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마을 차차차→천원짜리 변호사' 버텨온 공민정의 꿈만 같은 순간들 [엑's 인터뷰]

황수연 기자 2022. 12. 3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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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배우를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어요."

지난해 tvN '갯마을 차차차'에서 신민아의 절친이자 사랑스러운 매력의 치위생사 표예진 역으로 얼굴을 알린 공민정은 지난 9월 '작은 아씨들'에서는 표독스러운 기자 장마리로 강렬한 연기 변신을 선보였다. 

하반기 많은 사랑을 받은 SBS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에서는 천지훈(남궁민 분), 서민혁(최대훈)의 오랜 동료이자, 백마리(김지은)가 고민을 털어놓고 의지하는 든든한 선배인 검사 나예진 역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분주하게 촬영장을 오가며 열일한 공민정은 2022년을 '꿈만 같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매체 연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작품을 연달아 할 수 있는 건 제 능력 밖의 일이지 않나. 참 감사한 일이다. '갯마을 차차차'는 감독님, 스태프, 배우분들 모두 가족 같았다. 지금도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으며 지내고 있는 감사한 작품이다. '작은 아씨들'은 미팅 자리에서부터 감독님에게 반했던 기억이 있다. 미팅 자리에서는 개구쟁이 같았던 분이 촬영장에서 카리스마 있게 바뀌시더라. 이상한 희열을 느꼈다. 외로운 캐릭터였지만 제 안의 비열함을 연기할 수 있어 특별했다. '천원짜리 변호사'에서는 시청자들의 사랑도 받고 좋은 인연들을 너무 많이 만났다. 세 작품 모두 이상적이었고 제게는 오래도록 뜻깊게 남을 것 같다."

공민정은 2009년 단편 영화 '구경', 2013년 첫 장편 '누구누 제 명에 죽고 싶다'로 데뷔했다. 독립 영화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스타였지만 얼굴을 알리기까지 무명 배우로서의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야 했다. 공민정은 지난 시간들을 떠올리면 힘들고 슬픈 기억이 먼저 난다고 말했다. 

"20살 때 연영과에 들어갔고 데뷔를 27,8살에 했다. 내가 연기한 시간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보면 합쳐서 겨우 2,3년이 될까 말까다. 나머지는 백수로서 기다리는 시간들이었다. 일하지 않는 시간을 어떻게 버티느냐의 연속이었는데 저는 그 시간을 일하기 위해서 버텼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 나는 배우를 계속할 거니까 그냥 버티는 거고 시간이 필요한 거라고 생각했다."

돈벌이를 위해 오랜 시간 세 평짜리 손만두 집에서 만두를 빋는 아르바이트를 했고 중간중간 오디션을 보면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만두를 빚는 일은 지난해 '갯마을 차차차' 촬영 초반까지 계속했다. 

"가만히 있는 걸 못하는 성격이다. 다만 서비스업은 나한테 맞지 않는구나 진작 깨달았다. 그래서 만둣집에서 일하게 됐는데 정말로 만두 가게에서 만두 빚을 때 가장 행복했다. 노동이 주는 힘을 믿기에 돈도 돈이지만 그 일이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됐던 것 같다. 그만 둘 때도 사장님이 언제든 와서 일해도 된다고 하셨다. 제가 오디션이 있으면 갈 수 있게 배려해 주시고 독립영화를 찍으면 포스터를 붙여놓으셨다. 항상 응원해 주신 고마운 분이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공민정은 무척 힘들었던 지난 시간이지만 연기를 하고자 한 노력의 과정이기에 그 감정 자체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도 털어놨다. 

"과거가 없었으면 오늘이 없다. 지금의 모든 만남과 시간이 내일을 위한 과정이 되지 않겠나. 힘들었던 시간 안에서도 좋은 관계들이 이어져 왔기 때문에 모두 귀한 시간으로 남았다. 제게 일하는 시간은 즐겁고 행복하다. 이제 시작했고 출발선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열심히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

'갯마을 차차차'를 시작할 때가 생각난다.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있었는데 캐스팅 소식을 듣고 너무 놀라고 믿기지 않았다. 중간에 어그러질 수도 있으니까 계약서 쓰기 전까지 들뜨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했다. 감독님과 미팅하는데 제가 표미선을 하면 된다고 하시더라.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실감을 했다. 감사하게도 그 이후로 작품에서 꾸준히 연락도 많이 오고 좋게 이야기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제게는 지금이 너무 행복한 나날들이다."

'놀기에도 사랑하기에도 삶이 너무 짧다'고 생각한다는 공민정은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들이 더 많다고 했다. 

"친구들에게도 늘 '우리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라고 말한다. 건강한 시간 안에서 안 해 본 역할을 다 경험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최근 기자, 검사처럼 사자 직업을 많이 해봤으니 원래 갖고 있는 저의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 또 저와 간극이 큰, 어떤 사건 앞에서 무언가를 계속 찾아가야 하는 역할도 하고 싶다. 아, 그리고 먼 훗날에는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은 소망이 있다. 어떻게 하면 귀여운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고는 한다(웃음). 하와이에서 호떡을 팔아도 좋을 것 같다. 일단 우선 지금은 열심히 일하고 싶다."

사진 = HB엔터테인먼트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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