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귀갓날 친이계 100명 집결…"용서해도 사랑까진 안되더라"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특별사면으로 사면ㆍ복권(28일)된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30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2018년 3월 뇌물ㆍ횡령 등 혐의로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이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건강 악화로 형 집행 정지 결정을 받아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 이날 퇴원했다.
지난 28일 0시를 기해 자유의 몸이 된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54분쯤 병원을 나선 뒤 서울 압구정 소망교회를 잠시 들렀다. 이어 오후 1시 56분쯤 논현동 자택 인근 사거리에 도착했다. 부인 김윤옥 여사와 차에서 내려 집 앞까지 걷는 약 50m의 길은 “이명박”을 연호하는 300여명의 지지자로 붐볐다.
이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후 취재진 앞에 서서 소회를 밝혔다. 입을 떼기 전 잠시 하늘과 주변 풍경을 둘러본 이 전 대통령은 “지난 5년 동안에 많은 분, 특히 젊은 층이 저를 성원해주고 기도해줘서,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 유행으로 지난 3년간 국민과 기업인 모두 다 어려움을 겪었다. 크게 위로를 드린다”며 “이제 새해를 맞이해 세계적인 위기를 우리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극복하기 위해서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정의롭고 공의(公義)로운 자유민주 국가로서 다시 경기 번영을 통해 국민 모두, 특히 서민층이 일자리를 얻고 복지가 강화되는 좋은 나라가 되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힘을 모아야 한다”며 “저는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해 기도함으로써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입장 발표를 마친 후 이 전 대통령은 특별사면 결정에 대한 입장 등을 묻자 “지금 더 할 말은 없고, 앞으로 더 할 기회가 있겠죠”라고만 답했다.
4년 9개월만의 귀갓길엔 과거 '친이계'가 총출동했다. 친이계 좌장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을 비롯해 김황식 전 국무총리, 임태희ㆍ하금렬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두우ㆍ최금락ㆍ홍상표 전 청와대 홍보수석, 류우익(통일부)ㆍ맹형규(행정안전부)ㆍ윤증현(기획재정부)ㆍ김성환(외교통상부) 전 장관, 정병국ㆍ이군현ㆍ김희정 전 의원 등이 모습을 보였다. 현역 의원 중엔 윤핵관인 권성동ㆍ윤한홍 의원을 비롯해 조해진ㆍ류성걸ㆍ박정하ㆍ태영호 의원 등이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메시지 발표 후 약 100명의 친이계와 함께 자택 내부로 들어가 환담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온 탓에 일부는 거실 바닥에 앉아 대화했고 일부는 마당에 있었다고 한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통화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 속히 건강을 회복하시길 바란다”는 취지의 말을 했고, 이 전 대통령은 “여러 어려움이 많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나라를 잘되는 길로 이끌어주길 기도하겠다”고 답했다.
친이계와의 대화에선 이 전 대통령은 “내가 (구치소) 안에 있는 동안 밖에서 많이 도와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주로 옥중 생활과 건강 문제 얘기를 나눴는데, 구치소에서 불면증에 시달렸던 일과 이를 극복한 일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신의를 저버린 사람이 떠올라 수면약 18종을 먹어도 잠을 잘 자지 못하였다”며 “그러다 ‘용서하고 사랑하라’는 성경 구절을 실천하니 그 후부터 잠을 잘 잘 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은 “근데 용서까지는 되겠는데 사랑까지는 안되더라”라고 해 좌중이 웃었다고 한다.
옥중에서 받은 편지 얘기도 했다. 그는 “안에 있는 동안 10~20대 청년층으로부터 1만여통이 넘는 편지를 받았다”며 “그중 3000통 정도는 직접 답장도 했다. 청년층의 응원으로 큰 힘을 얻었다”고 했다.
1시간가량의 환담이 끝난 후 권성동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이 ‘젊은 청년이 나라 걱정을 많이 해줬고,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젊은 세대들에게 큰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는 것이 결국 대한민국의 성공이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잘 해달라’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사면ㆍ복권되니 죄도 사라진 줄 아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자신을 깨끗하게 살아온,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며 “염치가 있다면 미납된 벌금 82억원부터 납부하라”는 논평을 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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