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월 아이 데리고 근무 중 술집 간 어린이집 교사들

영유아보호법 위반으로 처벌 가능성
원장 "아이도 치킨 잘 먹었는데 당황스럽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서울의 한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들이 근무 중 23개월 아이를 데리고 술집에서 '치맥'을 즐기다 아이어머니에게 발각돼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에 사는 맞벌이 어머니 A씨는 지난 27일 오후 5시47분 자신의 23개월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 원장으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을 나와 근처에 있을 테니 도착하면 연락을 달라는 것이었다. A씨 자녀는 어린이집 연장반에 등록돼 있어 오후 7시30분까지 어린이집에 있어야 했다.

이에 무슨 이유로 외부에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 A씨는 서둘러 퇴근한 다음 오후 6시40분쯤 어린이집 인근으로 가서 이들을 찾았다. 자신의 자녀와 어린이집 교사가 발견된 곳은 술집이었다. 원장과 교사 5명은 아이를 옆에 앉혀놓고 근처 술집에서 생맥주와 치킨을 먹고 있었다. A씨가 문자를 받은 시간으로부터 추정해 볼 때 아이는 최소 1시간가량 술집에 있었던 것이다.

A씨의 증언에 의하면 이들은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술과 안주를 즐기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그는 화가 났지만 일단 참은 다음 집으로 돌아와 원장에게 항의 전화를 했다. 그러나 원장은 변명만 늘어놓을 뿐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에 A씨는 이 일을 구청과 경찰에 신고하는 한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글을 올렸다.

A씨의 사연을 접한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은 공분했다. "올해 들은 어린이집 이야기 중 가장 충격"이라는 반응으로부터 "근무지 이탈에 음주까지", "그간 수많은 사건·사고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등 대부분 경악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댓글들이 이어졌다.

경찰은 사건을 접수하고 조사에 착수했으며, 구청도 현장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어린이집 교사가 근무시간을 지키지 않은 것은 복무규정 위반이므로 영유아보호법이나 아동복지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으며, 법규위반이 확인되면 보조금 환수, 운영정지, 자격정지, 과징금, 시정명령 등의 처벌도 가능하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교사들과 치킨 먹고 오려고 했는데 아이 엄마가 술잔을 보고 기분이 안 좋았던 것 같다"며 "보육실을 떠난 거 자체가 문제고 엄마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는데 기분이 안 풀린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장은 "아이도 치킨 잘 먹었는데 반전이 일어나 당황스럽다"는 말도 덧붙였다.

A씨는 연합뉴스에 "어린이집은 그만 다니기로 했고 회사에 사정을 얘기해 휴직하면서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보려고 한다"며 "맞벌이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사회환경이 조성되길 바라고 보육시설 선생님들이 책임감 있는 자세로 아이들을 돌봐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