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숍은 살아 움직인다, 비이커가 브랜드를 발굴하는 법 [비크닉]
남과 다르게 입고, 패션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하는 '패피(패션피플)'들이 열광하는 곳이 있다. 패션 바이어들이 국내외에서 발굴해 엄선한 옷을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곳, 바로 편집숍이다. 과거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 의류 제품을 선별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는 '테스트베드'였다면, 편집숍은 이제 브랜드를 발굴·개발하고, 자신만의 상품을 만들어 판매해 수익을 내는 '패션 플랫폼 브랜드'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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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숍의 쓸모는 트렌드를 빠르게 읽어내는 것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편집숍 브랜드인 비이커는 10년 전인 2012년 서울 청담동과 한남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편집숍 사업을 시작했다. 그동안 메종키츠네, 아미, 르메르 등 신(新)명품에 등극한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낫띵리튼, 더오픈프로덕트, 유스, 테켓 등 수많은 국내 신진 브랜드를 직접 키우기도 했다.
브랜드 발굴에 필요한 안목은 어떻게 길러야 할까. 이윤경 그룹장은 "항상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옷을 좋아하고 좋은 패션을 보는 눈은 기본기"라며 "실제로 비이커 바이어 중엔 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 패션을 소개하는 인플루언서도 많다"고 했다. 패션을 좋아하고 이를 찾는 사람이어야 좋은 브랜드와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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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되면 키워보고, 안 되면 빠르게 아웃
비이커는 시장에 안착한 몇 안 되는 국내 편집숍 모델이다. 2019년 손익분기점(BEP)을 넘기며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사업이 안정 궤도에 들면서 오리지널(PB) 상품도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국내외 디자이너 브랜드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오리지널 상품이 문턱을 낮췄고, 지금은 비중도 전체 대비 20% 수준으로 올라왔다.
종잡을 수 없는 패션 시장에서 그동안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이건 뜨겠다' 싶어 제품을 바잉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반응이 별로인 제품도 종종 있었다. 그럴 땐 제품 구성을 조금씩 바꿔 새로운 분위기로 다시 브랜드를 어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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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숍 브랜딩, 제대로 보여주는 건 플래그십 스토어
해외 브랜드 일색이었던 편집숍이 지금은 국내 브랜드에도 많은 자리를 내주고 있다. 과거엔 국내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패션 브랜드를 수입해 보여주는 것에 주력했다면, 요즘은 잠재력 있는 '좋은' 국내 브랜드를 찾아내 소개하는 것이 편집숍 트렌드가 됐다. 다만 세계적으로도 패션에 민감하기로 정평 난 한국 패션피플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해외 브랜드보다 경쟁이 매우 치열한 것이 현실.
이 그룹장은 "국내 브랜드는 유행 주기(브랜드가 인기를 얻고 잃는 시간)가 매우 짧다. SNS에서 뜨는 브랜드라고 해서 편집숍에 들여놓았다가 어느 날 소리소문없이 관심에서 멀어지고, 또 다른 브랜드가 뜬다"며 "무신사, W컨셉 등 온라인 플랫폼 덕분에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도 브랜드를 론칭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이커가 엄선한 국내 브랜드는 공간이 한정적인 백화점 매장 대신 한남·청담·성수 등 플래그십 스토어 세 곳에서 볼 수 있다. 여기엔 이유가 있는데, 이 그룹장에 따르면 "매장 수가 많은 백화점 매장 매출이 훨씬 높지만, 비이커를 제대로 보여주는 건 플래그십 스토어"이기 때문이다. 백화점은 캐시카우, 플래그십은 편집숍의 DNA가 담긴 정체성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서로의 역할이 다르다는 의미. 플래그십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 선봉장 역할도 하는데, 이번 성수동에 세 번째 매장을 낸 이유 역시 새로운 지역 발굴 차원에서다.
이 그룹장은 "성수동은 소규모 디자이너부터 명품까지 다양한 콘텐트의 집합체로 변화하는 곳"이라며 "활발하게 젊은 층을 유입할 수 있는 '컬처 블렌딩 유니언'이라는 비이커의 콘셉트와 맞닿아 있어 플래그십 스토어에 적합한 장소"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비이커 성수와 같은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브랜드 '비이커'가 지향하는 컨셉추얼한 이미지와 분위기를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민 기자 park.y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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