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40주년 결산, 환희와 아쉬움의 순간들

이준목 2022. 12. 3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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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019년 이후 3년 만에 600만 관중 달성

[이준목 기자]

2022년은 한국프로야구(KBO)가 출범 40주년을 맞이하는 기념비적 해였다. 프로야구는 지난 몇년간 코로나19로 인한 일상 중단, 국제 대회에서의 성적부진, 야구인들의 연이은 사건사고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많은 비판을 뒤로 하고, '국민스포츠'로서의 위상과 신뢰를 되찾기 위하여 고군분투했던 한 해였다.

2022년 한국야구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역시 '일상 회복'이었다. 코로나19로 두 시즌 간 제한적 입장만 가능했던 KBO리그는 올시즌 마침내 전 구장 100% 관중 입장을 허용되며 야구의 봄을 되찾았다. 대부분의 야구팬이 실내외 구분 없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방역수칙을 지키는 등 성숙한 시민 의식을 증명했고, 선수들은 팬들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2022 프로야구의 챔피언은 SSG 랜더스였다. 2021년부터 SK 와이번스를 인수하여 프로야구에 등장한 SSG는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창단 두 시즌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정규시즌 개막일부터 10연승을 달리며 종료일까지 단 한 번도 1위를 내주지 않는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모기업의 이름에 걸맞는 '신세계'를 선사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키움 히어로즈와 명승부(4승2패) 드라마틱한 역전 우승을 달성하며 기쁨이 두 배가 됐다.

SSG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베테랑 김강민은 패색이 짙던 KS 1차전 9회말 극적인 대타 동점 홈런, 5차전에선 9회말 끝내기 3점 포를 쏘아 올리며 역대 한국시리즈 최고령 최우수선수상(MVP·40세 1개월 26일)을 수상했다.

야구광으로 알려진 정용진 SSG 구단주는 과감한 투자와 팬들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으로 연일 화제를 일으키며 팀의 통합우승과 함께 스타 구단주로 유명세를 떨쳤다. 다만 시즌 종료 후 갑작스러운 단장 교체 과정에서 벌어진 토사구팽과 낙하산 논란, 이에 대한 정용진 구단주의 대응은 논란을 일으키며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기기도 했다.

KBO리그는 출범 40주년을 맞아 한국야구를 빛낸 '레전드 40인'을 선정 발표하여 역사를 기렸다. KBO 사무국은 전문가와 팬 투표를 거쳐 톱4에 오른 '국보' 선동열, '무쇠팔' 최동원, '바람의 아들' 이종범, '라이언 킹' 이승엽 등을 선정하여 전설들을 예우했다. 그러나 임창용 등 인성과 사생활 문제로 도마에 오른 일부 선수까지 40인에 포함시킨 것은 논란이 되기도 했다. KBO는 우정사업본부, 한국조폐공사, 한국우편사업진흥원과 협업해 KBO 리그 40주년 기념 레전드 40인 우표 세트를 출시하기로 하며 의미를 더했다.

현재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인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는 레전드 40인에 오른 아버지 이종범의 뒤를 이어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부자 MVP'라는 역사를 썼다. 이정후는 타율(0.349), 출루율(0.421), 장타율(0.575), 안타(193개), 타점(113점)까지 타격 5개 부문 타이틀을 휩쓸며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다. 1994년 수상자인 아버지 이종범(안타·타율·출루율·득점·도루)과 같은 나이(24세), 같은 5관왕이라는 평행이론을 이뤄내며 화제를 모았다.

또한 이정후는 해외진출 자격을 얻는 2023년 이후 메이저리그(미국 프로야구) 무대에 도전할 유력한 차세대 주자로도 거론되고 있어서, 명실상부한 '살아있는 레전드'의 길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이정후의 팀동료인 99년생 안우진은 학폭 논란을 딛고 기량이 만개하며 15승 달성과 평균자책(2.11)과 탈삼진(224개) 타이틀을 휩쓸고 한국야구의 '세대교체' 주역으로 떠올랐다.

뜨는 별이 있다면 떠난 별도 있었다.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타자중 한 명인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는 지난 10월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경기를 끝으로 은퇴했다. 일찌감치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예고했던 이대호는 2017년 이승엽(은퇴·현 두산 베어스 감독)에 이어 KBO 역대 두 번째 은퇴투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이대호는 올 시즌에도 불혹의 나이가 무색하게 타율 0.331 23홈런 101타점을 올리며 맹활약했고, 나이 40세 5개월 18일에 골든글러브(지명타자 부문) 역대 최고령 수상자, 은퇴 시즌에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첫 선수로도 이름을 남기며 누구보다 화려한 '라스트 댄스'를 장식했다. 소속팀 롯데는 이대호의 업적을 기려서 故 최동원에 이어 그의 등번호를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이대호와 함께 오재원-이현승(두산), 나지완(KIA) 등도 은퇴를 선언하며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허구연 총재는 야구인이자 해설가 출신으로는 첫 KBO 수장에 등극했다. 허 총재는 전임 정지택 총재가 임기 2년을 남기고 전격 사퇴하며 지난 3월 KBO 제24대 총재에 취임했다. 허 총재는 스스로를 "9회말 1사 만루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서 올라온 구원투수"라고 표현하며 최근 프로야구를 둘러싼 환경에 무거운 책임감을 드러냈다.

