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3600 간다던 코스피가 왜 2200?
[류승연 기자]
▲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폐장신호식 터치버튼인사 |
ⓒ 한국거래소 |
3600(KB증권), 3500(현대차증권·신한투자증권), 3480(하나금융투자), 3400(삼성증권·NH투자증권)
지난해 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내다본 올해 코스피(KOSPI) 지수의 예상치다. 대부분은 올해 코스피 상단이 3000포인트(p) 이상일 것이라 전망했다. 가장 낮은 수치를 예상했던 대신증권마저 '아무리 낮아도' 2610p가 되리라고 내다봤다.
결과는 전망과 많이 달랐다. 2022년 코스피는 모두의 예상치보다 한참 못 미친 2236.40p로 막을 내렸다. 지난 1월 3일, 올해 첫 개장날만 해도 3000p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던 코스피는 올해 크고 작은 악재들이 겹치면서 추풍낙엽 신세를 면치 못했다.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한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충격에, 역사상 유례 없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네 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큰 타격을 입었던 코스피는 '레고랜드 사태'가 불러온 채권 시장 경색에 다시 한번 무너져내렸다.
지난 2020년과 2021년에 걸쳐 주식 시장의 호황을 맛봤던 개인 투자자들은 큰 출혈을 입었다.
▲ 2022년 코스피 지수 |
ⓒ 네이버 |
지난 1월 4일 코스피는 2989.24p를 기록했다. 코스피 3000p 탈환을 눈 앞에 두고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도 부풀었다. 하지만 이 수치는 결과적으로 지난해 '연중 최고치'로 기록됐다. 1월 1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면서 주식시장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 본격 한파가 불어닥친 건 1월27일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모기업이었던 LG화학에서 떨어져나와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날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첫날 주가는 50만5000원, 시가총액만 120조원에 달해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시가총액 2위 자리에 올랐다.
문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 그간 시총 상위를 차지했던 주식들이 역으로 피해를 보게 됐다는 점이다. 시장지수를 그대로 추종해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수많은 '지수형 펀드들'이 시총 순위를 반영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은 사들이고 시총 우량주들을 파는 이른바 '리밸런싱'을 했기 때문이다.
가령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를 설계한 운용사라면 운용 중인 펀드가 코스피200의 궤적을 똑같이 쫓아가도록, 코스피에 상장된 200개 기업들을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대로 사들인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과 즉시 시가총액 2위에 오르면서 운용사들은 '추적 오차'를 줄이기 위해 발 빠르게 LG에너지솔루션 비중을 늘렸다. 반면 기존 2위였던 SK하이닉스 등을 포함해 시총 상위 우량주들의 비중을 줄였다. 수많은 우량주들이 한 번에 시장에 쏟아지면서 결과적으로 코스피 하락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불러온 시장 충격에 따라 코스피는 2614.49p까지 떨어졌다.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
ⓒ 연방준비제도(FED) 갈무리 |
이후 일정 구역을 오르내리던 코스피는 6월에 이르러 연준의 자이언트스텝 결정으로 다시 한 번 크게 추락했다. 연준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물가를 잡겠다며 기준금리 범위를 종전 0.75~1.00%에서 1.50~1.75%로 인상했기 때문이다.
당시 시장엔 연준이 6, 7월에 걸쳐 빅스텝(한 번에 0.5%p 금리 인상)을 단행하리란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5월 8.6%까지 치솟은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화근이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자이언트스텝으로 '급 브레이크'를 밟았고 '매파(통화긴축 선호)' 발언까지 쏟아냈다. 그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연이은 큰 폭의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결과적으로 연준은 올해만 네 번의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시장엔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퍼졌고 6월23일, 코스피지수는 2314.32p까지 폭락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이후 13년 만에 1300원을 넘어섰다.
한편 미국의 연이은 금리인상에 살얼음판을 걷고 있던 코스피는 지난 9월 '레고랜드 사태'가 불러온 채권시장 자금 경색에 다시 한 번 연중 최저점을 경신했다.
강원도는 글로벌 테마파크 레고랜드를 유치하면서 필요한 자금을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발행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증권(ABCP)으로 조달했다. 여기서 강원도는 해당 ABCP을 지급보증했다.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문제가 생겨 채권자들에게 돈을 갚지 못하게 되면, 강원도가 이를 대신 갚아주겠다는 약속이다. 지방정부가 지급 보증을 선 만큼 신용평가사는 이 채권에 높은 신용등급(A1)이 매겨졌다.
그런데 ABCP의 만기를 하루 앞둔 지난 9월 28일,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강원도 자금 부담을 줄이겠다는 이유로 갑자기 강원중도개발공사의 부도를 선언했다. 사실상 강원도가 중도개발공사가 진 빚을 대신 갚아줄 수 없다고 밝힌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지방정부가 지급보증을 선 채권조차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으면서 한국 채권 시장에 자금 경색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이 사태로 초우량 채권(AAA등급)인 한국전력공사 채권이 연이어 유찰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레고랜드 사태는 자본시장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쳤고 코스피 역시 9월 30일 2155.49p까지 추락했다.
연이은 대형 악재들은 결국 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코스피의 발목을 잡았다. 결과적으로 코스피 상장사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보다 19.8% 감소한 1767조원으로 크게 줄었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말 15조4000억원 규모에서 9조원으로 41.6%가 줄어들었고 거래량 역시 10억3000주에서 5억9000주로 42.7% 감소했다.
그렇게 3600p 또한 '신기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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