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하락장보다 무서운 멸망장 피하기 [이생안망]
<편집자 주> 입버릇처럼 ‘이생망’을 외치며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2030세대. 그러나 사람의 일생을 하루로 환산하면 30세는 고작 오전 8시30분. 점심도 먹기 전에 하루를 망하게 둘 수 없다. 이번 생이 망할 것 같은 순간 꺼내 볼 치트키를 쿠키뉴스 2030 기자들이 모아봤다.
‘법정 통화 이외 모든 가상자산은 전송이 중단된다’
몸이 굳었다. 볼을 꼬집었다. 꿈이 아니었다. 자산을 옮기려고 급히 출금 버튼을 눌렀지만 대기에 걸렸다. 약 2시간 동안 다운타임 후 예금 경고와 출금 중지 공지가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수백 번 새로 고침했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세계 3위 거래소가 망하다니.
안타깝지만 거래 중단 공지가 나오면 이미 늦었다. 코인이 상장 폐지되거나 서비스 업데이트로 거래가 중단돼도 일정 기간 입출금할 수 있다. 하지만 거래소가 갑자기 파산하면 사전 공지 없이 거래가 중단될 수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FTX에서 출금을 중단했을 때도 텔레그램 메시지와 홈페이지 공지가 전부였다. 혹시 모를 코인 거래소 파산에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지 정리했다.
불행은 가까이에, 망조 감지하기
망할 징조를 읽고, 피하는 게 상책이다. 거래소가 돌아가는 형국이 수상하다는 신호를 파악해 미리 자산을 옮겨야 한다. 결정적인 신호는 코인 거래소의 재무 건전성을 경고하는 보도와 경쟁사의 호들갑이다. FTX 파산 일주일 전인 11월2일 FTX 관계사 알라메다리서치의 재무상태가 부실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같은 시기 경쟁사들은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소식을 발표하며 투매를 부추겼다.
특금법 믿어볼까, 국내 거래소로 옮기기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파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거래소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주기적으로 자산 현황을 공시하기 때문이다. 공시에 따르면 현재 이들 거래소의 지급준비율은 100% 이상이다.
출금하는 방법은 세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거래소에 접속해 ‘지갑(Wallet)’이나 ‘입출금’을 누른다. 그리고 ‘전송(Withdrawal)’ 혹은 ‘출금하기’를 누른 후 송신할 화폐를 선택하면 된다. 두 번째로 금액과 입금할 주소를 입력할 차례다. 입금 받을 거래소에 접속해 주소를 가져와야 한다. 예를 들어 FTX에서 업비트로 보내고 싶으면, 업비트에 접속해 ‘입금하기’를 누르고 ‘주소 복사하기’를 선택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복사된 주소를 FTX 출금 주소에 넣는다. 이때 보이는 주소와 같은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출금 내용을 한 번 더 확인하고, 하단 화살표를 슬라이드 한 다음 구글 OTP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인증번호 6자리를 입력하면 된다. OTP 앱이 아닌 ARS 인증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믿을 곳은 나뿐, 개인 지갑으로 옮기기
거래소 자체를 믿지 못하겠으면 개인 지갑에 보관하자. 개인 지갑은 핫월렛과 콜드월렛으로 나뉜다. 핫월렛은 인터넷이 연결된 온라인 지갑이다. 해킹당할 위험이 있으나 편의성이 좋아 많이 쓰인다. 웹브라우저나 모바일 앱으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콜드월렛은 인터넷과 연결하지 않고, 휴대용 저장장치 USB나 외장용 하드 등 실물 기기에 생성하는 지갑이다. 보안성이 높지만 기기를 분실하면 지갑에 있던 가상화폐도 함께 날아간다.
개인 지갑마다 거래할 수 있는 코인이 다르다. 코인사에서 제공하는 지갑은 특정 코인만 지원하니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여러 코인을 전송하거나 거래할 수 있는 ‘멀티월렛’도 특정 코인과 호환되지 않을 수 있다. 지갑을 만들기 전, 자신의 코인과 호환되는지 확인하자.
거래소에서 개인 지갑으로 자산을 옮기는 방법은 거래소에서 거래소로 옮기는 방법과 유사하다. 다만 옮길 거래소의 주소 대신, 개인 지갑의 주소를 복사해 입력해야 한다. 국내 거래소에서 지원하는 개인 지갑이면 거래소에 개인 지갑을 등록할 수도 있다. 국내 거래소에서 지원하는 개인 지갑 역시 거래소마다 다르므로 미리 확인하자.
지갑도 노린다, 보안에 신경 쓰기
개인 지갑 사용자는 시드구문(계정 소유권 인증을 위한 무작위 단어 조합)나 니모닉키(복구 코드)를 안전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계정 소유권 인증과 지갑 복구엔 시드 구문과 12·24개 단어로 이루어진 니모닉 키가 필요하다. 대부분 이용자는 이를 외우는 대신 사진, 이메일, 핸드폰 메모 등으로 기록한다. 해커들은 이 니모닉키와 지갑 계정 정보를 정보유출 악성코드나 유명 가상화폐 지갑을 사칭한 피싱 웹사이트·앱 유포해 노린다. 따로 종이에 적어두거나, 평소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는 하드웨어 지갑을 사용해 보안성을 높일 수도 있다. 최신 보안 패치를 적용하고, 로그인 비밀번호 외 이중 인증을 사용하는 등 보안 수칙 역시 지켜야 한다.
MPC(Multi-Party Computation) 기술을 적용하는 ‘셀프-커스터디 지갑’을 사용해 키 분실 위험에 대비할 수도 있다. MPC는 금고 열쇠 1개를 3명이서 나눠 갖는 기술이다. 구성 요소 중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시스템이 망가지기 때문에 세 명 모두 모여서 서로 열쇠를 공유해야만 금고를 열 수 있다. MPC를 활용하면 해커가 한 명이 가진 키를 해킹해도 다른 사람이 가진 키까지 알아야 가상화폐를 훔칠 수 있어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
송금하려는 지갑이 범죄에 연루됐는지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이상 거래 여부를 확인하는 기능을 탑재한 지갑이 있다. 송금하는 지갑 주소를 입력하면, 범죄 연루 여부 또는 사기·위험 거래 신고 여부 등을 경고해준다.
해킹은 무서워, 앱 삭제하기
자산을 옮긴 후 이전 거래소 앱은 바로 삭제하자. 앱을 통해 해킹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거래소 홈페이지에도 접속하지 말고, 파산한 거래소의 밈 코인 등 관련 상품에도 투자하지 말자. 실제로 FTX 출금 금지 후 8700억원 정도의 가상화폐가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다. 밈 코인을 생성한 해커가 2189억원 상당의 토큰을 한 지갑에 이체한 다음 탈중앙화 거래소(DEX)에서 판매하는 일도 있었다.
언젠가 열린다, 일단 기다리기
출금이 이미 중단된 상황이면 거래소에서 인출을 재개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아직 희망은 있다. 지난 1일 FTX 일본 자회사인 ‘FTX 재팬’은 금융당국에 인출 재개를 위한 로드맵을 공유했다. 인출 서비스가 재개되면 FTX 재팬 이용자들은 거래소에 있는 가상화폐와 법정화폐를 거래할 수 있다. 인출 재개 소식이 없는 FTX와 FTX US는 시간이 더 걸릴 예정이다. 수년 동안 파산 절차를 거쳐 자금의 10~25% 정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취재 도움=안랩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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