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원피스', 이 영화가 보여준 미래

이학후 2022. 12. 3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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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원피스 필름 레드> 전통적인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

[이학후 기자]

 영화 <원피스 필름 레드> 포스터
ⓒ 에스엠지홀딩스 주식회사
전 세계를 사로잡은 가수 우타(나즈카 카오리 목소리, 아도 노래)의 첫 번째 콘서트가 음악의 섬 '엘레지아'에서 열린다. 루피(타나카 마유미 목소리), 조로(나카이 카즈야 목소리), 우솝(야마구치 갓페이 목소리), 나미(오카무라 아케미 목소리), 상디(히라타 히로야키 목소리) 등 밀짚모자 해적단을 비롯한 우타 팬들로 빼곡히 채워진 공연장에 각기 다른 속셈을 가진 해적들과 해군들이 모여든다. 

공연이 열기를 더해갈 무렵, 루피와 우타가 어릴 적 소꿉친구이며 그녀가 빨간 머리 해적단의 선장이자 사황인 샹크스(이케다 슈이치 목소리)의 딸이란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우타는 초인계 악마의 열매인 '노래노래 열매'의 힘을 이용하여 모두가 행복해지는 신시대를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원피스>는 <드래곤볼> <포켓몬스터>와 함께 일본이 만든 대표적인 대중문화 프랜차이즈다. 1997년 7월 22일 일본의 만화 잡지 '주간 소년 점프'에서 연재를 개시한 만화 <원피스>는 현재까지 연재가 이어지며 2022년 기준 단행본의 전 세계 누적 발행 부수가 무려 5억 1천만 부로 일본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만화에 올랐다. 1999년 첫 화를 시작한 TV 애니메이션 <원피스>는 지금까지 방영 중이고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1기 <황금의 대해적 우난>(2000)부터 14기 <원피스 스탬피드>(2019)까지 14편이 제작되었다. 이 외에도 50여 개에 달하는 게임이 만들어졌으며 넷플릭스에서 현재 10부작 실사화 드라마를 제작 중이다.

<원피스 필름 레드>(2022)는 15번째 극장판이자 <원피스 필름 스트롱 월드>(2009), <원피스 필름 Z>(2012), <원피스 필름 골드>(2016)를 잇는 4번째 '필름 시리즈(원작자인 오다 에이이치로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하여 스토리, 설정 등에 직접 관여하는 시리즈)'에 해당한다. 이번에는 오다 에이이치로가 각본 감수는 물론 캐릭터 의상 등 상세한 설정까지 제공해 화제를 모았다. 
 
 영화 <원피스 필름 레드>의 한 장면
ⓒ 에스엠지홀딩스 주식회사
 
연출은 TV 애니메이션 <무한의 리바이어스>(1999), <플라네테스>(2003), <코드 기어스: 반역의 를르슈>(2006) 등으로 유명한 타니구치 고로 감독이 맡았다. 그는 <원피스>가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영하기 전인 1998년 소년 점프 슈퍼 아니메 투어 98에서 상영된 이벤트 애니메이션이자 최초의 <원피스> 애니메이션인 <원피스-쓰러뜨려라! 해적 갠자크>(1998)를 연출한 바 있다. <원피스 필름 레드>의 시미즈 신지 프로듀서는 "지금까지는 도에이 애니메이션에서 감독을 맡겼는데 이번에는 TV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결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타니구치 고로 감독을 초빙했다"고 말한다.

<원피스 필름 레드>는 <원피스> 빨간 머리 해적단의 선장이자 신세계에 군림하는 4명의 대해적인 사황 중 하나이고 루피를 해적의 길로 안내한 장본인인 '샹크스'가 비중 있게 등장한다. 그동안 원작은 빨간 머리 해적단이 전투하는 모습을 제대로 묘사한 적이 없다. 밀짚모자 해적단과 빨간 머리 해적단이 함께 적과 싸우는 장면은 <원피스 필름 레드>의 놀라운 순간이다. 또한, 샹크스의 과거도 극장판을 통해 일부 다뤄진다. 타니구치 고로 감독은 씨네21과 인터뷰에서 샹크스를 다룬 부담감에 대해 묻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샹크스를 영화에 등장시키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오히려 지금까지 영상으로 만들어진 부분이 많지 않아서 만들기 편했다. 원작자인 오다가 '그들의 능력을 이런 느낌으로 보여주세요'라는 메모를 주었는데 완전히 기술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건 아슬아슬한 부분까지만 보여주도록 하자는 것이 이번 작품의 포인트였다."
 
