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무대 종횡무진 원희룡, 고향에 발목?…野, 제주2공항 태클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에 제2공항을 건설하는 문제가 최근 제주 신구(新舊) 권력 간 대결구도로 비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영훈 제주지사가 전임 지사였던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향해 연일 제2공항 관련 입장표명을 촉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군사 공항 활용설’까지 겹치면서 제주 제2공항 추진 이슈가 여야 간 새로운 전선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토부 용역 보고서 샅바싸움에 ‘제주 核기지’ 논란 겹쳐
오영훈 제주지사는 28일 오전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부가 제주 제2공항 전햑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용역 결과를 두 달이 넘도록 공개하지 않고, 복사도 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며 “제2공항 건설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오 지사는 “원 장관이 아예 면담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위성곤·김한규·송재호 민주당 의원 등 제주 지역 의원 전원이 배석했다.
오 지사는 “10월에 보고서가 나왔다”며 연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는 “환경부와 협의를 거쳐 발표할 사항”이란 입장이다. 양측의 논란이 반복되는 가운데 당초 29일 예정이던 국토부의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착수’ 보도자료 배포는 관계기관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미뤄졌다.
여기에 “북한 핵공격 임박 시 미국 핵무기의 한반도 전진배치을 추진하고, 한국 배치 시 제주도가 최적”이라고 적힌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위 보고서가 외부에 공개되면서 논의에 불을 지폈다. 해당 보고서엔 “제주도에 미국 전략폭격기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 건설 및 핵무기 임시 저장시설 구축 검토(제주 신공항 건설 시 이를 고려하여 추진)”라는 구절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특위 관련 내용은 일부 위원 개인 의견일 뿐 최종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아니다”라고 해명했고, 국토부도 “제주 제2공항은 순수 민간공항으로 건설ㆍ운영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총공세에 돌입했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3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평화의 섬 제주에 핵 기지가 웬 말이냐”라며 “원 장관은 도지사 재임 시절 제주 제2공항 군사 공황 활용에 반대한다고 공언했다. 왜 용역 보고서 감추느냐”고 주장했다. 오 지사도 “원 장관은 군사공항을 만들자는 요구에 찬성했는지 밝히라”고 압박했다.
원희룡 종횡무진에 태클? “2024년 총선 겨냥 野 전략” 분석도
제주 제2공항 추진·백지화를 둘러싼 여야의 입장 차이가 반영된 논쟁이란 해석도 있다. 서귀포시 성산읍 제2공항 추진이 원 장관의 재선 시절 핵심 정책인 데다, 윤석열 대통령 공약 및 국정과제이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에선 제2공항 추진에 대해 환경·안전 문제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2009년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이용했던 정석비행장(서귀포시 표선면)을 제주공항의 보조공항으로 사용하자는 ‘제2공항 백지화’의 구체적 대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논란은 향후 2024년 제주 지역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2월 제주도기자협회 소속 9개 언론사가 진행한 ‘제주 제2공항 전체 도민 여론조사’에서는 ▶한국갤럽 ‘반대’ 47.0%, ‘찬성’ 44.1% ▶엠브레인퍼블릭 ‘반대’ 51.1%, ‘찬성’ 43.8%로 반대가 우세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관계자는 “2024년 총선을 뜨겁게 달굴 이슈”라고 했고,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그래도 제주 민심이 좋지 않은데 북핵특위 보고서 같은 내용이 나오면서 여론에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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