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노동' 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영화
[손화신 기자]
"이 다큐를 만든 취지는 저의 영화적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땅에서 가치를 믿고 일하지만 존재조차 드러나지 않는 많은 사람들, 그런 분들 중 '돌봄 노동자들'을 세상에 호명하기 위해서 입니다."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를 공동 연출한 박홍열 감독의 말이다. 한국사회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돌봄 노동자들을 다룬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는 아이들을 지키는 파수꾼의 존재를 조명한다.
30일 오전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의 온라인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
ⓒ 스튜디오 그레인풀 |
▲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
ⓒ 스튜디오 그레인풀 |
이 다큐멘터리를 함께 만든 박홍열 감독과 황다은 감독은 실제 부부로, 마을 방과후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25년차 방과후 돌봄 공동체를 내부자의 시선으로 심도 있게 담아냈는데, 성산동 성미산 마을은 꽤 알려진 25년차 공동체 마을이다. 이곳 안에 있는 '도토리 마을 방과후'라는, 초등 1학년부터 6학년까지 60명의 아이들과 5명의 교사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를 두 감독은 세세히 관찰하여 영상으로 담아낸 것이다.
박홍열 감독은 <하하하> <밤의 해변에서 혼자> 등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과 <간신>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등의 촬영감독으로 활동했으며, 공동 연출을 맡은 그의 아내 황다은 감독(작가)은 영화 <작업의 정석>과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을 집필한 바 있다.
이들은 좀 더 '영화적'인 다른 작품을 만들 수도 있었지만, 그런 예술적 혹은 상업적 영화가 아닌 투박하고도 낯선 이야기를 사람들 앞에 꺼내놓고 있다. 세상으로부터는 교사로 호명 받지 못하고 저평가 받지만, 직접 밥을 지어 아이들과 함께 먹고, 놀고, 배우며 생활해가는 방과후 교사들의 노동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 나아가 우리가 영위하는 보통의 일상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보이지 않는 노동에 빚지고 있는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
ⓒ 스튜디오 그레인풀 |
▲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
ⓒ 스튜디오 그레인풀 |
하지만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방과후 교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줄고, 이들은 한계에 부딪힌다. 작품은 점점 지쳐가는 교사들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내부적으로 지쳐가는 것도 문제지만, 외부적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다. 10년을 일해도 1년의 경력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돌봄 노동자는 그런 이중고 속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나아간다. 개인적으로 복지관에서 방과후 교사로 일해본 적이 있기에 이들의 노동이 얼마나 고된 것인지, 동시에 얼마나 아이들에게 큰 힘으로 다가가는 것인지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을의 아이들을 지키는 아름다운 파수꾼의 이야기. 이렇게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 이 작품은 파수꾼들의 아름다운 마음과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그들을 지지해주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의 '그림자 노동'에 사회적인 호명과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그런 호소의 메시지를 은은하게 전하며 "당신 혹은 당신 이웃의 '돌봄'은 안녕한가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함께 나아갈 새해에 잘 어울리는 질문이 아닐 수 없다.
평점: ★★★★(4/5)
영화 정보 |
제목: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감독: 박홍열, 황다은 내레이션: 황다은 출연: 분홍이, 오솔길, 논두렁, 자두 제작/배급: 스튜디오 그레인풀 러닝타임: 94분 관람등급: 전체관람가 극장개봉: 2023년 1월 11일 |
▲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
ⓒ 스튜디오 그레인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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