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2명 호수 빙판 깨져 풍덩…비번 소방관 '기적의 구조'
김준희 2022. 12. 30.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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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소방서 김형학 소방위, 비번 중 사고 목격
전북 전주에서 언 호수 위에서 놀던 중학생 2명이 빙판이 깨져 물에 빠지는 사고가 났다. 비번이던 40대 소방관이 사고 현장을 목격한 뒤 구조에 나서 학생 2명 모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30일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44분쯤 전주시 송천동 세병공원 내 세병호에서 "얼음이 깨져 아이들이 물에 빠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물속에 빠진 건 A군(14) 등 2명이었다.
전북소방본부는 "이날 비번인 장수소방서 장계119안전센터 소속 김형학(42) 소방위가 오후 3시40분쯤 세병공원을 산책하던 중 얼어 있는 세병호 위에서 놀고 있던 중학생 2명이 호수에 빠지자 근처에 있던 구명환을 이용해 즉시 구조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이날 전주 낮 최저 기온은 영하 3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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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소방위도 물에 빠져…찰과상 입어
김 소방위는 오후 3시45분쯤 학생 1명을 구조한 뒤 나머지 1명도 구조하려 했으나 빙판이 녹으면서 본인도 물에 빠져 오른쪽 다리에 찰과상을 입었다고 전북소방본부는 전했다. 이날 오후 3시50분 전후로 전주 덕진소방서 전미119안전센터와 금암119안전센터 등에서 보낸 구조대원 21명과 장비 6대가 현장에 도착해 호수에 빠진 김 소방위와 학생 1명도 10분 만에 무사히 구조했다.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당시 구조대가 학생 1명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구명환과 로프 등을 이용해 물 밖으로 꺼내려 했으나 주변 얼음이 깨져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학생들은 저체온증을 보였으나 의식이 명료하는 등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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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소방위 "아이 키우는 처지에서 두고만 볼 수 없었다"
김 소방위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체육복을 입은 중학생들이 (빙판 위에서) 놀고 있는데 위험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지켜봤다"며 "그러다가 아이들이 물에 빠져 머리만 보이자 목숨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근처에 있던 구명조끼와 구명환을 챙겨 바로 달려갔는데 얼음이 깨지면서 같이 물속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키우는 처지에서 위험에 빠진 아이들을 두고만 볼 수 없었다"며 "얼음에 쓸려 다리 살갗이 벗겨졌는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집에 왔다"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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