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9, 여기선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목소리가 나온다 [월간 옥이네]
[월간 옥이네]
2021년 12월 21일, 청암언론문화재단 설립 20주년이자 청암 송건호 선생의 기일에 맞춰 충북 '옥천FM공동체라디오(옥천FM, 104.9MHz)'가 첫 전파를 송출하며 개국을 맞이했습니다. 어느새 지역을 대표하는 방송국 '옥천FM공동체라디오(이하 옥천FM)' 개국 1주년, 의미 있는 첫돌이 됐습니다.
'공동체 라디오'는 기존 방송국과 달리 지역 주민이 주인공이 돼 방송을 만들고 방송국을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기도 합니다. 현재 일주일 기준 최대 70여 명의 주민이 옥천공동체라디오 방송국(옥천읍 중앙로 13-3)에 모여 지역밀착형 방송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30여 개의 주민 주도 프로그램이 편성되고 있지요. 그렇다면 얼마나 다양한 목소리가 옥천FM의 전파를 타고 청취자들을 찾아가고 있는지 궁금해지는데요.
지난 1년간 옥천FM을 이끌어온 대표 프로그램의 진행자들을 만나 지역 공동체라디오의 의미를 짚어봤습니다. 전파 출력 10W 미만, 송출 반경 약 10km(오대리를 제외한 옥천읍 전역, 군서·군북·동이면 일부 지역 청취 가능). 작지만 소중한 전파를 타고 옥천FM만이 전할 수 있는 목소리가 있다니, 그 끈끈한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나요?
※기사 전문은 <월간 옥이네> 12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옥천FM은 스마트폰 앱 '옥천FM'(OBN)이나 옥천FM 유튜브 채널 'OBN'(https://www.youtube.com/@OBN1049)을 통해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 옥천FM <수어를 배웁시다> 진행자 박채율·박진희씨 |
ⓒ 월간 옥이네 |
코로나19 브리핑 화면 한쪽에 어김없이 등장했던 한 사람, 손짓과 표정으로 소식을 전하는 수어통역사다. 이들은 왜 코로나19 감염 위험 속에서도 마스크를 벗고 통역을 감행했을까?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면 매주 수요일 저녁 7시부터 8시까지 옥천FM을 통해 방송되는 <수어를 배웁시다>를 들어 보자.
"옥천 주민들과 함께 수어를 배우기 위해 방송을 시작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니 믿기지 않네요. 지화(수어에서 한글 자모음, 숫자 등을 손가락으로 표시하는 방법)와 숫자,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대중가요 '한잔해(노래 박군)'나 '11:11(노래 태연)' 같은 가사를 통해 문장을 익히기도 하고, 청각장애인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옥천 소식도 함께 전달하고 있는데요. 청취자 여러분께서 즐겁게 따라 하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12월 옥천FM 개국 소식을 접한 수어통역사 박채율씨는 주민들이 재밌게 수어를 익히면서 장애인식도 개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수어를 배웁시다'를 기획했다. 지역 주민이 직접 만들고 청취자의 의견을 즉각 반영할 수 있는 공동체 라디오의 특징을 활용하면 일회성이 아닌, 체계적으로 배움을 이어 나가면서 수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 간에 지속적인 소통이 가능하리라 생각한 것이다.
"수어에 흥미롭게 접근하면서 단계별로 익힐 수 있는 콘텐츠는 아직 많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수어를 배우고자 할 때, 청취하고 따라 하는 것만으로 차근차근 실력을 쌓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저희 방송을 통해 한국 수어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청각장애인이 필요한 정보를 제때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부족하다는 박채율씨의 문제의식이 더해져 지역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도 만들었다. 이 코너에서는 <옥천신문>의 장애인권 관련 기사를 전달하거나 아파트 분양 소식, 청각장애인 일자리 고용이나 코로나19 생활지원금 정보 등을 전달하며 장애인들의 사회활동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보이는 라디오'를 병행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라디오는 청각장애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공동체 라디오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공동체 라디오'라는 이름에 걸맞게 누군가 소외되거나 차별받는 일은 없길 바랐죠. 또 저희 방송을 진행하면서부터는 이 방송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길 바랐습니다."
대선을 앞둔 올해 초에는 대선 토론회 시청 소감을 전하거나 청각장애인에게 필요한 공약을 제안하고, 청각장애인이 지역 사회에 요구하는 안건들이 왜 필요한 것인지 공감할 수 있도록 해설도 도맡았다.
