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의 뻔뻔한 약속 깨기... '법치' 운운 자격 없다

이용우 2022. 12. 3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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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국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안전운임제'... 연장 약속 지켜져야 할 이유

[이용우 기자]

▲ 차번호판 목에 건 화물연대 안전운임제 개악저지,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 중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부앞에서 집회를 연 뒤 행진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 안전 보장이라는 사회적 공감대

2020년 1월 시행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아래 화물자동차법) 상 안전운임제가 올해 연말 종료를 코앞에 두고 있다. 화물자동차법상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이란 화물차주에 대한 적정한 운임의 보장을 통해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방지하는 등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으로서 화물자동차 안전운송원가에 적정 이윤을 더해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국토교통부장관이 공표한다. 

화물자동차법은 화물운송계약 중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운임으로 정한 부분은 무효로 하며, 해당 부분은 화물자동차 안전운임과 동일한 운임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안전운임은 화물운송노동자에게 '최저임금'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안전운임제는 다단계 하도급이 만연한 화물운송업계에서 스스로 제반 경비를 부담하며 운송 건당 보수를 받는 화물운송 노동자들이 부족한 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또는 화주나 운송사의 강요로 과로·과속·과적에 내몰리고 이로 인해 고속도로 통행량의 27%에 불과한 화물차 관련 교통사고 사망자가 전체의 51%를 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즉 화물노동자의 안전한 노동조건 보장과 이를 통해 도로 위의 모든 국민의 안전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 마련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속에서 도입된 것이다.

안전운임제의 도입 3년의 성과
 
 화물연대가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 복귀를 결정한 2022년 12월 9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제도 도입 효과가 여러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첫째, 노동위험도를 지수화(K-CTDI) 해 안전운임제 도입 전후를 비교한 결과, 도입 이후 13.0% 감소해 안전운임제가 노동 위험 수준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화물노동자의 노동환경이 교통사고에 미치는 영향분석' 연구에 따르면, 화물노동자의 노동환경은 교통사고 발생률과 빈도로 연결된다는 점이 확인됐다. 또한 한국교통연구원의 조사 결과,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월 평균 업무 시간은 컨테이너 5.30% 감소, 시멘트 11.30% 감소로 나타났고, 이와 같은 화물노동자 노동환경 개선은 교통사고 횟수와 위험을 감소시키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도 확인됐다. 

셋째, 과적으로 교통사고 발생시 그 규모와 위험성이 상당하고, 이는 화주와 운송사의 요구에 따라 비자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런데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과적 경험 비율은 15.0%p(24.3%→9.3%) 감소했다. 또한 과속 경험자의 과속 원인 중 '화물 도착시간 준수'가 가장 큰 비중(48.6%)을 차지하는데, 안전운임이 보장되므로 사고의 리스크를 안고 과속을 할 유인이 감소해 결국 과속 경험 비율도 12.8%p(32.7%→19.9%) 감소하는 등 안전운임제는 도로 안전 증진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화물노동자들의 과로는 졸음운전 경험 여부로 측정이 가능한데, 졸음운전 경험 비율이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18.5%p(71.8%→ 53.3%)나 감소했다. 이와 같이 졸음운전의 핵심 요인은 구조화된 장시간 노동인데, 안전운임제로 노동시간 감소는 물론 졸음운전 예방도 가능해질 수 있었다.

결국 화물노동자들에게 적정 운임을 보장함으로써 과로·과적·과속 운송에 내몰리지 않도록 해 화물노동자는 물론 도로 위의 모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도입된 안전운임제는 제도 도입 3년 차에 벌써 여러 지표로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안전운임제 지속 합의조차 이행하지 않는 정부·여당
 
▲ 국민의힘 제6차 전국위원회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6차 전국위원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동만 전국위 부의장, 윤두현 전국위 의장 직무대행, 정 비대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 연합뉴스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도로 위 전체 운전자의 문제이므로 정부와 국회가 나서 안전운임제의 지속을 통한 국민 안전 증진을 도모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안전운임제의 지속은 당연한 것이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지난 6월 화물연대와 '안전운임제의 지속 추진 및 품목 확대 논의'를 합의했다. 이 합의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연장 법안이 이미 국회를 통과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안전운임제의 제도적 성과는 물론 스스로 한 합의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는 화물연대의 합의 이행 촉구 파업에 대해 사상 유례 없는 업무개시명령을 두 차례나 발동했다.

심지어 국민의힘은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합의하면서 올 연말 일몰을 앞둔 안전운임제 조항 등에 대해서도 12월 28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기로 합의했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막상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처리되자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을 통해 안전운임제 연장 반대 입장과 본회의 처리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나섰다. 일국의 집권여당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이란 사람들이 불과 며칠 전 약속조차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있는 꼴이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이것은 현대 법체계의 근간

pacta sunt servanda.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로마법의 대원칙으로 현대 법체계의 근간이 된다는 원칙이다. 최소한의 형식적 법치의 근간에는 합의 준수, 약속 이행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소한의 약속조차 지키지 않는 윤석열 정부와 집권여당이 입이 닳도록 '법치'를 얘기하는 것은 너무나 위선적이고 아이러니하다. 정부·여당 스스로 지속 추진한다고 합의까지 했던 제도를 이제 와서 손바닥 뒤집듯 한다면 국가정책을 다루는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기대는 휴지통에 처박힐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의 약속이 아니었더라도 화물노동자와 국민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안전운임제는 당연히 연장되고 확대되어야 할 제도다. 지금이라도 정부·여당은 본회의를 개최해 안전운임제의 지속·확대를 위한 법 개정에 신속하게 나서길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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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용우씨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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