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옮겨온 작은도서관 "결혼 이민자·아이 편히 쉬다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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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브릿지(BOOKBRIDGE) 작은 도서관은 도서관이 전혀 있을 것 같지 않은 서울 은평구 녹번동(통일로 590)에 있다.
상가건물 한쪽 열 평 남짓한 곳에는 일본어로 된 그림책과 일본어책 6천여 권이 책장에 빼곡히 꽂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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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시민신문 김혜정]
▲ 북브릿지(BOOKBRIDGE) 작은도서관. |
ⓒ 은평시민신문 |
세 식구가 함께 와서 아이에게 한참 동안 그림책을 읽어준 시오리씨는 "개인적으로 일본어 그림책을 구하기도 힘들지만 여기 오면 책도 많고 아이랑 즐겁게 지낼 수 있다. 무엇보다 육아 도움을 받아 장점"이라며 "이곳은 마음의 오아시스를 느낄 수 있고 힐링이 되는 공간"이라 말했다.
이 작은도서관의 관장은 결혼이주민 여성인 마을주민 하시모토 아야코씨다. 연년생 자녀를 키우면서 그림책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아야코 관장은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즐긴다는 것은 엄마와 아이의 '마음'을 잇는 제2의 탯줄 역할을 한다"는 조언을 듣고 그림책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기 시작했다. '마음과 마음을 잇는 징검다리' 북브릿지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아야코 관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북브릿지 작은도서관은 어떻게 운영하게 되었나요?
"활달한 아이 둘을 키우면서 많은 그림책을 모았고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으로 소통하는 즐거움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이 초등 고학년, 중학생이 되면 앞으로 어떻게 할까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일본국제교류기금에서 책 읽어주는 봉사활동을 하던 중에 우연히 '한국도서관친구들'을 만나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모은 그림책으로 2014년 불광동에서 가정문고를 시작했어요. 한국도서관친구들은 도서관을 돕는 단체인데 마침 제가 하고자 하는 일과 딱 맞아떨어졌어요. 가정문고가 조그만 씨앗이 되어 2019년 11월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힘을 모아 함께 만들어가는 도서관'인 북브릿지 작은도서관 문을 열었고 어느덧 3주년이 넘었습니다."
- 지역에서 작은 도서관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책을 통한 사랑방, 보금자리 역할이 제일 큽니다. 지역 주민들, 결혼 이민자, 이중 언어로 소통하는 다문화 아이들에게 커뮤니티 역할을 하는 거예요. 0~2살 아이를 둔 젊은 엄마들에게 육아 상담을 해 주는 멘토 역할을 해 주는 분도 있고 그림책 강사도 있어서 다양하게 소통하고 있고 특히 이중 언어 체험담은 결혼 이민자 가정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 도서관 운영에 있어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사계절꿈터'는 일본의 연간행사 또는 계절에 맞춘 만들기 활동입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도서관 모임보다 자택에서 만들 수 있는 재료 키트를 제작해 이용자들이 집에서 만들 수 있게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3월 3일은 여자 어린이들 어린이날이고 5월 5일은 남자 어린이들 어린이날인데 그날을 상징하는 만들기를 하는 거예요. 아이들이 외국에 살고 있더라도 일본 문화를 잊지 않고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반응도 아주 좋아요.
또 참가자가 추천하고 싶은 책을 소개하고 생각을 나누는 '북토크' 활동은 책을 통한 깊은 대화로 독서의 폭을 넓힐 수 있어요. '그림책 강좌'는 그림책의 좋은 점과 그림책을 고르는 방법, 신간 그림책 소개 등으로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북브릿지 작은 도서관은 일반적인 작은 도서관과는 조금 달라요. 가까이에서 찾아오는 이용자도 있지만 멀리 살더라도 이용자들이 도서관에 주기적으로 찾아와서 그림책 중심으로 대출해 가고 있어요.
책 대출은 한 사람당 다섯 권씩 3주 대출이 기본이고 1회에 한해 대출 연장을 해 줘요. 한 달 동안 대출해 주지만 멀리서 오는 분들에게는 더 많은 책을 빌려주기도 해요. 2021년부터 은평구 지원으로 많은 새 책을 살 수 있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어른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읽는 즐거움을 도울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 도서관 운영자로서 어려움도 많고 보람도 많을 것 같습니다.
"다른 작은 도서관도 마찬가지겠지만 북브릿지 작은 도서관도 모든 운영을 자원봉사만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봉사활동이다 보니 육아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한 변수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읽어주는 일을 통해 재미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자신의 모국어로 부모와 자녀가 편안하게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되어 보람을 느낍니다. 또 한국 생활을 잘할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고 휴식과 활력을 주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싶어요. 엄마가 편해야 아이들도 편하니까요."
-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앞으로는 북브릿지 작은 도서관이 한국 사람들에게도 일본 문화를 느끼거나 마음 편하게 일본어로 대화하는 기회가 되는 장소로도 쓰일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결혼이민자 또는 아이들과도 여러 가지 활동을 공유하고 이중언어에 대한 이해와 그에 연결되는 활동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정문고의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보금자리로서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자녀를 같이 키우는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응원해주시고 한 사람 한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도서관으로 더욱 발전해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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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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