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공조 다지며 원칙적 대응 긍정적… 대화 노력 아쉬움”
올 한 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올해에만 총 42차례(12월 27일 기준) 발사했다. 지금껏 도발 수위가 가장 높았던 해로 꼽히는 2016~2017년을 상회한다. 여기에 북한은 핵무력 법제화까지 선포하며 핵 위협을 노골화했다. 북한이 대남·대미 도발을 멈추지 않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킴에 따라 윤석열정부의 대북 관련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당장 남북관계를 개선시킬 ‘뾰족수’를 찾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집권 첫해에 한·미 공조를 굳건히 다지면서 북한에 대해 원칙대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럼에도 북한의 도발 강도가 날로 세져 안보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것은 윤석열정부에 뼈아픈 대목이다. 지금과 같은 대결 국면이 이어지는 한 남북관계의 주도권은 북한이 쥘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위성락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미 북한은 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도발 모드를 강화하고 있었다”며 “정부가 점증하는 도발에 대처하면서 억지력을 강화시킨 건 성과”라고 말했다. 위 전 본부장은 특히 한·미동맹과 연합군사훈련을 통해 대북 억지력이 강화된 점을 높이 평가했다. 공고한 한·미 공조를 토대로 대북 억지력이 증대될수록 북한은 무력 도발과 핵무기 보유 비용이 커진다고 인식할 공산이 크다. 그만큼 북한에 비핵화를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문재인정부에서는 독자적으로 다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말했지만 쇼에 불과한 것이 많았다”며 “(윤석열정부는) 전 정부와 확실히 다르다”고 평가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비핵화에 중점을 둔 대북정책을 북한에 각인시키는 데는 분명히 성공했다”고 말했다. 차 센터장은 “전통적으로 북한이 과연 위협이냐 아니냐를 두고 한·미 간 이견이 끊임없이 존재해 왔다”면서 “(윤석열정부 들어) 북한을 위협적 요소로 보는 데 한·미 간 이견이 없어졌다는 것이 성과”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일관되게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밀어붙이는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비핵화에 대해 한국이 중심을 잡고 분명하게 원칙을 지키겠다고 밝힌 점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무력 도발에 일일이 맞대응하는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한·미가 예정된 연합훈련을 진행하면서 북한의 도발에 자위적 차원으로 대응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자칫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 전 본부장은 “북한 대응에 있어 모든 것을 대증적으로, ‘팃포탯’(tit for tat·맞받아치기)식으로 대응해 악순환의 구조에 매몰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대강’ 대치 국면을 조성해 비핵화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것이 북한의 목적인데, 우리가 이에 즉각적인 반응만 하다 보면 북한의 전략에 끌려 들어가게 된다는 얘기다.
정부가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는 보이지만 막상 이를 뒷받침하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나름대로 북한과 대화를 하기 위한 낮은 단계의 역할은 하고 있다”면서도 “남북 대화의 여건을 마련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양 총장은 “통일부 장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대화의 문을 열고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여기엔 남북 상호 존중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2023년에도 북한은 한층 공세적인 대남·대미 기조로 무력 도발 수위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상반기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7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새해 남북관계도 “상당히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박 교수는 “북한에서도 코로나19 사태가 차츰 누그러지고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방역정책을 바꾸면서 북한 경제는 최소한 올해보다는 좋아질 것”이라며 “북한이 장기전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위 전 본부장도 “도발은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ICBM과 핵실험 등 도발이 추가적으로 있을 수 있어 남북 긴장 국면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처럼 날로 고조되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다. 차 센터장은 “북한은 계속 자기 방식대로 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한반도 긴장을 낮출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이 없다”면서 “(어떻게든)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공조 강화에 따라 삐걱거릴 가능성이 큰 대중·대러 관계를 잘 관리하는 것도 숙제로 꼽힌다. 차 센터장은 “앞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직간접적인 압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과제”라고 지적했다. 위 전 본부장은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더라도 어느 수준까지 강화할지 (중·러가) 예측이 가능하게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끝없이 (한·미·일) 공조 강화의 길로만 갈 수는 없기 때문에 중·러에 대해서도 얼마만큼의 대화 여지를 남겨두느냐 하는 한국적 좌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용일 김영선 정우진 기자 mrmonst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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