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따위 말을 내놓다니... 이태원 참사 망언의 네 가지 유형

유현재 2022. 12. 3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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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을 위한 대중소통전략 ⑤] 국민과 죽음에 대한 예의 지켜야

[유현재 기자]

"시체팔이 족속들!" "나라 구하다 죽었냐?" "누군 폼나게 사표 던지고 싶지 않겠나?" "놀러갔다가 죽었다. 말리지 않고 뭘 했나?"

믿기 어렵지만, 무려 159명이 서울 한복판에서 죽어간 참사를 두고 정치인과 전·현직 공직자가 뱉은 실제 발언이다. 일부는 자기 발언에 유감을 표했지만, 대부분은 수위를 높여가며 마치 경쟁하듯 막말을 퍼붓고 있다. 참사의 진상을 밝혀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길 기대했던 유가족과 다수 국민은 이런 발언을 접하고 경악할 뿐이었다.

단발성 발언, 혹은 막말의 당사자들이 제한돼 있다면 무시할 수도 있겠으나 참사 이후 2개월이 지난 지금도 잊을 만하면 막말이 들려오는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왜 이러는 걸까'라는 근본적 질문과 함께 이같은 망언이 반복되는 배경과 구조적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일반적인 정치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는 결코 좋아 보이지 않지만, '혐오'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정치소통일 가능성이 있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처참한 비극인 죽음, 그것도 가족의 죽음을 마주한 참사 유가족을 상대로 왜 잔인하고 무감각한지에 대해 사례별로 분석해 기록으로 남긴다.
 
 왼쪽부터 권성동 국민의힘 국회의원, 송언석 국민의힘 국회의원, 김미나 국민의힘 창원시의원, 이미애 국민의힘 김해시의원, 김상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한덕수 국무총리, 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
ⓒ 오마이뉴스
 
일부 정치인, 전현직 공직자들의 이태원 참사 관련 발언 내용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 "이태원이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된다"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 - 12월 10일 페이스북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 "인터넷 뉴스나 유튜브 보면 시신들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혹시 마약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우려를..." "그날 참사는 소위 말하는 해밀톤호텔 옆 골목만 있었던 게 아니다" "현장에서 직선거리로 무려 300m나 떨어진 곳에도 시신이 있었다고 한다" - 12월 8일 라디오 방송, 12월 11일 국회 본회의

김미나 국민의힘 창원시의원 : #우려먹기 장인들 #자식 팔아 장사한단 소리 나온다 #제2의 세월호냐 #나라 구하다 죽었냐 #시체팔이 족속들 "유족들이 희생자를 두 번 죽인다" "공인인 것을 깜박했다" - 12월 12일 페이스북

이미애 국민의힘 김해시의원 : "(김)미나 (창원시)의원 힘내요. 화이팅! 유족 외엔 사과하지 말기..." - 12월 16일 페이스북

김상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국가적 비극을 이용한 참사영업을 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국가적 참사가 발생했을 때 이를 숙주로 삼아 기생하는 참사 영업상이 활개 치는 비극을 똑똑히 목격해왔다" "이들은 참사가 생업" - 12월 19일 당 비대위 회의

한덕수 국무총리 : "(극단적 선택 청소년 관련해)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면 좋지 않았을까?" - 12월 15일 정부청사 기자간담회 

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 : "이태원 참사 유가족분들. 자식들이 날 때부터 국가에 징병되었나요?? 다 큰 자식들이 놀러가는 것을 부모도 못 말려놓고 왜 정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깁니까?! 언제부터 자유 대한민국 대통령이 '어버이 수령님'이 되었나요??" - 12월 10일 페이스북
    
정권 보위형, 관심 욕망형
 
▲ 차가운 국회 바닥에서 오열하는 유가족들 지난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정회된 뒤 유가족들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답변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질의에 불만을 터뜨리며 회의장으로 향하다 가로막힌 뒤 오열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첫 번째 유형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비판을 정권 안위 우려와 연결하는 발언들이다. 참사 후폭풍을 경계하는 속내가 느껴진다는 의미다. 권성동 의원의 '횡령' 발언(12월 10일 페이스북)과 장제원 의원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는 합의해줘서는 안 될 사안"(12월 11일, 페이스북) 발언이 이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꽤 시간이 지났지만, 권성동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결정을 앞두고 최종 변론을 담당했던 탄핵 심판 소추위원이었다. 박근혜씨를 민주주의의 적(敵)이라 규정한 진술의 당사자로서, 정권의 몰락을 법정에서 지켜봤다. 장제원 의원 또한, 탄핵 정국의 청문회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며 역사의 파도를 직접 경험한 바 있다.

당연하게도 이태원 참사에서 세월호의 기시감을 떠올렸을 것이며, 어쩌면 사태의 추이가 만들 수 있는 정치적 결과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 159명이 세상을 떠났지만, 이상민 행안부장관을 비롯한 어떠한 고위직의 사임이나 경질에 대해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는 사람들의 발언("사건 때마다 장관교체는 후진적")들과 동일한 맥락으로 보인다.

더불어, 유족들의 집단적 움직임에 무조건 돈 이야기를 꺼내는 발언 또한 혹시라도 유가족의 행동이 대중의 공감을 얻을까 미리 논점을 흐트리는 수작으로도 평가된다. 국정조사를 반대하며 장제원 의원이 주장한 "이태원 국정조사는 정권퇴진 운동에 불과" 논리는, 결국 이 같은 속내를 내보인 건 아닐까. 두려움인 것이다. 

