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이없는 방음터널 화재, 경고는 무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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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0일 전국의 방음터널을 전수조사하고 화재에 취약한 소재를 쓰는 공사를 전면 중단키로 했다.
도로를 지나던 폐기물 집게 트럭에서 발생한 화재는 플라스틱 소재의 방음터널로 옮겨붙으며 확산됐다.
방음터널 방음벽은 강화 플라스틱인 폴리케나크릴산 메틸(PMMA)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일반 플라스틱보다 열기에 강하지만 불에 타지 않는 불연 소재는 아니라고 한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은 방음터널에 불연 소재를 사용하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규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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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없는 안전사각지대
사후약방문은 그만할 때
정부가 30일 전국의 방음터널을 전수조사하고 화재에 취약한 소재를 쓰는 공사를 전면 중단키로 했다. 국가가 관리하는 55개와 지자체가 관리하는 방음터널들이 대상이다.
정부가 부산하게 방음터널 대책을 내놓은 것은 전날 경기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에서 발생한 참사 때문이었다. 도로를 지나던 폐기물 집게 트럭에서 발생한 화재는 플라스틱 소재의 방음터널로 옮겨붙으며 확산됐다. 화재는 2시간 만에 진화됐으나 830m 길이 방음터널 중 600m 가량이 전소됐고, 차량 45대가 불탔다. 터널을 가득 메운 화염과 연기로 차량 안에 있던 5명이 숨지고 41명이 다쳤다. 평화롭게 달리던 도로에서 일어난 어이없는 참사였다.
이번 사고도 부실한 안전 대책이 원인이었다. 방음터널 방음벽은 강화 플라스틱인 폴리케나크릴산 메틸(PMMA)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일반 플라스틱보다 열기에 강하지만 불에 타지 않는 불연 소재는 아니라고 한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은 방음터널에 불연 소재를 사용하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규정이 없다. 방음터널은 일반 터널로 분류되지 않아 소방 설비 설치 의무가 없고, 시설물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안전 규정도 없고, 관리도 되지 않았던 일종의 안전 사각지대였던 셈이다.
방음터널 소재가 위험하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지난 2012년 한국도로공사는 PMMA의 화재 가능성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2년 전에는 경기 광교 근처 고가도로 방음터널을 지나던 승용차에 난 불이 방음벽에 옮겨붙는 사고가 발생했다. 감사원도 지난해 말 방음터널 방음벽이 화염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경고와 사고들이 무시됐고, 결국 사상자 46명이라는 대형사고가 벌어졌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았지만, 결국 사후약방문이다. 모든 사고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위험성이 지적되고 비슷한 사고가 벌어졌다면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두 달 전 벌어진 이태원 참사도 그랬지만, 이번 사고도 조금만 서둘렀다면 막을 수 있었다. 안전 대책은 불편하고 비용도 많이 들고 그럴듯한 표시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소홀히 하다보면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누구에게 미룰 일이 아니다. 정부와 공공기관, 지자체와 시민 모두가 나서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의 낮은 안전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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