야구전문가이자 '일하는 총재'를 표방한 허 총재는 '팬퍼스트' 정책을 강조하며 프로선수들에게는 절대로 해서는 안될 4불(음주운전, 승부조작, 성범죄, 금지약물 복용) 가이드라인을 당부했다. 취엄 첫 해 음주운전으로 도마에 오른 강정호의 KBO리그 복귀신청 불허, 레전드 40인 선정, 전국을 돌며 야구 연고지의 지자체장들을 만나 지역별 야구센터 건립을 주도하며 인프라 확대를 위하여 노력한 것 등은, 전임 총재들과 차별화된 현장 위주의 행정과 소통으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스트라이크존 개편, 포스트시즌 참가팀 확대와 경기운영방식 변화, 정규시즌 연장전 승부치기 도입 등 다양한 혁신 정책들은 현장의 반발에 부딪히며 무산되거나 혹평을 받았다. 또한 규제완화와 인프라 개선, 국제경쟁력 강화 등은 총재 개인의 노력으로 단기간에 급변할수 없기에,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할 사안들이다.

시즌 종료후 스토브리그에서는 그야말로 역대급 FA 광풍이 찾아왔다. 특히 우수한 안방마님들이 많았던 올해는 포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매물이 많았고 안방마님을 모시기 위한 영입전이 벌어지면서 포수 대이동이 벌어졌다. 대어급 선수들이 모두 일찍 팀을 찾으며 개장 열흘도 안돼 전광석화같이 협상이 진행되었다는 것도 두드러졌다.

모든 포지션을 통틀어 최대어로 꼽혔던 양의지는 4+2년, 총액 152억 원이라는 FA 최고액을 쓰며 친정인 두산 베어스로 컴백했다. 유강남은 4년 80억 원로, 박동원은 4년 65억 원에 LG로, 박세혁은 양의지가 떠난 NC와 4년 46억 원에 계약을 하며 포수 대이동이 이뤄졌다.

또한 포수외에도 내야수 박민우는 5+3년간 총액 140억 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으며 NC에 잔류했고, 채은성은 한화와 6년간 90억 원에 계약하며 육성선수 신화를 썼다. 여기에 비 FA들의 장기계약도 활발해지며 투수 구창모가 NC와 7년간 132억, 롯데는 박세웅과 5년 총 90억 원에 계약하면서 선수 시장 트렌드의 변화를 보여줬다.

10개 구단들은 2023시즌을 대비하여 바쁘게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SSG는 창단 첫 우승을 이끈 김원형 감독과 일찌감치 3년 22억의 최고 대우로 재계약하며 2연패를 정조준했다. 준우승을 이룬 키움도 홍원기 감독과 3년 14억에 다시 손을 잡았다.

반면 8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두산은 김태형 감독과 결별하고 초보사령탑인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을 전격 선임하여 화제가 됐다. 삼성은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박진만 감독을 새롭게 낙점했다. 올해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LG는 류지현 감독과 결별하고 히어로즈와 SK를 이끌었던 염경엽 감독을 깜짝 선임하며 눈길을 끌었다. 3년 연속 최하위의 수모를 당한 한화는 프런트를 대거 물갈이했지만, 계약 마지막해를 앞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동행을 이어가기로 결정하며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023년 새해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시작으로 코로나19로 1년 연기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등 중요한 국제대회가 줄줄이 열린다. 최근 몇 년간 WBC와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의 연이은 부진과 국가대표 선발을 둘러싼 잡음이 많았던 한국야구로서는, 향후 KBO리그 인기를 재점화할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대표팀 사령탑으로 낙점된 이강철 kt 감독은 4강을 목표로 하며 명예회복을 위하여 최강의 선수단을 꾸리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프로야구는 2019년 이후 3년 만에 600만 관중 동원에 성공했다. 성과는 있었지만 아직 만족할만한 수치는 아니다. 새로운 스타들의 성장, 국제대회 성적, 재미와 감동을 주는 스토리텔링, 구단과 KBO의 지속적인 팬퍼스트를 위한 노력 등이 조화를 이룰 때 프로야구가 다시 국민스포츠로서의 위상을 온전히 회복할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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