"저에게 공동체란 모든 구성원이 차별받지 않고 함께 소통하며 살아가는 사회를 의미하거든요. 그러기 위해선 정보전달에 있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동체 라디오, 또 저희 방송이 누구나 평등하게 정보를 얻고 알권리를 존중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습니다. 이렇게 작은 변화가 쌓이다 보면 옥천도 누구나 살기 좋은 지역이 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박채율씨는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자연스럽게 먹고 마시는 것처럼 삶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청력을 잃어가는 것 역시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의미 있게 살아가는 방법의 하나로 수어를 배우며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음을 알아가면 좋겠다. 이 방송을 통해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지 그 의미도 떠올려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옥천FM <동요로 만나는 세상> 진행자 조원경·조정아씨 |
ⓒ 월간 옥이네 |
"잊고 지내던 학창 시절 단짝이 그리우신가요?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을 찾고 싶은가요? 삶을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은 분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랑과 배려를 알고 싶으신 분들께 저희 방송 '동요로 만나는 세상'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진행자 조원경씨)
"동그란 눈에 까만 작은 코 하얀 털 옷을 입은 예쁜 아기 곰." 누구에게나 익숙한 동요 '예쁜 아기곰'의 작곡가이자 정순철짝짜꿍어린이합창단 단장 조원경씨와 옥천군 정순철기념사업회 조정아 사무국장이 짝꿍이 돼 함께 진행하는 <동요로 만나는 세상>은 옥천 청취자뿐 아니라 동요를 사랑하는 이들의 입소문을 타며 관심을 받고 있다.
"공영방송이나 라디오 방송에서 동요프로그램이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정순철의 고장 옥천에서 동요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것에 반갑고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동요 프로그램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전국 곳곳 동요를 사랑하는 분들께서 방송을 들어주시는데요, 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주어진 한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조정아씨)
"동요는 따뜻한 정서를 만들고, 세대를 잇는 힘을 가지고 있지요. 그런 점에 있어 동요가 공동체 라디오의 역할과도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합니다. 동요가 어린이들이 듣는 음악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시는데요, 모든 사람이 누구나 어린이였다는 사실을 돌이켜본다면 동요는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음악이라는 걸 상기하실 수 있을 겁니다. 신청곡과 사연을 보내주시는 '동만세' 애청자분들도 어른이 더 많지요." (진행자 조원경씨)
대본 작성과 선곡은 조원경씨가 맡는다. 1시간에 달하는 방송 분량의 원고를 매주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애청자들의 신청곡을 소개하고 그날그날 선곡한 동요와 동시를 소개하는 것만으로 큰 보람이 있다고.
"조원경 단장님의 대본을 녹음 당일 아침에 받아보는데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설레고 따뜻한 마음으로 따끈따끈한 글을 열어봅니다. 사랑이 담긴 대본과 동요를 청취자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 진행에 큰 힘이 되지요." (조정아씨)
'동만세'는 매회 주제를 선정해 이에 걸맞은 동요와 동시를 소개한다. 주제는 다양한 연령층이 교감할 수 있는 것으로 삼는다. 추억의 만화 주제곡을 소개하거나 동요 작곡가와 작사가 이야기를 통해 단짝 이야기를 들어보는 식이다. 20회(동요 부르는 어른들 '플라워싱어즈')나 어린이날(정순철짝짜꿍어린이합창단) 등 기념할만한 회차에는 다양한 연령의 손님을 초대해 함께 부르는 동요의 의미를 되돌아보기도 한다.
"가을에 들으면 풍성함이 더해지는 동시를 선정하거나 방송을 통해 위로를 드릴 수 있는 현안을 주제로 삼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들어도 공감할 수 있는 방송을 만드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동요가 위로된다는 분들도 많고, 계절감을 느끼게 해준다는 청취자 분들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조정아씨)
"동요란 감성을 자극하기도 하고, 순수한 목소리로 마음에 다가가 이유 없는 위안을 주곤 하지요. 이런 동요를 더 많이 부르고 들을수록 우리 사회도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행에서 빗겨나는 것들도 많지만, 동요는 그렇지 않아요.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이들의 마음에 남아 더 많은 세대에게서 깊은 교감과 울림을 만들어 냅니다. 앞으로 '동만세'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여보면 어떨까요?" (조원경씨)
(* 한때 잘나가던 DJ, 그에게 다시 마이크 건넨 특별한 방송국 http://omn.kr/224mb으로 이어집니다.)
월간옥이네 통권 66호(2022년 12월호)
글·사진 서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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