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혁 기자의 ‘예며들다’] “사랑한다” 빈말 말고 기독인 자부심 심어라
몇 년 전, 섬기던 교회 청년부를 총괄하던 목사님은 늘 주일예배 설교 단상에 오를 때면 청년들을 향해 “지난 한 주간 여러분들이 너무 보고 싶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외쳤다. 적절한 유머를 곁들여가며 완급을 조절한 호소력 있는 그의 목소리에 설교 시간 분위기도 좋았다. 하지만 강대상에서 내려온, 교회를 오가며 마주한 목사님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목회 외적인 일로도 퍽 바빴는지 미간은 늘 살짝 올라가 있었고, 길에서 마주친 청년과는 데면데면하며 상투적인 인사만 건넸다. 그래서인지 강대상에서 외치는 “보고 싶었다”는 말이 매번 마음에 와닿지 않고 공허한 외침으로 들렸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한국리서치가 지난 7일 발표한 ‘2022 종교인식조사’에 따르면 개신교 호감도는 100점 만점에 31.4점으로 불교(47.1점)나 천주교(45.2점)보다 매우 낮았다.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개신교를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가 전체의 49%에 달해 불교와 비교하면 거의 2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한국교회를 향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은 이제 “아프다”는 말조차 무뎌질 만큼 익숙해졌다. 코로나19를 지나며 신앙심은 있지만 교회는 다니지 않는 ‘가나안 성도’가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주변을 둘러봐도 청년층을 비롯한 다음세대는 교회에 굳이 나가지 않아도 크게 삶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느끼게 된 듯했다. 오히려 일요일 교회에 나가지 않음으로 인해 생긴 시간적 여유로움이 주는 달콤함도 맛보고 있었다.
교회가 사람들에게 특히 다음세대에게 왜 매력적이지 않을까를 생각해봤다. 나단 푸시 전 하버드대학교 총장이 과거 한 연설에서 청년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5가지 요소로 ‘흔들 수 있는 깃발’ ‘변하지 않는 신념’ ‘따를 수 있는 지도자’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꼽았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특히 ‘흔들 수 있는 깃발’과 ‘따를 수 있는 지도자’란 대목이 눈에 띄었다. 요즘 다음세대를 두고 소위 ‘간지’가 나야 움직이는 세대라고들 한다. ‘뭔가 있어 보이는’, 특정 행동을 함으로써 가슴에 자부심이 생기는 일에는 그 누구보다 적극적이라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앞선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한국교회가 그들에게 자부심을, 자신의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흔들만한 가치가 있는 깃발을 각자의 손에 쥐여주지 못한 듯했다.
나아가 교계 어디를 둘러봐도 따를 수 있는 지도자, 참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는 목회자의 모습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그럴수록 다음세대는 ‘내가 열심히 교회를 나가며 주님께 헌신한다고 해도 과연 주님이 내 삶을 책임져 줄 수 있을까. 저 어른처럼 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만 커질 뿐이다.
최근 교계의 유명 원로 목사를 만났다. 그는 다음세대를 살리는 방안을 묻는 말에 “한국교회가 그저 사랑한다고 말로만 외치지 말고, 그 실제를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언급한 청년부 총괄 목사님 밑에서 일하시던 또 다른 청년 담당 목사님이 생각났다. 그 목사님은 전임자들과 달리 틈틈이 교회 청년 리더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리며 안부를 물었고, 수많은 청년의 이름을 외우려 노력했다. 길에서 만날 때면 눈을 마주치며 반갑게 인사 나누는 건 기본이었다.
다음세대도 안다. 교회가, 목사님이 외치는 사랑한다는 말이 빈말인지, 진심인지. 교회가 사회의 소외 이웃을 향해 내미는 손에 얼마만큼의 진심이 담겼는지도 느낀다. 그 진심이 느껴질 때 비로소 다음세대의 가슴에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는 자부심이 싹튼다.
2023년 새해가 밝아온다. 부디 내년에는 한국교회가 다음세대 나아가 신자들에게 하나님을 믿는다는 사실을 주위에 공공연히 알릴 수 있는 자부심을 심어주길, 흔들 깃발을 쥐여주길 소망해본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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