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의 헌책방] 끝이 좋으면 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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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심리가 대개 그렇듯 좋았던 일보다 나빴던 때가 더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2022년에 무슨 일이 있었나 돌이켜보면 이런저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드라마 회상 장면처럼 툭툭 내 눈앞을 지나간다.
나쁜 일은 작은 것이라도 마음에 큰 상처를 준다.
이 손님과 대화를 나눈 이후로 나도 종종 좋은 일 목록을 써두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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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심리가 대개 그렇듯 좋았던 일보다 나빴던 때가 더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2022년에 무슨 일이 있었나 돌이켜보면 이런저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드라마 회상 장면처럼 툭툭 내 눈앞을 지나간다.
몇 년 전 이맘때 헌책방 손님에게 들었던 작은 조언 하나가 나의 이런 어두운 생각들을 조금은 밝은색으로 바꿔준 계기가 됐다. 가게에 들어와서 가만히 책 구경을 하는 것뿐인데도 왠지 모르게 얼굴이 환하던 그 손님의 조언은 아주 단순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에 ‘끝이 좋으면 다 좋아’라는 게 있는데 주인장은 읽어보셨나요?” 손님은 대뜸 내게 그렇게 물었다. 나는 연극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희곡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글로 읽은 것은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 밤의 꿈’ ‘햄릿’ 정도였다. ‘끝이 좋으면 다 좋아’라는 작품은 솔직히 제목조차 처음 들어봤다.
‘끝이 좋으면 다 좋아’는 제목처럼 줄거리 대부분이 주인공 헬레나의 역경으로 가득하지만, 마지막엔 여러 가지 어려운 주변 환경을 극복하고 마음에 뒀던 버트람과 결혼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손님은 이 작품의 제목처럼 일 년 동안 여러 일이 있었겠지만, 연말을 좋은 기억으로 마무리하면 새로운 해도 즐겁게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말이야 쉽지, 좋은 기억으로 마무리한다는 게 맘대로 될 리가 없다. 내가 그렇게 반론하자 손님은 재킷 주머니 안에서 작은 노트를 꺼내서 보여줬다. 거기엔 기분 좋았던 일들을 따로 정리한 목록이 적혀 있었다. “주인장의 말씀대로 안 좋은 기억이 좋은 기억보다 오래 기억에 남죠. 그래서 저는 평소 기쁜 일이 있을 때 잊지 않도록 이 수첩에 즉시 기록해둡니다.”
수첩을 받아 살펴보니 왜 굳이 이런 것까지 적어뒀을까 싶을 정도로 사소한 일도 여러 개 있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대답이 참으로 우문현답이었다. 나쁜 일은 작은 것이라도 마음에 큰 상처를 준다. 그런데 왜 좋은 일은 작은 것에 크게 기뻐하지 못할까? 손님은 그 이유가 작은 기쁨이 주는 행복의 크기를 우리가 자주 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잊지 않기 위해 좋은 일은 아무리 사소해도 적어 놓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적어 놓고 나중에 읽어보면 당시엔 별것 아닌 일이라도 의외로 좋았던 기억이 많습니다. 이런 일들이 그냥 잊히고 말면 너무 아쉽잖아요?”
손님은 이렇게 한 해 동안 적은 좋은 일 수첩을 연말에 훑어보면서 정말 기뻤던 일 3가지를 뽑는 게 자신만의 송년회 이벤트라고 했다. 그리고 이런 의식을 통해 한 해를 즐거운 마음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 손님과 대화를 나눈 이후로 나도 종종 좋은 일 목록을 써두곤 한다. 자, 과연 올해는 어떤 좋은 일이 있었을까? 물론 안 좋은 기억도 많지만 그건 지금 생각하지 말자. 실수하고 실패한 일도 더러 있었지만, 끝이 좋으면 다 좋으니까. 오늘은 잠들기 전 좋았던 일 딱 세 가지만 떠올려봐야겠다.
윤성근 이상한나라의헌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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