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노린 '옷장 시신' 자극적 보도... 악의적 행태

민언련 2022. 12. 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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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모니터 보고서]

[민주언론시민연합]

택시기사를 살해한 뒤 시신을 옷장에 숨긴 혐의로 체포된 피의자 신상이 12월 29일 공개됐습니다. 경기북부경찰청이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피의자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피의자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지난 8월 50대 여성을 살해했다는 추가 범행을 진술했고, 경찰은 추가 범행을 추궁하는 한편 시신 유기 장소를 수색 중입니다. 피의자 체포 직후부터 관련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데요. 문제는 범행의 잔인함과 피해의 중대성과는 별개로 언론보도가 자극적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MBN, '단독'이라며 피해자·제보자 신상정보 공개
 
 ‘옷장 시신 사건’ 보도하며 피해자·제보자 신상정보 공개한 MBN(12/28)
ⓒ 민주언론시민연합
 
MBN은 <단독/동거녀는 노래방 도우미…"경제력 봤다">(12월 28일 추성남 기자)에서 피해자와 제보자 신상정보를 일부 공개했습니다. "평소 유흥을 좋아하는 이씨가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던 50대 여성을 만났는데, 혼자 살면서 경제적인 능력이 있다고 판단해 동거에 들어간 것"이라며 피해자 신상정보를 공개하는가 하면, "옷장 속 택시기사 시신을 발견해 최초 신고한 이씨의 현재 여자친구도 노래방 도우미"라며 제보자 신상정보까지 공개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사건과 관계없는 유흥업소 자료화면까지 사용했습니다.

피해자와 제보자 신상정보를 공개한 MBN은 경찰이 "이씨가 현금 유동성이 있는 노래방 도우미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계획적 만남을 지속"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MBN이 '단독보도'에서 새롭게 전한 사실은 피해자와 제보자가 "유흥업소 종사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뿐입니다. 피의자 범행이 금품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은 이미 MBN보다 앞서 YTN 등 언론보도에서 전문가들이 추정했습니다. 따라서 MBN 보도는 우발적 범죄가 아니라 금품을 노린 계획적 범죄 가능성이 크다는 범행동기를 추정하기 위해 굳이 피해자와 제보자 신상정보까지 공개한 것으로 부적절합니다.

국민일보, 시사저널, 헤럴드경제도 신상공개
 
 ‘옷장 시신 사건’ 보도하며 피해자·제보자 신상정보 공개한 언론사(12/28~12/29)
ⓒ 민주언론시민연합
 
피해자와 제보자 신상정보 공개는 MBN 보도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매일신문, 국민일보, 인사이트, 시사저널, 헤럴드경제, 서울신문, 위키트리도 피해자와 제보자 신상정보를 일부 공개했는데요. 매일신문과 인사이트, 위키트리는 MBN 보도를 인용하며 피해자와 제보자 신상정보를 공개했습니다. 국민일보, 시사저널, 헤럴드경제, 서울신문은 경찰 취재결과를 전하며 신상정보를 공개했습니다. MBN은 12월 28일 저녁종합뉴스에 이어 29일 아침뉴스와 온라인뉴스에서도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보도를 반복했습니다.
인사이트, 유흥업소 종사자 사진까지 실어
인사이트와 위키트리는 자극적 제목으로 누리꾼 클릭을 유도했습니다. 인사이트는 <살해한 동거녀·현 여친 모두…'옷장 시신 살해범'이 노래방 도우미만 사귄 이유>(12월 29일 임기수 기자), 위키트리는 <파주 택시기사 살해범…동거녀, 현 여친 놀랍게도 동일한 '이 직업'이었습니다>(12월 29일 황인정 기자)라고 보도했는데요. 내용은 MBN 보도의 반복에 지나지 않습니다.
 
 피해자·제보자 신상정보 공개하며 관계없는 사진까지 전한 인사이트(12/29)
ⓒ 민주언론시민연합
 
특히 인사이트는 유흥업소 종사자들 모습을 담은 사진까지 실었습니다. 작은 글씨로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이라는 설명을 달았는데요. 하지만 제목과 본문에서 시종일관 '유흥업소 종사자', '노래방 도우미'를 강조하며 해당 사진을 실은 것으로 볼 때 누리꾼 클릭을 염두에 둔 악의적 행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클릭 유도에 앞서 피해자·제보자 인권부터 생각해야
대검찰청 예규 제1250호 범죄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지침 제17조에서 범죄피해자의 신상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범죄피해자의 직업, 근무처 등 신상정보를 노출할 우려가 있는 사항"을 검사가 공소장에 기재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7조는 살인 등 특정범죄 신고자가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신고자의 성명·연령·주소·직업 등 신원을 알 수 있는 사항을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조서나 그 밖의 서류에 기재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굳이 범죄 관련 법조항을 보지 않더라도 피해자와 제보자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에서 "피해자, 제보자의 얼굴, 성명 등 신상 정보는 원칙적으로 밝히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기 때문이죠.

범죄 보도는 차분하고 냉정해야 합니다. 범죄가 잔인하고 피해 정도가 심각하다고 해서 언론보도까지 자극적 양상으로 흘러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시청자와 독자의 관심을 높이거나 누리꾼 클릭을 유도하는 행태에 앞서 피해자·제보자 인권을 생각한다면, 법조항이나 보도준칙 없이도 차분하고 냉정한 보도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언론 모두 새기길 바랍니다.

* 확산 방지를 위해 기사 링크를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12월 28일~29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옷장 시신 사건' 언론보도 중 피해자와 제보자 신상정보 공개한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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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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