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비위 폭로, 형은 “강요” 고소...효성 '형제의 난' 속사정

박현준 2022. 12. 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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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 조현준(54) 회장과 친동생 조현문(53) 전 효성 부사장이 얽힌 효성가 '형제의 난'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검찰이 지난달 조 전 부사장을 공갈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다.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에는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재벌집 둘째 아들’이 총수인 아버지와 후계자인 큰 형과 벌인 갈등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조현문 전 부사장, 형 겨냥한 감사 결과 발표 후 질책 받아


공소장에 따르면 효성가 형제의 난은 2011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효성의 중공업 PG(Performance Group)장이던 조 전 부사장은 효성 그룹 계열사에 대한 감사를 주도한 뒤 조현준 회장이 계열사간 부당지원에 관여돼 있다는 결과를 최고경영진 회의에서 발표한다. 이에 대해 부친인 조석래 명예회장이 “가족간 분란을 일으킨다”며 질책하자, 조 전 부사장은 회사에 발길을 끊어버린다.

조 전 부사장은 이듬해인 2012년 자신이 지분 49.2%를 갖고 있던 효성의 한 계열사 주식 전량을 서울의 한 교회에 기부해버렸다. 조 명예회장과 논의를 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효성측은 부랴부랴 무상감자 후 유상증자를 하는 방식으로 이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회복했다. 그러자 조 전 부사장은 감자결의 무효확인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 때만 해도 조 전 부사장의 개인적 돌발행동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조 전 부사장은 대학시절(서울대 인류학과) 가수 신해철씨 등과 함께 그룹 ‘무한궤도’를 결성해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후 한때 미국 뉴욕 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등 다른 재벌가 2세와는 다른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조 회장과 동생 조현상(51·현 효성 부회장)씨가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의 배임·횡령 혐의를 수사해달라고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본격적인 ‘형제의 난’이 벌어진 것이다.


효성 수사에 돌입한 검찰, 그리고 조 전 부사장

사실 그 해 초부터 심상찮은 조짐이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효성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89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통한 탈세와 횡령, 배임 등 비위혐의를 적발했고, 조석래 명예회장과 조현준 회장 등을 불구속 기소한 것이다. 당시 검찰은 조 전 부사장과 그의 개인재산 관리인에 대해선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조 전 부사장이 상당한 수준으로 수사에 협조한 대가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이 형제들을 고발한 사건이 중앙지검 특수4부에 재배당되자 의심은 더 커졌다.

조 전 부사장이 승기를 잡은 듯했던 형제의 난은 2016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대우조선해양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이 남상태 전 사장의 연임 로비에 연루된 박모 홍보대행사 대표가 형제의 난에도 관여한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박 대표는 조 전 부사장이 일가를 상대로 고소·고발전을 벌일 때 조 전 부사장측 언론 홍보를 담당했다. 수사 결과 박 대표는 구속됐고, 조 전 부사장은 본인 연루설까지 언급되자 해외로 출국했다.

그러자 형인 조현준 회장은 이듬해인 2017년 조 전 부사장을 고소하며 반격에 나섰다. 조 전 부사장이 박 대표의 자문을 받고 형을 협박했다는 내용이었다. 조 전 부사장은 검찰 소환에 불응하다가 올 초에야 귀국해 조사를 받고 공갈 미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재벌가 형제의 난도 그렇게 일단락됐다.


아내 관련 소문에 조 전 부사장이 형 의심

하지만 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형제의 난을 일으킨 배경을 정확히 알 수 없어 추측이 난무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공개된 공소장을 통해 2014년 조 전 부사장이 형제의 난을 일으킨 단서가 노출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2012년 말부터 조 전 부사장 부인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소문이 세간에 돌았다고 한다. 조 전 부사장은 조현준 회장이 회사 홍보팀에 지시해 이런 소문을 유포한 것으로 의심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조 전 부사장은 몇 달 후인 2013년 1월 홍보대행업체 대표 박씨를 소개받아 소문의 유포자를 찾아내는 한편, 협상 등으로 조현준 회장을 압박해 자신의 주식을 팔아넘기는데 도움을 받기로 하는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실제로 조 전 부사장과 박 대표는 조 회장 측에 불미스런 가족 관련 소문을 낸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집요하게 요구했다. 2013년 7월에는 박 대표가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조현준 회장을 만나 정식 사과를 요구하면서 “배우자 관련 지라시는 효성이 조 전 부사장을 내쫓기 위해 만든 것이 분명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고 간 말도 거칠었다. 박 대표의 조언을 받은 조 전 부사장은 2015년 3월 부모인 조석래 명예회장 부부를 만나 “조현준 회장을 감옥에 보내고, 나오면 또 감옥에 가게하고 평생 괴롭히겠다. 당신들은 나한테 부모라고 할 자격이 없다. 당신들은 더 이상 부모가 아니니 앞으로는 이름을 부르겠다”고 폭언한 사실이 공소장에 담겼다.

이렇게 거친 싸움 끝에 두 형제가 얻은 것은 상처 뿐이다. 장남인 조현준 회장은 여러 건의 수사와 재판을 받았고 아직도 일부 혐의에 대해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조 전 부사장 역시 공갈 혐의로 기소되면서 두 형제는 2023년 나란히 사법적 판단을 받게 됐다.

조현준 효성 회장(왼쪽)과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재벌가 3남 중 장남과 차남인 두 사람을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분쟁을 일으켰다. 뉴스1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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