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보호 차원”… 이기영 ‘머그샷 거부’에 실효성 논란

송태화 2022. 12. 3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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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 시 촬영 시점조차 확인 안 된 사진을 공개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산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피의자에게 내용을 고지하면서 사진을 새로 촬영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했다"면서 "인권 보호 차원에서 사진 촬영을 강제할 수는 없어 증명사진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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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공개 결정 이기영, 면허증 사진 배포돼
정확한 촬영 시기 알려지지 않아
경찰 관계자 “사진 촬영을 강제할 수는 없어”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의 신상정보가 29일 공개됐다. 왼쪽 사진은 전날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으로 들어가는 이기영.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경찰이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 시 촬영 시점조차 확인 안 된 사진을 공개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택시 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의 사진 역시 너무 어릴 적 모습으로 실제와 인상이 다르다는 증언이 나왔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 29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기영의 나이와 얼굴 등을 공개하기로 하면서 그의 운전면허증 사진을 배포했다.

경찰은 이기영의 신상 공개를 앞두고 신상정보 공개의 효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을 의식했다. 앞서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으로 복역 중인 전주환(31)이 검찰에 송치되면서 포토라인에 설 당시 과거 사진과 실물 간 차이가 크다는 비판이 일었기 때문이다.

왼쪽 사진은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31)의 검찰 이송 당시 모습. 오른쪽 사진은 전주환의 신상 공개 사진. 뉴시스, 서울경찰청 제공


전주환뿐 아니라 ‘n번방’ 사건의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28) 역시 신상정보 공개 사진으로 학생 때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교복 차림의 증명사진이 사용됐다.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26)의 경우는 검거 이후 새로 촬영한 이른바 ‘머그샷’이 공개됐다.

경찰은 이기영도 이석준과 마찬가지로 ‘머그샷’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그러나 이기영이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기존의 운전면허 사진이 공개된 것이다. 운전면허증에 사용된 증명사진의 촬영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일산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피의자에게 내용을 고지하면서 사진을 새로 촬영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했다”면서 “인권 보호 차원에서 사진 촬영을 강제할 수는 없어 증명사진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기영 역시 전주환과 마찬가지로 검찰 송치 때 실제 얼굴이 공개되면 같은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기영이 거주하던 집에 정기적으로 방문했다는 점검원 A씨는 “공개된 사진을 봤는데, 너무 어릴 때 모습인 것 같아서 실제와는 인상과 느낌이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이기영은 지난 28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겨울 점퍼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쓰고 고개를 숙여 얼굴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된 이후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 경찰 수사가 마무리돼 검찰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이기영이 포토라인에 섰을 때는 현재의 얼굴이 공개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기영이 이때도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리려고 한다면 제지할 법적 근거는 없다.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 검거 이후 새로 촬영한 이른바 ‘머그샷’ 사진이 공개됐다. 서울경찰청 제공


이런 문제는 제도적 허점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법무부 및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이 내려진 2019년 말부터 검찰 송치 시 얼굴 공개뿐 아니라 피의자 사진도 함께 배포하는데, 당사자가 수의를 입고 찍은 현재 사진을 찍기 거부하면 피의자의 신분증 증명사진을 공개하게 된다.

검찰로 송치될 때는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신상정보 공개 사진은 과거의 것이 사용될 때는 피의자의 현재 모습을 확인할 길이 없는 셈이다.

신상공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현행 신상정보 공개 제도를 두고 “현행은 ‘머그샷’이 아니라서 얼굴 식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사진으로 주기적으로 갱신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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