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득점' 인삼공사 정호영, 포지션 바꾸길 잘했네

양형석 2022. 12. 3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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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30일 GS칼텍스전 블로킹 3개 포함 13득점 활약, 인삼공사 3연승 질주

[양형석 기자]

인삼공사가 상승세의 GS칼텍스를 꺾고 3연승으로 2022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고희진 감독이 이끄는 KGC인삼공사는 3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GS칼텍스 KIXX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16-25, 25-22, 25-22, 26-24)로 승리했다. 3연승의 GS칼텍스와 2연승의 인삼공사가 맞붙었던 이날 경기에서 인삼공사는 1세트를 쉽게 내준 후 2, 3, 4세트를 내리 따내는 저력을 발휘하며 4위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 승점이 같은 5위로 올라섰다(8승 9패).

인삼공사는 외국인 선수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가 48.18%의 높은 점유율을 책임지며 서브득점 5개와 블로킹 2개를 곁들이며 33득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고 주장 이소영도 13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그리고 이날 인삼공사에는 이소영(35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7번의 공격시도 만으로 이소영과 같은 13득점을 올린 선수가 있었다. 바로 인삼공사 중앙의 새로운 기둥으로 떠오르고 있는 미들블로커 정호영이 그 주인공이다.

아웃사이드 히터에 적응 못한 '리틀 김연경'
 
 아웃사이드 히터로 프로에 입단했던 정호영은 한 시즌 만에 미들블로커로 변신했다.
ⓒ 한국배구연맹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은 중학시절까지 신장이 170cm가 채 되지 않아 리베로와 세터를 오간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게 김연경은 중학시절까지 착실히 기본기를 익힐 수 있었고 한일전산여고(현 한봄고) 진학 후 신장이 급격히 자라면서 공수를 겸비한 여자배구의 특급 유망주로 떠올랐다. 만약 김연경이 어린 시절부터 신장이 컸다면 지금처럼 공수를 겸비한 완벽한 선수로 성장하기는 힘들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배구를 시작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또래보다 큰 신장으로 주목을 받고 배구부 감독이나 코치의 설득으로 배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 때까지 육상선수로 활동하다가 신장이 175cm까지 자라면서 중학교 진학과 함께 배구로 전향한 김희진(IBK기업은행 알토스)이나 큰 키 때문에 고교 1학년이 끝나갈 무렵에 뒤늦게 배구를 시작했던 문명화(GS칼텍스) 등이 대표적이다.

초등학교 시절까진 운동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던 정호영 역시 중학 진학 후 키가 20cm 이상 자라면서 또래 선수들보다 조금 늦게 배구를 시작했다. 광주체중 3학년때 이미 신장이 190cm에 육박했던 정호영은 다른 장신 유망주들과 달리 미들블로커가 아닌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하면서 일찌감치 '리틀 김연경'으로 불렸다. 실제로 정호영은 고교 2학년 때 김연경과 함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도 했다.

2019년 신인 드래프트는 '정호영 드래프트'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정호영이 독보적인 주목을 받았다. 결국 정호영은 중앙여고의 이다현(현대건설 힐스테이트)과 대구여고의 권민지(GS칼텍스) 등을 제치고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인삼공사의 지명을 받았다. 한유미 이후 뛰어난 신장과 공격력을 겸비한 대형 아웃사이드 히터를 보유하지 못했던 인삼공사로서는 '대형 유망주' 정호영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리틀 김연경'으로 불리던 정호영의 기량은 배구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공격에서는 높이와 파워를 전혀 살리지 못했고 배구 구력이 짧은 탓인지 서브 리시브에서도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다. 실제로 정호영은 루키 시즌 28.13%의 공격성공률과 리시브 효율 2.33%에 그치며 20경기에서 단 20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그렇게 데뷔하자마자 코트에 파란을 일으킬 거라던 정호영은 초라하게 루키시즌을 마쳤다.

미들블로커로 순조롭게 적응 중인 정호영
 
 정호영은 이번 시즌 인삼공사의 미들블로커 3인방 중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정호영이 아웃사이드 히터로 한계를 보이자 당시 인삼공사를 이끌던 이영택 감독(팔렘방 숨셀바벨뱅크)은 정호영에게 미들블로커 변신을 권유했다. 내심 서브리시브에 부담을 느낀 정호영도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정호영은 미들블로커로서의 데뷔 무대였던 2020년 컵대회에서 3경기에 출전해 32득점을 올리면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뽐냈다. '리틀 김연경'이 '리틀 양효진'으로 새롭게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정호영은 미들블로커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2020-2021 시즌 개막전에서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하면서 일찌감치 시즌아웃됐다. 미들블로커 변신에 재미를 붙여가던 차에 당한 큰 부상이라 정호영의 재활을 걱정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정호영은 2021-2022 시즌 건강하게 코트에 돌아와 49.24%의 공격성공률과 세트당 0.59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박은진, 한송이와 인삼공사의 중앙을 지켰다.

정호영은 시즌이 끝나고 발리볼 내이션스리그(VNL)에 출전할 대표팀에 선발됐지만 폴란드 전지훈련 도중 발목을 다치면서 대표팀에서 하차했다. 그렇게 컵대회까지 코트에 나서지 못한 정호영은 V리그 개막과 함께 건강하게 복귀해 17경기에서 50.52%의 공격성공률과 세트당 0.42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127득점을 올리고 있다.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5.43점을 기록했던 정호영의 득점력은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7.47점으로 늘어났다.

정호영은 30일 GS칼텍스와의 홈경기에서도 중앙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선보이며 인삼공사의 3연승 행진에 크게 기여했다. 선명여고 1년 선배 박은진과 함께 인삼공사의 중앙을 지킨 정호영은 박은진과 8개의 블로킹을 합작했고 단 17번의 공격시도로 58.82%의 성공률을 기록하며 '토종 에이스' 이소영과 같은 13득점을 올렸다. 그만큼 정호영이 코트에서 실속 있는 플레이를 했다는 의미다.

정호영은 이날 11개의 속공을 시도해 8개를 성공시키며 무려 72.73%의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실제로 정호영은 이번 시즌 속공 부문에서 현대건설의 '트윈타워' 양효진(55.21%)과 이다현(54.02%)에 이어 3위(51.54%)에 올라있다. 190cm에 달하는 큰 신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중앙속공은 타점만 맞으면 알면서도 막기 힘든 공격옵션이다. 염혜선 세터가 미들블로커로 확실히 자리 잡고 있는 정호영의 공격비중을 조금 더 늘려도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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