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제한 두고 ‘견종차별’ 설왕설래…그 해법은?
한국인 세 명 중 한 명이 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해 살아가는 ‘반려동물 전성시대’다. 반려인을 위해 식당, 카페 등에서 동물의 동반을 허용하는 ‘펫프렌들리’ 문화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각종 매장의 문턱을 넘을 수 없는 개들이 있다. 왜 어떤 개들은 환영받지 못할까.
펫프렌들리를 내세우는 매장 중에도 특정 중대형견과 믹스견은 출입을 제한한다는 운영지침을 세운 경우가 많다. 이 같은 특정 견종 출입제한 조치를 두고 반려인들의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문제 해결의 단서를 찾기 위해 먼저 ‘견종차별’에 반대한다는 단체를 만나봤다. ‘진도프렌들리’는 ‘찐(진짜)펫프렌들리 공간’들을 소개하자는 취지에서 생겨난 큐레이션형 커뮤니티다.
견종에 상관없이 모든 개가 입장할 수 있는 반려견 동반 공간을 지향한다.
진도프렌들리의 운영자 ‘소복언니’는 3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과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반려견 소복이를 입양하면서 많은 반려견 동반 공간에 진돗개나 몸무게 10㎏ 이상의 반려견은 입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하지만 모든 종이 입장할 수 있는 ‘진짜 반려견 동반 가능’ 공간도 있더라. 그런 공간에 감사한 마음을 표하기 위해 시작된 커뮤니티”라고 말했다.
2021년 5월 활동을 시작해 네이버 카페와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여러 플랫폼에서 활동 중이다. 회원 수는 4000여명에 달한다.
‘소복언니’는 특정 종의 출입제한은 ‘오해와 편견’ 때문이라며 이를 인종차별 문제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특정 종을 향한 거부감이 확산하는 원인으로 ‘일부 미디어 속 자극적인 정보’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일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진돗개는 매우 사납고 예민한 견종으로 알려졌다. 사실 방송에 진돗개가 출연하면 그다음 날 진돗개 반려인들의 산책길은 매우 어려워진다”고 털어놨다. 진돗개 등 특정 견종을 다루는 방식이 개의 폭력성에만 지나치게 초점을 두고 있다는 주장이다.
견종을 근거로 반려견의 성향을 예단하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유튜브 채널 ‘동물의사’를 운영하는 수의사 문지영, 장원정씨는 올해 초 진돗개와 진도믹스의 성격을 주제로 영상을 제작했다.
문씨는 “특정 견종에 대한 편견을 이야기해보고자 했다”며 “실제 그 개가 어떤지 겪어보지 않고서 단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원인은 아무래도 가십거리로 소비돼온 ‘견종별 성격 분류’의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치와와는 어떻고, 몰티즈는 어떻고’하는 견종별 성격 분류가 특정 종에 대한 과학적 사실이라도 되는 듯 와전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태생적으로 원래 성격이 그렇다’는 말은 상황을 단순화해버리는 손쉬운 편견”이라며 “견종 간 유전적 차이가 실제로 얼마나 나는지를 생각해보면, 이것이 그저 동물의 외형적 분류에 따른 선입견이고 고정관념이라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의사뿐 아니라 반려견 행동전문가들도 견종의 특유한 기질보다는 반려견의 성장 과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려견 행동교정전문가인 이웅종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물림 사고가 특정 견종에서만 발생하는 건 아니다”며 “모든 개는 사냥 습성이 있으므로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끼면 어떤 견종이라도 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성 교육이라든지 예절 교육을 얼마만큼 시켰느냐가 가장 중요한 맥락이 돼야 하는데 ‘이 견종이 물었으니까 이 견종은 받으면 안 돼’ 이런 식의 말은 어폐가 있다”고 짚었다. 어떠한 견종이든 무조건 무는 개는 없으며 반려인의 역할에 따라 개의 사회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려동물행동학’을 공저한 최경선 박사 또한 “견종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개의 사회화가 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종과 관계없이 개물림 사고 자체가 잦은 만큼 개의 사회화에 대해 반려인들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반려인이 생각하기에는) 교육이나 훈련이 잘돼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른 개랑 붙여보면 다른 개를 물어버리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면서 반려인이 개의 사회화 과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박사는 업장이 출입제한 조치 등 강경책을 택하는 원인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정 견종의 입장을 막는 업장을 일방적으로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면서 “사고가 한번 나면 그 업체는 망한다.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장 입장에서는 개물림 사고 등이 발생하면 폐업까지 내몰리는 현실적 위험이 있는 만큼 ‘사납다’고 여겨지는 견종의 입장을 제한하는 것과 같은 방어적인 운영 방침을 택할 수도 있다는 취지다.
최 박사는 “개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개라는 동물을 동물로써 이해해야 한다”는 말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개라는 동물의 특성상 어느 정도 공격성이 있고, 이를 사회화 과정에 명확히 제어해주지 않으면 소위 ‘문제견’이 될 수 있으므로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반려인의 의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진도 믹스 등 특정 견종에 대한 차별 문제는 반려견을 키우다가 겪은 불편함도 제각각인 탓에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아 보인다.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이웅종 교수가 제안한 ‘반려동물 교육 인증제’는 참고해볼 만한 모델이다. 반려동물 교육 인증제는 반려견이 다른 사람, 개와 충분히 교감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교육 내용을 규정하고 이를 지원하는 제도다.
이 교수는 “선진국 사례를 보면 반려동물 교육 인증제를 굉장히 활성화를 시키고 있다”며 “법이나 인증제 같은 거 ‘누가 해?’, ‘할 필요 없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시스템이 하나씩 하나씩 갖춰지면 교육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당연히 받는 그런 문화가 잡힌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대중들의 인식 변화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반려인과 비반려인들이 개물림 사고가 일어났을 때 (해당 견종을 특정해) ‘맞아 그 개는 안돼’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런 생각이 든다면) 한 번 정도 더 고민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며 특정 견종이 무조건 위험하다는 인식은 재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류동환, 서지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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