 영화 <원피스 필름 레드>의 한 장면
ⓒ 에스엠지홀딩스 주식회사
 
그간 '필름 시리즈'는 특별한 존재감을 가진 캐릭터를 적으로 등장시켰다. <원피스 필름 스트롱 월드>의 '금사자 시키'는 해적왕 골 D. 로저의 라이벌인 전설적인 해적이었고 <원피스 필름 Z>의 '제트'는 몽키 D. 가프, 센고쿠와 어깨를 나란히 한 전설적인 해병이었다. <윈피스 필름 골드>의 '길드 테소로'는 골드골드 열매의 능력자로 전 세계의 통화의 20%를 장악한 대부호였다.

<원피스 필름 레드>는 이전의 '필름 시리즈'의 적과 사뭇 다르다. 건담 TV 시리즈 사상 최초로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기동전사 건담 수성의 마녀>와 마찬가지로 <원피스 필름 레드>도 시대 변화에 맞추어 여성 캐릭터인 우타를 선보인다. 해군과 천룡인에 맞서며 신시대를 주장하는 우타는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부패 세력인 천룡인 타도를 목표로 세계 정부와 대치하는 혁명군과 유사하게 보인다.

한편으로는 해적왕을 꿈꾸며 모험과 자유를 외치는 루피와 대해적시대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었을 뿐이라는 우타의 대립을 통해 "해적은 어떤 존재인가?"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해적은 힘을 앞세워 사람들을 괴롭히는 약탈자에 불과한가? 아니면 세계 정부로 대표되는 기존의 권력을 깨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자인가? 해답은 아마도 향후 원작에서 다룰 루피와 혁명군의 수장 몽키 D. 드래곤의 대립(또는 협력)에서 나올 것이다.

<원피스 필름 레드>는 가수 우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답게 노래가 큰 비중을 갖는다. 많은 노래, 춤, 무대 연출이 사용되어 흡사 뮤지컬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다. 우타의 노래는 연령과 성별을 제외한 신상은 공개하지 않고 이미지 캐릭터로만 활동하는 가수인 '아도(ADO)'가 담당했다. 메인 주제가인 '신시대(New Genesis)'를 비롯한 삽입곡 7곡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내러티브를 돕는 주요한 수단으로 노래를 활용한 <용과 주근깨 공주>(2021), <견왕: 이누오>(2021), <아이의 노랫소리를 들려줘>(2021)를 떠올린다면 최근 '음악 애니메이션'은 일본 장편 애니메이션의 하나의 경향이 아닌가 싶다.
 
 영화 <원피스 필름 레드>의 한 장면
ⓒ 에스엠지홀딩스 주식회사
 
<원피스>는 오랜 세월 연재(방영)한 작품인지라 진입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원피스 필름 레드>는 한 편의 독립적인 영화로 완결성을 갖춰 감상하기에 어려움이 없다. 동시에 팬들이 기대하는 낯익은 캐릭터들의 등장, 신기술을 포함한 액션 연출 등 프랜차이즈 정신에도 충실한 작품이다. 그리고 <원피스>의 미래가 어떨지 관객 나름대로 점칠 수 있는 단초 역시 제공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미즈 신지 프로듀서가 씨네21과 가진 인터뷰에서 언급한 매력 포인트가 무척 흥미롭게 느껴진다.

"샹크스는 맨 처음 루피에게 밀짚모자를 맡긴 사람이다. <원피스>는 어떤 면에서 샹크스에게 모자를 돌려주러 가는 여행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에서 루피와 어떻게 대치하는지 눈여겨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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