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굽는 타자기] '스윙 프로듀서'가 없는 세계, 유가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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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경제의 특징 중 하나는 자유 경쟁이다.
그렇게 되면 독점시장보다 경쟁시장에서의 물건값이 더욱 싸진다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경제 상식이다.
스윙 프로듀서의 의미는 '글로벌 석유 시장에서 자체적 생산량 조절을 통해 전체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산유국'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는 산유국들의 조직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스윙 프로듀서라고만 알고 있지만 OPEC에 스윙 프로듀서의 권력이 넘어간 것은 1970년대 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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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시장 경제의 특징 중 하나는 자유 경쟁이다. 자유 경쟁 환경에서 기업들은 자사 제품을 더 팔기 위해 질을 높이거나 가격을 낮춘다. 그렇게 되면 독점시장보다 경쟁시장에서의 물건값이 더욱 싸진다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경제 상식이다. 하지만 그 공식이 잘 통하지 않는 시장이 있다. 오히려 거대 기업이나 국가들이 담합을 해야만 가격이 안정된다. ‘원유’ 시장이 그렇다.
‘석유의 종말은 없다’는 다소 논쟁적인 제목을 달고 나왔지만, 이 책의 원제는 ‘Crude Volatility(유가 변동성)’다. 30여년간 에너지 전문가로서 백악관 국제·국내 에너지 고문 등을 역임한 저자는 원유가 처음 발견되고 쓰이기 시작한 1859년부터의 유가 데이터를 분석해 그 기간의 변동성을 기록했다.
그 결과 자유 경쟁 시장에 가까웠던 초창기의 연평균 변동성은 53%에 달했던 반면, 원유 시장의 독점 시스템이 구축된 록펠러 시대(1880~1911)에는 변동성이 그 절반인 24.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가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 트러스트를 ‘독점 제국’이라며 욕했지만, 그가 구축했던 담합 시스템 내의 규율과 통제가 오히려 변동성이 심한 유가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는 이른바 ‘스윙 프로듀서’ 역할을 했던 것이다.
스윙 프로듀서의 의미는 ‘글로벌 석유 시장에서 자체적 생산량 조절을 통해 전체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산유국’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는 산유국들의 조직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스윙 프로듀서라고만 알고 있지만 OPEC에 스윙 프로듀서의 권력이 넘어간 것은 1970년대 초였다. 그전에는 미국의 대표 유전 지역인 텍사스주철도위원회(TRC)와 7대 석유사들이 이 역할을 수행했다.
그렇다면 왜 다른 시장과 달리 원유 시장은 담합과 스윙 프로듀서의 존재를 필요로 할까. 원유라는 상품의 성질 때문이다. 원유는 필수품이면서도 수요와 공급에 무감각하다. 휘발유 가격이 절반으로 줄어도 그것을 두 배로 소비할 수 없고, 휘발유 가격이 두 배로 뛰어도 차를 운전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원유가 부족할 것이라는 징후가 나타나기만 해도 가격이 급격하게 뛰고, 반면 수요가 침체되는 기미가 보이면 가격은 가파르게 내려간다. 2008년 1월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던 유가는 그해 7월 150달러에 육박했지만, 10월에는 60달러로 떨어졌다. 그해 9월 리먼 사태의 여파였다.
OPEC의 영향력이 줄어들자, 일각에서는 셰일오일이 새로운 스윙 프로듀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저자는 유가 안정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너무 많이 분산된 한계를 지적한다. 100% 석유를 수입하는 우리나라가 이 혼란한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만 할까. 선언적 ‘탈 탄소’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에너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준비를 철저히 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석유의 종말은 없다 | 로버트 맥널리 지음 김나연 옮김 | 페이지2북스 | 442쪽 | 2만3000원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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