데 대해선 “미국이 조종한 것”이라며 “반중 정서를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식당 ‘동방명주’ 대표 왕하이쥔(王海軍·44)씨는 이날 오후 이 식당에서 ‘비밀경찰서 진상규명 설명회’를 열고 “동방명주는 중국 음식 문화를 한국에 알리고, 관련 사업을 하기 위해 설립된 정상적인 식당”이라며 해당 업체 등이 정식 계약을 맺고 적법하게 운영됐다고 주장했다.
서울 송파구 소재 중식당 ‘동방명주’는 중국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비밀 경찰서의 국내 거점으로 지목된 곳이다. 앞서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중국이 한국을 포함한 세계 53개 국가에서 반체제 인사들을 관리하기 위한 비밀 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지난 23일 주한 중국대사관은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왕 대표는 “동방명주를 설립한 후 중국 정부에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먼저 신청을 해, 중국 국무원이 허가한 최초의 ‘해외 중식 번영 기지’가 됐다”며 “이를 통해 지원이 이뤄져 해외 연수, 다양한 문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왕 대표는 중국 정부의 지원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영사관을 통한 자금 지원설은 부인했다. 그는 “한국에서 오해하는 것처럼 ‘중국 정부의 자금 지원’이 아닌 해외 연수, 요리사 파견이나 관리 도움, 기술 지원 등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지난 29일 첫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동방명주 실질 지배인이자 서울 화조센터(OCSC) 주임, HG문화미디어 대표, 한화(韓華) 중국 평화통일 촉진 연합총회 주임 등으로 소개했던 왕 대표는 비밀경찰서와의 연결고리라는 의혹이 제기됐던 OCSC에 대해 “질병 등 돌발적 상황으로 (한국에서) 사망하거나 다친 중국인이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단체”라고 일축했다.
왕 대표는 “반중 인사를 강제 연행한다는 의혹과는 달리 학생들의 학비 마련, 장례 절차 지원과 귀국 도움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강서경찰서에서 먼저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면서도 어떤 기준으로 질병 등을 이유로 국내 거주 중국인들을 본국에 송환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해명하진 않았다. 왕 대표에 따르면 송환된 중국인만 10여명 정도로 이후 거취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없었다.
또 법무부와 경찰청 직원들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었던 서울화조센터의 일일 영사관 행사에 대해선 “한국의 법원과 경찰청 등과 연계해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행사”라며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3년 동안 개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서울화조센터가 실질적으로 영사 업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영사관의 활동을 연계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할 뿐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중국 교민이 한국 사회에 좀 더 빨리 적응하기 위해 돕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왕 대표는 ‘새해부터 중식당 영업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 비밀경찰 논란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식당이 한강 위에 떠 있는 수상 구조로, 식당이 들어선 선박 안전 문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박이 수리되는 동안 서울 중구 명동성당 인근에 새로운 식당을 열고 운영할 계획”이라며 “동방명주 사무실은 현 소재지 건물 2층에 그대로 둘 예정”이라고 알렸다.
아울러 자신이 대표로 있는 HG문화미디어가 국내 첩보를 입수해 중국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의혹에 대해선 “한강의 영문 이니셜을 따 설립한 매체”라며 “CCTV 등에 영상을 제공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왕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과 관련된 기사들을 열거하며 ‘비밀경찰 시나리오’의 배후로 미국을 꼽기도 했다. 그는 “지금 미국이 조종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궁극적인 목적은 한국 언론을 통제하는 것이다. 반중 정서를 유도하고 있으며 최종 목적은 친중 역량을 무너뜨리고 한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과 한국이 그동안 쌓아온 우정을 갈라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왕 대표는 “중국 비밀경찰서 이슈가 지금의 한국에선 큰 주목을 받지만 2년 정도 해외에선 계속 이슈였다”며 “스페인에서 먼저 의혹을 제기했고, 영국, 미국, 프랑스, 곧이어 10몇개 국가가 의혹 제시했는데 대부분 친미 국가들이다. 반중정서가 매우 강하고 중국과 우호적이지 않고 제3세계도 배척(한 국가들)”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래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배후로) 완벽하게 미국 혼자다라는 게 아니라 친미 세력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 대표는 또 “한국 국민이 허수아비 되지 않길 바란다”며 “정의로운 사람이 나서서 진상 규명해달라”고 촉구했다.
한지혜·김홍범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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