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날 태연한 이기영…닷새뒤 “사람 죽일수있냐” [영상]
동거 여성과 택시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범행 당일은 물론 시신을 유기한 이후에도 태연하게 행동해 온 모습들이 속속 공개됐다.
30일 SBS는 이기영이 지난 20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합의금을 주겠다며 60대 택시기사를 파주시 집으로 유인해 데려온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을 입수해 공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이기영의 흰색 SUV 차량이 들어온 뒤 곧바로 택시 1대가 따라 들어온다. 이어 이기영과 피해자인 택시기사는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다. 당시 술을 마신 상태였던 이기영은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택시기사에게 무언가 말을 하기도 한다.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이기영이 먼저 내리고 택시기사가 그 뒤를 따른다. 범행 전 이들의 마지막 모습이다.
이날 이기영은 일산의 한 식당에서 여자친구 가족과 술을 마셨고, 여자친구의 만류에도 운전대를 잡았다. 음주운전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택시와 교통사고를 냈다. 이기영은 택시기사에게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충분한 합의금을 주겠다고 제안해 집으로 유인한 뒤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이후 이기영의 행적도 일부 드러났다. 이기영은 택시기사를 살해한 지 닷새 뒤인 지난 25일 크리스마스 새벽, 경기도 고양시에서 처음 본 남성 5명에게 음식값을 대신 내주겠다고 접근해 식당으로 데려와 함께 식사를 했다. MBC가 입수해 공개한 식당 CCTV 영상에 따르면, 이기영은 태연하게 웃는 얼굴로 다리를 꼬고 앉아 술을 따르며 대화를 주도했다. 남성 일행 중 한 명에게 결제하라며 자신의 신용카드를 건네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기영은 남성들에게 “건물이 8개 있고 돈이 많은데 같이 일하겠냐”고 과시하고 “사람을 죽일 수 있냐”고 묻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넌 내가 돈 주면 내가 시키는 거 다 할 수 있냐. 사람도 죽일 수 있냐”고 물었다는 게 당시 자리에 있던 제보자의 말이다.
식사를 마친 뒤 식당을 나온 뒤 이기영은 갑자기 남성들에게 시비를 걸었다. 그가 한 남성의 얼굴을 때린 뒤 이 남성이 자신의 멱살을 잡자 이기영은 머리로 치받으며 공격했다. 바닥에 넘어졌다 일어선 뒤에도 계속해서 시비를 걸었고, “끝까지 쫓아가 죽이겠다”는 협박성 발언도 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인 낮 12시쯤 이기영은 근처 병원에서 다친 손을 치료받던 중 경찰에 체포됐다. 이기영의 옷장에서 시신을 발견했다는 여자친구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그의 동선을 추적해 식당 CCTV 영상을 확인한 뒤 병원으로 찾아간 것이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기영이 지난 8월 자신이 살고 있던 집주인이자 전 여자친구였던 50대 여성을 살해해 파주시 공릉천변에 유기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기영은 전 연인인 동거녀를 살해한 배경에 대해 “다투다가 자전거 수리 장비를 우발적으로 던졌는데 숨졌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금전적 이유로 인한 범행일 수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이날 JTBC가 보도했다. 피해 여성에게 3억5000만원을 빌린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돈을 갚지 않기 위해 살해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기영은 범행 이후 택시기사의 신용카드로 귀금속을 구입하고 술값과 유흥비를 결제하고 대출까지 받았는데 이 금액을 합하면 약 5000만원에 달한다. 동거녀를 살해한 뒤에도 그의 신용카드를 2000만원가량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거녀 명의로 1억여원의 채무가 있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기영은 택시기사 살해 뒤 고인의 전화기로 닷새 동안 유족과 태연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피해자 행세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동거녀를 살해한 뒤에도 그의 휴대전화를 직접 관리하며 메신저 프로필 사진까지 두 차례 바꾸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꾸미려 했던 것이다.
경찰은 이기영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아직 발견되지 않은 동거녀의 시신을 찾는 등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또 이기영이 거주하던 동거녀의 집안 곳곳에서 나온 혈흔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에 감식 의뢰했다.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사이코패스 검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아울러 경찰은 이기영이 추가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수사 중이다. 이기영의 통신기록을 통해 동선을 확인하고, 연락이 닿지 않는 주변인들의 안전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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