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여자 월드컵, 아시안게임… 새해도 빅 이벤트 쏟아진다
올해에 이어 새해에도 그간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던 대형 스포츠 국제대회들이 줄줄이 개최된다. 야구 대표팀은 6년 만에 돌아온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명예 회복을 꾀한다. 축구에선 ‘카타르 16강’의 열기가 식기 전에 U-20(20세 이하) 아시안컵과 월드컵, 여자 월드컵이 차례로 배턴을 넘겨받는다. 가을엔 항저우아시안게임이 기다린다.
2006년 제1회 WBC는 국제무대에서 한국 야구의 높은 경쟁력을 선보였다. 박찬호를 비롯한 해외파와 이종범 등 국내파가 고른 활약을 펼치며 6승 1패 최종 순위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승 우승의 금자탑을 쌓아 올린 대표팀은 2009년 제2회 WBC에서도 준우승을 거두며 황금기를 보냈다.
하지만 영광은 거기까지였다. 2013년 3회 대회에선 네덜란드에 5대 0 영봉패를 당하며 2라운드 진출조차 못 하는 수모를 당했다. 4년 뒤 열린 4회 대회는 더했다. 서울 한복판 고척스카이돔에서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에 두 경기를 내리 내주며 역시 1라운드에 짐을 쌌다.
졸전은 다른 국제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참가국 중 유일하게 프로로만 팀을 구성한 아시안게임에선 실업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대만에 2대 1로 졌고, 도쿄올림픽에선 참가국 6개국 중 4위에 그쳤다.
내년 5회 WBC를 맞는 ‘이강철호’의 여건이 특별히 좋다고 하긴 어렵다. 2017년 열린 지난 대회 이후 한국 야구의 전성기를 몸소 겪었던 베테랑들은 줄지어 그라운드를 떠났다. 봉중근 정근우 이범호 이대호 등 한결같이 대표팀의 중심을 잡아줬던 주역들이었다. 이후 대표팀 전체에 걸쳐 세대교체가 매끄럽게 이뤄졌는지는 미지수다. 30대 중반에 들어선 김광현이 여전히 리그에서 압도적 에이스로 군림하는 실정이다.
적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야구 최강국 지위를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은 각각 마이크 트라웃과 오타니 쇼헤이를 앞세워 ‘역대급’ 로스터를 꾸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스타의 산실과도 같은 북중미 국가들은 물론이거니와 야구 불모지로 알려진 국가를 상대로도 마냥 마음을 놓을 순 없다. 부모의 국적과 출생지 중 원하는 국가를 선택해 대표팀으로 출전할 수 있을 정도로 규정이 느슨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 규정을 활용해 이언 킨슬러가 이스라엘 대표팀에서 뛴 바 있다.
이겨야 할 이유는 그 어느 때보다 명백하다. 단순한 명예 회복 이상의 문제가 걸려 있다. 2000년대 황금기 이후 10여 년간 한국 야구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리그 수준과 그 기저의 선수 육성 및 관리 인프라가 어느 정도인지 한눈에 가늠할 잣대기 때문이다.
이강철호 30인의 최종 명단은 내년 2월 7일까지 WBC 조직위 측에 제출된다. 이들은 이후 같은 달 중순부터 2주간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 다음 한국을 거쳐 1라운드 무대 일본으로 향한다. 대망의 첫 경기는 호주를 상대로 3월 9일 열린다. 다음 맞수는 14년 만에 같은 조로 WBC에서 만난 숙적 일본이다. 일본전은 이튿날 황금시간대인 오후 7시 중계된다.
월드컵 16강의 여운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한 축구팬이라면 내년도 올해 못잖게 즐거운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주요 국제 대회가 촘촘한 간격으로 예정돼 있다.
카타르발 축구 열풍을 이어갈 첫 주자는 ‘젊은 호랑이’ U-20 대표팀이다. 이들은 김은중 감독 지휘하에 내년 3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리는 U-20 아시안컵에 출전한다. 타지키스탄과 요르단, 오만과 같은 C조다. 조별리그 통과를 무난히 기대할 만한 대진이다.
관건은 그다음 8강전이다. 바로 옆 D조에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모두 속해 있다. 사우디는 1986·1992·2018년, 일본은 2016년 U-20 아시안컵 우승국으로 만만찮은 적수다.
여기서 4강 안에 들면 그로부터 두 달 뒤 열리는 U-20 월드컵 출전권이 부여된다. 한국 U-20 대표팀은 직전 대회인 2019년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거뒀다. 남자 축구 대표팀 사상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최고 성적에 빛나는 쾌거였다. 특히 이강인은 골든볼을 수상하며 펄펄 날았다.
여름엔 ‘누님’들 차례가 돌아온다. FIFA가 주관하는 여자 월드컵이 호주와 뉴질랜드 공동 개최로 7월 20일 막을 올린다. 여자 축구대표팀 사상 첫 외국인 감독인 콜린 벨 감독의 지휘 아래 한국은 지난 1월 AFC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거두고 본선 출전권을 따냈다.
본선에선 독일, 모로코, 콜롬비아와 같은 조에 배정됐다. 유럽 최강국이자 두 차례나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독일이 독보적 1강으로, 다른 두 팀은 비교적 해 볼만하다. 한국의 역대 최고 성적은 2015년 기록한 16강이었다. 여자 대표팀이 조별리그를 통과할 경우 이와 타이기록을 세우는 동시에 남녀 대표팀 동반 월드컵 16강이란 새 지평을 열게 된다.
가을엔 하계 종합 스포츠 축전이 기다린다. 코로나19 유행 탓에 1년 미뤄진 항저우아시안게임이 내년 9월 말 막을 올릴 예정이다. 482개 세부종목을 둘러싸고 각국이 진검승부를 벌이게 된다.
여러 종목의 젊은 스타들이 아시안게임을 통해 기량을 뽐낼 전망이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수영의 간판으로 성장 중인 황선우(19), 올해 육상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론 최초로 은메달을 따낸 높이뛰기 우상혁(26), 도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부녀 메달리스트에 등극한 기계체조 여서정(20) 등이 대표적이다.
성적 면에선 이번 대회도 한·중·일 3국이 판세를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올림픽 후광을 등에 업은 일본과의 격차를 어떻게 줄일지가 현실적 과제다. 직전이었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49개를 거둬 각각 132개와 75개를 수확한 중국·일본에 이어 종합 성적 3위를 기록했다. 전체 메달 개수에서도 177개로 중국(289개) 일본(205개)에 뒤처졌다. 24년 만에 일본에 2위 자리를 다시 내주게 됐다.
항저우아시안게임이 남다른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또 있다. 이듬해인 2024년 곧바로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이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반드시 두 대회 성적이 직결되리라 볼 순 없지만 전초전·탐색전 성격이 평소보다 짙은 것 또한 사실이다.
아시안게임과 별개로 종목별 주요 세계선수권대회도 잇따라 예정돼 있다. 연초엔 남자 핸드볼 대표팀이 첫 주자로 나선다. 2023-2024시즌부터 프로리그가 출범하는 만큼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3월엔 빙상 대표팀들이 연이어 국제무대에 나선다.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순으로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특히 쇼트트랙의 경우 대표팀 안방 격인 서울에서 개최된다. 5월과 7월, 8월엔 태권도와 수영, 육상이 차례로 뒤따른다. 연말엔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며 마지막 주자로 한 해를 마무리할 전망이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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