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8개월 돌아보니, 딱 맞는 사자성어는 '이것'

박성우 2022. 12. 3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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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잘못 지적받으면 고치긴커녕 잘못한 적 없다고 우기는 정부... '지록위마' 떠올라

[박성우 기자]

▲ 국방과학연구소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9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 최근 북한의 무인기 위협에 대한 우리 군의 감시·정찰 요격시스템을 포함한 국내 무기체계 개발 현황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 대통령실
 
매해 연말이 되면 <교수신문>이 전국의 대학교수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뽑는 '올해의 사자성어'가 화제에 오른다. 교수들이 뽑은 2022년의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교수신문>의 '올해의 사자성어'는 흔히 정치권을 향한 조언 혹은 비판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나는 과이불개가 올해 집권한 윤석열 정부를 향한 적절한 조언이나 비판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물론 윤 정부가 올해 들어서만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은 적이 여러 번 있었음은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바로 잘못을 하고도 잘못 자체가 없었다고 당당히 오리발을 내미는 행태에 있다.

윤석열 정부를 가리켜 필자의 한 페이스북 친구는 '지록위마'라고 평했다. 중국 진나라 때 간신 조고가 황제에게 사슴을 두고 말이라고 당당히 거짓을 말한 것에서 유래한 사자성어로, 얼토당토않은 것을 우기면서 남들을 속이려 할 때 쓰이곤 한다. 나는 이 사자성어야말로 윤석열 정부가 처음으로 국정을 맡은 2022년을 마무리하는 사자성어로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

문 정부때 도입한 레이더로 포착해놓고... "훈련 전무했다" 호통친 윤 정부

당장 며칠 전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무인기 침범에 "2017년부터 드론에 대한 대응 노력과 훈련, 전력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고 훈련이 전무했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본인 스스로 4개월 전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서 "더이상 국제 상황이나 '전 정권 잘못' 핑계는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한 것은 차치하자. 문 정부에서 드론 훈련이 없었다는 주장 자체가 거짓에 가까우니 말이다.

지난 2020년 2월, 문재인 정부는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제10차 국가테러대책위원회를 개최하고 관계기관 합동 불법드론 대응훈련, 안티드론 기술 개발 등의 드론 테러 대응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2021년 6월 29일, 서울경찰청과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소방청, 환경청, 한세대학교 등 민·관·군 6개 기관이 참여한 드론 테러 대응 훈련이 실시되었다.

또한 지난 2019년 방위사업청은 드론과 소형 무인기를 격추하기 위한 레이저 대공무기 체계 개발 사업에 착수했고 880억 원의 예산이 투자되었다. 방위사업청은 2021년, 국내 기술로 개발된 드론 대응 체계인 '레이더 연동 안티드론 통합솔루션'을 군에 납품하기까지 했다.

특히 2019년에는 수도방위사령부가 이스라엘로부터 SSR로 불리는 드론테러 방어용 레이더를 수입해 9대를 전력화했다. 이번에 북한 무인기를 포착한 레이더가 바로 이 SSR 레이더였다. 문 정부 시절 도입한 레이더로 무인기를 포착해놓고 문 정부를 비판한 것도 모자라 대통령이 당당하게 "훈련이 전무"했다고 잘못 주장한 셈이다.

전국민 청력 의심케한 '바이든-날리면' 논란, 지록위마의 절정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 관련 보도와 관련해 문화방송을 항의 방문한 지난 9월 28일,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 본사 로비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소속 문화방송, 와이티엔, 서울방송, 한국방송, 국악방송 등 조합원들이 윤석열 정부의 언론탄압을 항의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수많은 비판이 쏟아졌던 소위 '바이든-날리면' 발언 논란은 지록위마의 절정이기도 했다. 언론 보도 이후 12시간이 지난 후 나온 대통령실의 해명은 수많은 언론과 국민의 귀가 잘못됐다는 취지로 읽혔다. 그러나 대통령실 해명대로 미국 의회도, 바이든 대통령도 언급하지 않았다면, 보도가 나오기 전 대통령실이 취재진에게 '외교상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보도 자제를 요청한 까닭은 무엇이었는가.

이처럼 비상식적으로 오래 걸린 해명 시간과 대통령실의 요청, 발언을 한 장소 등 맥락을 고려하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해명이었으나 정부와 여당은 오히려 언론, 특히 MBC를 향해 '가짜뉴스'라고 몰아붙이며 비판할 뿐이었다. 심지어 대통령실의 해명을 통해 윤 대통령이 한국 국회를 향해 욕설을 한 것은 인정했음에도, 형식적인 사과 한마디조차 없었던 건 덤이다.

이때의 앙금이 남아있었던 걸까. 대통령 순방시, 전용기 관련해 MBC 취재진의 탑승을 거부해 윤 정부는 외신기자들과 국제기자협회 등으로부터 수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오히려 정부는 MBC가 악의적 보도를 일삼았다고 10개 이유까지 나열했다. 특히 정부는 MBC가 윤 대통령 발언뿐만 아니라 월성원전 방사능 오염수 유출, 낙동강 수돗물 남세균 검출 등 가짜뉴스 보도를 일삼는다고 비판했다.

월성원전 방사능 오염수 유출 보도가 가짜뉴스라는 주장은 오히려 윤 정부의 가짜뉴스일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이자 1년 반 넘게 월성원전을 조사한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단장인 홍성걸 위원장이 내부회의에서 월성원전에 방사성 물질이 "줄줄 새요, 줄줄"이라고 말한 것이 공개되어, <경향신문> 등에 보도되었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10월, <뉴스타파>는 국내 유일의 원전안전 전문 규제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35년을 근무한 이희택 박사로부터 월성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누출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제보를 받기도 했다('월성 내부고발자 "방사능 오염수 누출, 조직적 은폐 있었다"' 기사 참조).

이 박사는 참여연대로부터 '2022 올해의 공익제보자'로 선정되었다. 이처럼 원안위 조사단장의 인정, 내부고발자의 폭로도 있음에도 윤 정부는 별다른 이유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채 MBC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딱지붙여 매도했던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 5일 오전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지난달 31일 이후 엿새 연속 조문하는 모습. 오른쪽으로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안부 장관.
ⓒ 유성호
 
위와 같은 윤석열 정부의 지록위마와 같은 행태는 자잘한 것까지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윤 정부는 2022년 한 해,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 것을 넘어서 잘못을 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까지 우겼다고 보인다. 나아가, 오히려 잘못을 지적한 이들을 가리켜 손가락질하며 합당한 근거도 없이 비판해왔다고 본다.

적어도 진나라의 간신 조고는 황제 한 명을 상대로 사슴이 말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우리는 잘못을 한 적이 없고 다 남들이 잘못한 것'이라고, 정부를 제외한 이들에게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억지스러운 주장을 계속 하고 있다. 국민을 기만하는 것에 가까울 지경이다.

이런 '지록위마'형 정부에서 정부의 일언반구조차 의심해야 하는 시민들의 삶은 그저 착잡하기만 하다. 언론의 비판적 역할이 지금 이 정부에서 절실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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