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회복 전 마지막 고삐"…중국발 입국 고강도 제한
[한국경제TV 조시형 기자]
정부가 30일 다른 나라들에 비해 강도 높은 중국발 입국 제한 조치를 내놓은 것은 최인접국인 우리나라에 신종 변이가 유입될 우려, 이에 따라 일상회복으로 가는 마지막 고비에서 다시 코로나19 확산세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에서 새로운 변이가 발생해 국내에 유입돼 또 다른 양상으로 유행이 전개되면 당장 내년 1월 말로 예고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을 비롯한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2019년 말∼2020년 초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입국자 방역을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컸다던 점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 방안은 ▲ 단기 비자 발급 제한 ▲ 중국발 항공편 추가 증편 제한 ▲ 입국 사전검사(PCR 또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 입국 후 PCR 검사 ▲ 해외유입 확진자 격리 ▲ 검역정보사전입력시스템 이용 의무화 등이다.
각 조치별로 구체적 적용 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내년 1월 초부터 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면서, 추후 상황에 따라 시행 시기 연장을 검토하기로 했다.
입국 후 PCR 검사는 결과 판독 시간이 비교적 오래 걸려 시간·비용 부담 경감 차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함께 허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입국 전 중국 현지에서 실시하는 검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국내 검사보다 낮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우세했으며 특히 변이 판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입국 후 검사를 PCR 검사로 한정하는 것으로 결론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중국발 입국자 방역 규제는 다른 나라들보다 강도가 센 편이다.
미국은 다음달 5일부터 입국 전 실시한 코로나19 검사 음성확인서를 요구하기로 했고 일본은 30일부터 중국 입국자 전원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하기로 했다. 인도, 대만, 이탈리아 등도 입국시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했다.
독일, 프랑스 등 중국발 입국 제한에 아직 참여하지 않는 나라들도 적지 않으며 유럽질병관리예방센터(ECDC)는 중국 여행객에 대한 코로나19 검사 심사는 부당하며 EU 전체에 이런 조치는 필요하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입국전후 검사 의무화에 더해 비자 발급과 항공편 증편 제한 조치까지 내놓은 것이다.
중국발 입국 규제에 대해 중국 정부는 반발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반(反)중국 인종 혐오나 과도한 공포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 내에서도 외교적인 측면 등에 대한 우려가 일부 제기됐으나, 현재 중국 내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짧고 굵게' 방역을 강화해 유행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수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가 전날 회의에서 "코로나19 국내 유입 최소화를 위해서는 입국 전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또한 지역 내 전파 차단과 변이 감시를 위해서는 중국발 입국자는 증상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입국 후 1일 이내 전수 PCR 검사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석 위원장은 "이러한 조치들이 과하다는 지적도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안이하게 있다가 신규 변이가 들어오면 새롭게 대응하느라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 델타, 오미크론 등 이전 경험을 상기해야 한다"며 "한달, 길면 두 달 정도까지 막아두고 중국 내 진정 상황을 보면서 우리가 가려던 일상회복으로 가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내 감염 속도가 매우 빠른 만큼 1∼2달 이내에 중국 내 유행세가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신규 변이가 발생해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이 증가하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우리 국민의 안전과 중단없는 일상 회복을 위해 고심해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으로 중국 유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만약 유행세가 더욱 심각해지거나 신규 변이 발생이 확인되고, 신규 변이로 인해 국내 위험이 구체적으로 커지면 신속히 '주의 국가' 지정과 입국자 격리 등 추가 조치를 한다는 계획이다.
지 청장은 "한국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굉장히 인접하고 인적 교류가 굉장히 많아 (코로나19 발생 첫해) 2020년에도 중국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며 "때문에 선제적으로 입국 전후 검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입국 후 PCR 검사는 변이 모니터링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르면 내년 1월 중으로 예상됐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 시기도 늦춰질 수 있을 전망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대외적인 상황이 국내 전파로 이어질 경우, 계획했던 실내 마스크 의무 조정이 예상보다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방역당국은 현재 단계에서는 중국 유행 상황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예측하기는 어렵다면서, 중국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며 조정 시점을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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