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영화로 찍어야 하나’…난민 소년 축구팀 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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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이 없어 빈둥대는 난민 어린이들을 모아 축구공을 사줬더니, 사방 팔방에서 아이들이 몰렸다.
내친 김에 축구 감독을 구하고, 연습 장소까지 마련해줬더니 아이들은 축구에 진심이었다.
김 선교사는 "난민 아이들이라고 무시를 하는 건지 누가 보더라도 편파적인 판정을 아무일 아닌 것처럼 하더라. 너무 화가 나서 경기 도중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적도 있다"면서 "이 모든게 아이들이 축구를 너무 좋아하고 또 잘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웃어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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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다역’ 김요한 선교사 “시리아의 희망 아이콘, 응원해 달라”
할 일이 없어 빈둥대는 난민 어린이들을 모아 축구공을 사줬더니, 사방 팔방에서 아이들이 몰렸다. 내친 김에 축구 감독을 구하고, 연습 장소까지 마련해줬더니 아이들은 축구에 진심이었다. 실력 테스트나 해보자고 대회에 출전시켰더니 기존의 강팀들을 꺾어버리는 기염을 토했다. 마치 영화에서 등장할 것은 이야기가 레바논의 시리아 난민 어린이 축구 캠프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성탄절을 이틀 앞둔 지난 23일 오전 레바논 베카 주의 엘 마르지에 있는 다목적 실내 체육관. 2019년 유엔개발계획(UNDP)의 지원으로 설치된 인조 잔디 축구장인데, 군데군데 바닥이 움푹 파이고, 인조잔디가 뜯겨져 나가 있었다. 하지만 유니폼을 입은 아이들에게는 공 밖에 보이지 않는 듯 했다. 감독의 지휘 아래 패스와 드리블, 공뺏기 연습이 이어졌다. 어린 선수들은 날렵하고 빨랐다. 유소년팀(8~10세)에 이은 청소년팀(11~13세)의 기량은 한층 더 나아보였다. 슈팅에 힘이 있었고, 정확도도 일품이었다.
이들 선수는 레바논 베카주의 조이풀(Joyful) 축구 캠프 소속 시리아 난민 어린이들이었다. 이들 난민 유소년 축구팀을 이끄는 이는 NGO인 써빙프렌즈 인터네셔널 레바논 지부장인 김요한(51) 선교사다. 시리아 난민 캠프 인근에서 교육센터를 지어 난민 어린이들을 교육시키고 있는 그는 2년 전쯤 마을 어귀에서 서성이는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그들에게 공을 사주고, 간식도 챙겨줬다.
축구를 재미있어 하는 모습에 힘을 얻은 김 선교사는 연습장과 감독까지 수소문해 마련했다. 공식 직함은 없지만 사실상 구단주이자 주무, 코치, 팀닥터에 간식 담당까지 겸하는 1인 다역을 맡고 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김 선교사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때론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아이들이 축구를 너무 잘한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전국 규모의 대회만 여러 차례 나갔는데 우승컵과 준우승컵을 서너 차례 챙겼다. 시리아 난민 유소년팀이 기존의 레바논 팀들을 보란듯이 꺾다 보니, 경기장에선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선교사는 “난민 아이들이라고 무시를 하는 건지 누가 보더라도 편파적인 판정을 아무일 아닌 것처럼 하더라. 너무 화가 나서 경기 도중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적도 있다”면서 “이 모든게 아이들이 축구를 너무 좋아하고 또 잘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웃어넘겼다.
축구 연습장에는 아들의 연습을 구경하러 온 아버지들도 눈에 띄었다. 한달 전에 아들을 축구 캠프를 보냈다는 아흐마(40)씨는 “아들이 발 재간이 있어서 (김요한 선교사에게 요청해) 캠프에 보낼 수 있었다”면서 “규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이 맘에 든다. 무엇보다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고 흡족해했다. 훈련 중인 아이들에게 일일이 물어보니 장래 희망은 예외없이 ‘축구선수’였다.
아이들의 실력은 감독도 인정한다. 시리아 축구 선수 출신인 페아드 알리페아 감독은 “아이들의 집중도가 높고 기술 습득 속도도 빠르다. 스스로가 더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실력이 계속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김 선교사는 “이 아이들이 실의와 절망에 빠진 시리아 난민들에게 희망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 팀을 홀로 유지해 나가는데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많은 기도와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이풀축구센터 선수들의 훈련 영상>
베카(레바논)=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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