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군 출신 고위 외교관 "北, 2000년대 이미 무인기 부대 운용"
박현주 2022. 12. 30. 15:02
북한 공군(항공 및 반항공군)에서 군 복무했던 류현우 전 주쿠웨이트 북한 대사대리는 30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북한은 최소 2000년대 초반부터 무인기 부대를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다만 북한의 무인기 기술은 중국제 무인기를 동원한 조악한 수준으로 한국과는 애초에 게임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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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중국제 모델 사용"
류 전 대사대리는 "2000년 전후로 북한은 글라이더형 구식 무인기에 추진체를 달아서 활공 비행하는 훈련 등을 실시했다"며 "다만 북한의 무인기는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때 쓴 이란제 무인기보다도 훨씬 열악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이번에 사실상 한국과 비교해 게임이 안 되는 무인기를 동원해서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 도발을 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1980년대 후반에 중국산 D-4(ASN-104) 무인기를 입수 최초로 입수했고, 90년대 초반부터는 '방현-Ⅰ'과 '방현-Ⅱ' 무인기를 자체 개발해 생산했다. 이어 최근까지 중국, 러시아, 이란, 시리아에서 관련 기술 획득해 무인기 개발을 지속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이 지난 26일 무인기 도발을 감행한 배경에 대해 "같은 날 시작한 당 중앙위 제6차 전원회의에서 군수 공업 부문 성과로 과시할만한 사례가 시급히 필요했을 것"이라며 "통상 이달부터 들어가는 정례 동계훈련도 고려하면 최근 한ㆍ미 연합공중훈련에 대응해 무언갈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로 꼽히는 미 공군의 F-22 랩터가 4년 만에 한반도에 출동했고 핵 폭탄을 실을 수 있는 B-52H 전략폭격기도 한반도에 전개해 한ㆍ미 연합훈련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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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매체가 나흘째 영공 침범 사실에 대해 침묵하는 배경에 대해 류 전 대사대리는 "이번 건은 북측의 명백한 군사적 도발"이라며 "설사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우리가 (무인기로) 남측 영공을 침범해도 적들이 쏴서 떨구지도 못하더라'라며 자랑삼아 얘기하더라도 주민들은 '맨날 한ㆍ미의 도발만 운운하더니 말이 다르네'라며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릴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북한은 2014년 무인기 침범 때 "남측의 날조"라며 남북 공동조사까지 요구했지만 거절당했고, 2017년 침범 때는 이번처럼 침묵을 지켰다.
"자폭 장치 달았을 수도"
북한 매체가 나흘째 영공 침범 사실에 대해 침묵하는 배경에 대해 류 전 대사대리는 "이번 건은 북측의 명백한 군사적 도발"이라며 "설사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우리가 (무인기로) 남측 영공을 침범해도 적들이 쏴서 떨구지도 못하더라'라며 자랑삼아 얘기하더라도 주민들은 '맨날 한ㆍ미의 도발만 운운하더니 말이 다르네'라며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릴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북한은 2014년 무인기 침범 때 "남측의 날조"라며 남북 공동조사까지 요구했지만 거절당했고, 2017년 침범 때는 이번처럼 침묵을 지켰다.
그는 "북한이 무인기를 남측에 내려보내기 전 격추당할 가능성 등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라며 "유사시 자폭하도록 장치를 달아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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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업 달성ㆍ무차별 도발 투트랙"
류 전 대사대리는 "내년에도 북한이 한국과 비교해 군사력이 열세라고 판단하는 분야를 집중 공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지난 10~11월 전투기와 폭격기 등을 동원해 여러 차례 대남 시위성 편대 비행을 했는데, 현재 북한이 주력으로 보유하고 있는 군용기는 대부분 수십 년 된 노후 기종이다. 그는 이어 "핵탄두 소형화ㆍ경량화 등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핵심 과제 달성과 더불어 '밑져야 본전' 식 무차별 대남 도발을 투트랙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김일성ㆍ김정일 부자의 통치 자금을 관리해 북한 최고지도자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전일춘 전 노동당 39호실 실장의 사위다. 지난해 1월 탈북 사실이 알려진 뒤 태영호, 조성길 등에 이은 고위 외교관의 탈북으로 주목 받았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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