두 번째 유형은 관심욕 혹은 정치욕이 부른 망언이다. 비합리적이고 위험한 발언들로 보인다는 뜻이다. 참사에 대한 의견 표명을 통해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노리는 자극적 발언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가 김상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의 망언 퍼레이드다. 그는 MBC 사태에 대해서도 "삼성의 MBC 광고 중단은 선택 아닌 의무 사항"이라며 대놓고 언론 탄압성 발언을 내놨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는 한술 더 떠 "참사 영업"이란 신조어를 내놔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선정적이고 극단적인 멘트는 곧장 언론에 보도됐고, 발언과 당사자 이름은 빅데이터에 쉽게 잡힐 정도로 대중성을 얻었다. 물론 유가족은 피눈물을 삼켜야 했지만 말이다.

정당은 달랐지만, 참사 발생 직후 원인이 청와대 이전과 대통령 경호에 있다고 주장한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발언도 대중의 시각에선 관심욕이나 정치욕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자당 인사들이 자제를 요청할 정도였으며, 관련 보도 댓글에는 비판적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공감능력제로형, 막가파형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및 국정조사특위위원 간담회에서 오열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세 번째 유형은 공감능력 제로가 만든 망언 중의 망언이다. 당사자들은 대중이 왜 자신과 자신의 발언, 행동에 대해 실망하고 분노하는지 모를 가능성도 커 보인다. 그들의 세계에선 전혀 문제 될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덕수 총리는 참사에서 친구들을 잃고 겨우 살아나 괴로움에 힘겨워하다 생을 마감한 청소년의 죽음에 대해 "본인이 필요에 따른 이런 좀 생각이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 좀 이런 생각들이 더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이 안타까운 죽음을 앞에 두고, 총리가 망자와 유가족에게 건넨 말은 '나약하면 안 되는데'였던 것이다.

이 발언은 총리가 이태원 참사 혹은 청소년의 죽음에 대해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한 또 하나의 참사였다. 자살을 '사회적 타살'로 규정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촘촘하게 정비해 극단적 선택을 막겠다는 우리나라의 자살예방정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정확히 유족을 향한 2차 가해를 스스로 저지른 것이다.

그의 희박한 공감 능력을 깨닫게 되면, 총리가 외신기자들 앞에서 참사에 몰린 인파를 설명하며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 농담을 한 배경이 무엇이었는지도  알 수 있다. 분향소에서 격앙된 가족들과 마주하자 30초도 머물지 않고 무단횡단으로 왜 급하게 돌아섰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공감 능력이 희박한 발언은 이상민 행안부장관의 "누군 뭐 폼나게 사표 던지고 싶지 않겠어요?"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강력했다.

네 번째 유형은, 막가파식 사고방식이 내재화된 이에 의해 만들어진 거친 망언이다. 자신의 잔인한 말을 발판삼아 중앙으로 진출하겠다는 꿈을 꿨다기보다는, 그저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가장 심한 말을 배설한 것이다. 김미나 창원시의원의 "시체팔이" "죽은 자식 장사" 발언이나, 이미애 김해시의원이 위 발언에 "화이팅! 유가족외 사과하지 말기!" 따위의 격려를 남긴 게 전형적이다.

이들이 이런 말을 뱉을 수 있었던 배경은, 세상을 '우리 편 아니면 적'으로 단순화하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판단한다. 우리 편이 아닌 사람들에겐, 어떤 잔인한 말을 무감하게 쏘아붙여도 허용되는 사고인 셈이다.

언론이 따끔하게 지적해도 "내가 공인이라는 사실을 잊었네요!"라고 맞받으면 그만인 것이다. 더한 광기는 위 발언에 붙은 다수의 '좋아요'를 비롯, 신속한 조치를 요구하는 여론에 꿈쩍도 않는 자당 동료 의원들에게서 보인다.

사라진 '국민에 대한 예의'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다양한 망언이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은 그들이 봉사하기로 약속했던 국민의 죽음에 대한 예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통의 기본이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한다면, 사실 이분들은 국민과 소통하려는 자세 자체가 없는 것 아닐까 의심되기도 한다.

우리 풍속에서 망자를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는 49재 당일, 우리나라 권력의 정점에 있는 정치인인 대통령은 한 행사에 참석해 "술 좋아한다고 또 술잔 샀다고 그러겠네"라고 농담까지 했다. 이쯤 되면 159명을 포함한 시민의 죽음에 관심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닐지 두려움마저 생긴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진행 중이다. 도대체 왜, 어떻게, 어디서 우리 가족이 죽었는지 제발 명확히 밝혀달라는 유가족들에게 이번엔 최소한의 예의가 지켜지길 고대한다. 그러나 시작부터 이 기대가 이뤄질지 의심이다. 27일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이상민 장관은 경기도 일산에 사는 수행기사를 기다리느라 참사 현장에 늦게 도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각이었다" 따위의 말을 해버렸다.

세상에 죽어도 되는 죽음은 없다. 국가는 모든 국민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 국무위원들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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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유현재 시민기자는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커뮤니케이션학 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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