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골프스타 리디아고 며느리 맞던 날
현대家 총출동…LPGA 스타 대거 등장
“여기서 결혼하는 사람이 누구예요?”
새해를 앞두고 추위가 잠시 잦아지며 맑은 날씨를 보인 30일, 명동성당 앞에 삼삼오오 몰려있는 취재진을 발견한 행인이 던진 질문이다. 카메라가 있어 유명인이 결혼하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조용한 걸 보니 연예인은 아닌 것 같다면서 말이다.
이날 명동성당에서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막내아들 정준과 프로골퍼 리디아고가 백년가약을 맺었다. 결혼식은 가족과 친지, 가까운 지인만 초대해 비공식으로 진행됐다. 명동성당은 현대 가(家)의 단골 결혼식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결혼식은 지난 6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딸의 결혼식 이후 두 번째로 열린 가족행사다.
결혼식을 앞둔 명동성당은 오전 내 외국인 관광객들과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붐볐다. 성당을 배경으로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곳곳에서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는 등 평소와 다름 없는 모습이었다.
결혼식은 오후 2시로, 낮 12시를 기점으로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습이었다. 하객맞이와 식장 안을 꾸미기 위해 스태프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이때 쯤 신랑 신부도 성당에 도착해 대기실로 들어갔다.
결혼식에는 정의선 현대자그룹회장은 물론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송호성 기아 사장 등 현대차그룹 경영진이 모두 참석했다.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도 참석해 신부 대기실을 찾았다. 이밖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영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도 하객으로 참석했다.
현대카드 본부장 이상급 간부들도 참석했다. 박종복 SC제일은행 행장과 SC제일은행의 소매금융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장호준 SC제일은행 부행장도 결혼식에 참석해 현대카드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금융권 인사 중에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회장이 “회장님은 사돈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며 참석을 원했다는 후문이다. 하나캐피탈이 리디아고를 2020년부터 서브 스폰서로 나섰고, 올해부터는 하나금융이 메인 스폰서로 지원하고 있다. 하나금융과 리디아고의 인연이 남다른 셈이다.
현대가와 사돈을 맺은 중견배우 길용우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길용우의 아들 길성진 씨는 지난 2016년 현대차그룹 정성이 고문의 장녀인 선아영 씨와 명동성당서 결혼했다.
리디아고의 절친으로 알려진 LPGA 스타들도 등장했다. 한국 여자골프 간판스타 박인비, 최나연, 이보미 등이 참석했으며, 이중 이보미 선수는 남편인 배우 이완과 함께 왔다. 태국 출신의 자매골퍼 에리야 쭈타누깐·모리야 쭈타누깐 자매도 참석했다. 정태영 사장이 연예계와도 인연이 두터운 만큼 윤상·잔나비 등 문화·연예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결혼식 시작 30여분 전 정준은 신부대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내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나란히 등장했다. 정태영 부회장과 리디아고가 공식적으로 한 가족이 되는 순간이었다.
신랑신부의 모습에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축하를 전했다. 평소 리디아고의 팬이라는 A씨(65세)는 “골프를 좋아해 리디아고를 잘 알고 있다”라며 “내 딸을 결혼시키는 것 같은 기분이다. 기쁘다”고 말했다.
정준과 리디아고는 2020년 겨울부터 정준 씨와 6개월 정도 연락만 주고받다가 작년 봄부터 본격적인 교제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미국 플로리다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서 라운드를 하며 애정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지난 6월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정준은 미국 캘리포니아 클레어몬트 매케나칼리지를 졸업하고, 올해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현대차 계열법인에서 일하고 있다. 뉴질랜드 교포 출신인 리디아고는 15세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캐나다오픈에서 우승, LPGA 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며 17세에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골프 천재 소녀’로 명성을 얻은 바 있다.
리디아고는 지난 29일 발표된 롤렉스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2017년 6월 이후 5년5개월 만에 세계 랭킹 1위에 다시 올라섰다.
한편 현대가에 리디아고가 입성한 만큼 향후 현대카드와 리디아고의 콜라보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현장에서 만난 현대카드 관계자는 “글쎄요”라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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