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연성 플라스틱에 불 붙자 '불똥비'…이런 화재는 다 탈 때까지 진화 불가능"

황기현 2022. 12. 31. 06: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문가 "플라스틱 방음판 연소 확산 속도 빨라…최초 발화 트럭 실린 파지도 영향 줬을 것"
"방음판 500°C까지 올라가면 불이 붙어서 아래로 떨어져 '불똥비'…소방대원 진입 장애물로 작용"
소방관 "화재 현장 고가도로고, 터널 내부에 차량 다수 남아 진화 더욱 어려웠을 것"
경찰·국과수 합동감식, 아직 정확한 발화 원인 밝혀지지 않아…감식반, 차량 배터리 전기 배선 수거
지난 2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 IC 인근 방음터널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 뉴시스

5명의 사망자와 41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 화재사건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신속한 화재 진압이 불가능한 조건이었다"라고 입을 모았다. 방음터널이 가연성 플라스틱 소재로 제작돼 연소 확산 속도가 빨랐고, 고가도로 위의 터널이라서 소방대원들의 진입도 어려웠다는 것이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30일 오전부터 합동감식을 벌였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발화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번 화재의 연소 속도 빨라던 이유와 관련해 "삼면을 둘러싼 재질이 PMMA(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라고 하는 플라스틱류이기 때문에 연소 확대가 빨랐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역시 방음판이 플라스틱 재질이었다는 점을 1차 원인으로 꼽으면서, 최초 발화한 트럭에 파지(破紙)가 실려있던 것도 화재 확산의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공 교수는 "파지를 실은 차에 불이 붙어서, 트럭 위에서 불이 나니까 천장으로 열기가 빨리 올라갔다"며 "그래서 천장이 불이 붙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29일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 화재 현장 모습 ⓒ 온라인 커뮤니티

아울러 "가연성 플라스틱 재질의 경우 일반적으로 '용융'이라고 하는 액체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플라스틱이 불길을 머금은 채 액체화되면 아래로 떨어지면서 불똥비가 돼 소방대원의 진입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공 교수는 "방음판이 한 500°C까지 올라가면 불이 붙어서 아래로 떨어진다"며 "(소방대원들이) 아래쪽에서 물을 뿌리는데, 위에서 불덩어리가 떨어지니까 (진입이) 쉽지 않은 것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방음터널 구조 자체가 진화에 어려운 형태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 교수는 "(이번 사건과 같은 화재 현장은) 사실 다 탈 때까지 거의 끌 수가 없다고 보면 된다"며 "측면이나 천장에 불이 붙었다고 가정해보자. 물을 뿌리면 물은 아래쪽으로 다 떨어진다. '로스율'이 높다는 뜻이다. 실제로 불을 끄는 물의 양은 20%가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방 당국이 아무리 물을 뿌려도 화재 진압에 쓰이는 양보다 무의미하게 새어 나가는 양이 더 많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가연성 소재가 불타 천장에 구멍이 뚫리면 진화는 더 어려워진다. 물이 구멍으로 다 빠져나가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며 "(이번 화재의 경우) 대부분 다 전소가 돼야만 꺼지는 형태"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 화재 현장에서 30일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소방관 A씨는 화재 현장이 고가도로인 점과, 터널 내부에 차량이 다수 남아 있던 점이 진화를 어렵게 했을 것으로 봤다. A씨는 "화재 현장인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은 하필 고가도로라서 화재 진압과 인명 수색에 난관이 많았을 것 같다"며 "만약 개활지에서 이 정도 규모의 화재가 발생했다면 그나마 수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관 B씨도 "터널은 무너질 수 있어서 위험하고, 화재 진압할 수 있는 방향이 한정적이다"며 현장 투입 소방대원들이 겪었을 어려움에 공감했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30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30분께까지 4시간 30여분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등 관계자 25명과 현장 합동감식을 벌였다.


감식결과, 이번 화재는 5t 폐기물 운반용 집게 트럭의 화물칸 우측 전면 하단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잠정 확인됐고, 사고 당시 양방향에 설치돼 있던 '터널 진입 차단시설' 중 일부는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정확한 발화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합동감식은 최초 불이 난 5t 폐기물 운반용 트럭의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 등에 중점을 두고 이뤄졌고, 불은 트럭 화물칸의 우측 전면 하단부에서 시작돼 인접한 방음터널로 옮겨붙은 것으로 파악됐다.


감식반은 차량의 배터리 전기 배선 등을 수거해 국과수 정밀감정 결과와 수사 상황 등을 종합해 화재 경위와 원인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