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본 눈 삽니다, 다시 돌아가도 챙겨볼 영화 [굿바이 2022]

이준범 2022. 12. 3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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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수많은 영화가 관객들을 만났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영향과 OTT의 약진으로 으로 영화 산업은 예전 같지 않았다. 거리두기가 없어지고 팝콘도 먹을 수 있게 됐지만, 전보다 개봉작수나, 관객수가 줄었다. 그럼에도 3년 만에 1000만 관객 영화가 나왔다. 기억에 오래 남을 국내외 수작도 많았다. 과거로 다시 돌아가도 챙겨볼, 안 본 눈을 사서라도 다시 보고 싶은 2022년 개봉 영화 네편을 돌아봤다.

‘우연과 상상’ 스틸컷

우연과 상상

제목만으로 ‘우연과 상상’이 어떤 영화인지 추측하기 어렵다. 영화를 본 이후엔 다른 어떤 제목이 더 나을지 떠올리기 어렵다. 각각 다른 세 편의 단편이 이어지는 ‘우연과 상상’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며 시작한 이야기는 대체 어디로 흘러갈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길로 발을 들인다. 평범한 일상에서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 숨 막히는 긴장감을 자아내는 상황까지 치닫는 스토리텔링이 압권이다. 다른 어떤 영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영화적 쾌감, 서사의 마법을 세 번이나 조금씩 다른 색으로 보여준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로 지난해 칸영화제 각본상, 올해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연출했다. 2022년 5월4일 국내 개봉해 2만6178명의 관객을 모았다. 왓챠에서 감상할 수 있다.

‘범죄도시2’ 스틸컷

범죄도시2

2022년 영화를 이야기할 때 ‘범죄도시2’를 빼고 설명할 수 있을까. 단순히 관객수 때문만은 아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답답했던 마음을 한 번에 뚫어주는 단순함과 통쾌함이 ‘범죄도시2’의 매력이다. 주인공 마석도(마동석)가 반드시 이길 걸 알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과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코미디의 매력이 폭발한다. 전 국민이 믿고 보는 배우 마동석과 손석구의 호흡도 대단하다. 올해 유일한 1000만 관객 영화다. ‘범죄도시’(감독 강윤성)에서 조감독을 맡은 이상용 감독이 연출했다. 배우 마동석이 제작하는 ‘범죄도시’는 8편까지 시리즈로 제작될 예정이다. 2022년 5월18일 개봉해 1269만3322명의 관객을 모았다. 디즈니+에서 감상할 수 있다.

‘헤어질 결심’ 스틸컷

헤어질 결심

기존 박찬욱 영화를 모두 챙겨본 마니아도 보기 전까진 ‘헤어질 결심’이 이런 영화일 줄 아무도 몰랐을 거다. 모든 장면과 모든 대사가 정교한 톱니바퀴처럼 맞아 돌아가는 영화다. 기존 상업영화에서 보지 못한 재미로 가득 차 있다. 대사와 인물의 매력만 봐도, 영상미와 음악과 촬영 구도만 봐도, 이야기의 구조와 흐름만 봐도 흥미롭게 볼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영화보다 n차 관람하는 관객이 더 많았던 영화이기도 하다. 예술성과 완성도 면에서 올해 가장 뛰어난 영화다. 여러 모로 다시 안 볼 이유가 없다. 영화를 연출한 박찬욱 감독이 올해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내년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에 1차 후보로 올랐다. 다수의 외신에서 올해의 영화로 선정됐다. 2022년 6월29일 국내 개봉해 189만3517명의 관객을 모았다.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감상할 수 있다.

‘놉’ 스틸컷

우주선이 나오고, 공포영화고, 어린 시절 트라우마와 영화를 다룬 영화지만, 외계인은 안 나오는 영화. 언뜻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지만, 모두 맞는 혼종 장르 영화가 ‘놉’이다. 사실 장르로만으로 ‘놉’을 설명할 순 없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소재와 장르 문법, 서사가 하나로 모여 한 편의 영화를 구성한다. 여러 결의 이야기가 층을 이뤄, 보는 시각에 따라 완전히 다른 영화로 해석할 여지가 많다. 독특한 색감과 시원한 촬영도 좋지만, 너른 벌판을 달려 나가는 장면에서의 쾌감이 대단하다.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각자 다른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움직이는 걸 구경하는 재미도 인상적이다. 올해의 영화 중 가장 영화다운 영화가 아닐까. ‘겟 아웃’, ‘어스’를 만든 조던 필 감독이 연출했다. 2022년 8월17일 국내 개봉해 41만5969명의 관객을 모았다. 웨이브에서 유료 구매로 감상할 수 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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