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다운' 끝난 2022년, 이 앨범 있어 행복했다
[이현파 기자]
지난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내 팬데믹 종식'을 선언했다. 아직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팬데믹 종식을 선언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미 팬데믹의 종식을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더 이상 확진자의 숫자는 예전과 같은 무게로 다가오지 않는다.
▲ 켄드릭 라마의 'Mr. Morale & The Big Steppers' |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
[앨범 ①]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 Mr. Morale & the Big Steppers
2022 카타르 월드컵 이후, 이 시대 축구의 'GOAT(역사상 최고)'는 리오넬 메시로 결론지어졌다. 그렇다면 이 시대 랩의 'GOAT'는 켄드릭 라마 아닐까. 그만큼 완벽에 가까운 랩 실력과 시대를 대표하는 앨범을 모두 갖춘 존재는 없기 때문이다. 스눕독으로부터 '서부 힙합의 왕' 자리를 이어받은 그는, 명반 < To Pimp A Butterfly > 이후 '흑인 사회의 구원자'로 추대되었다. 'Black Lives Matter' 시위 현장에서는 'Alright'이 울려퍼졌고, 버락 오바마의 초대를 받아 백악관에 갔다.
그러나 5년 만에 내놓은 새 앨범에서, 그는 흑인 사회의 메시아가 되기를 거부한다. 오히려 'N95'를 통해 세상만사를 회의하고, 섹스 중독 등 부끄러운 치부를 드러내고, 혐오를 성찰하며, '나도 이웃을 사랑하는 게 힘들다'고 고백한다. 이제 그는 스스로 왕관을 내려 놓았다. 오히려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서 'Savior'를 부르면서 가시 면류관을 쓴 채 피를 흘린다. 그는 지금 새로운 분기점에 서 있다.
▲ 위켄드의 'Dawn FM' |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
춤이 사라진 팬데믹 시대, 위켄드는 매혹적인 신스웨이브 'Blinding Lights'로 전 세계를 춤추게 했다. 빌보드 차트의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히트곡이 탄생했다. 그러나 위켄드는 이 성공에 안주하거나 주눅들지도 않았고 새로운 앨범에 매진했다. 명배우 짐 캐리의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되는 < Dawn FM >은 가상의 라디오 채널( 103.5 Dawn FM)을 배경으로 한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터널(연옥)을 지나, 마침내 바깥(천국)으로 나아가는 한 사내의 여정이 펼쳐진다.
위켄드는 철저히 이 서사 가운데에서 움직인다.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 맥스 마틴,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 캘빈 해리스 등 다양한 뮤지션이 힘을 보탰지만, 앨범은 일관적인 정서를 잃지 않는다. 전작만큼 싱글을 강조하지 않았고, 홍보 방식 역시 다른 팝스타들에 비해 간소했다. 결국 < After Hours >에 비해 저조한 차트 성적을 거뒀지만, 이 앨범에는 수치로 환산되지 않는 가치가 존재한다. 랜덤 재생이 아니라 순서대로 들어야 한다.
▲ 스티브 레이시의 'Gemini Rights' |
ⓒ 소니 뮤직 |
빌보드는 스티브 레이시의 'Bad Habit'을 2022년 최고의 곡으로 선정했다. 로파이(Lo-Fi) 사운드로 점철된 사랑 노래 'Bad Habit'은 틱톡발 역주행을 거쳐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올랐다. 열일곱살에 밴드 디 인터넷(The Internet)의 기타리스트가 된 스티브 레이시는, 이미 음악계의 유명 인사였다. 그러나 'Bad Habit'을 통해 완벽한 메인스트림의 팝스타로 거듭났다.
얼마 전 스티브 레이시는 레니 크래비츠와의 대담에서 "영원히 간직될 음악의 요소는 작곡과 드럼, 멜로디, 가사"라고 외쳤다. 그 모든 미덕이 < Gemini Rights >에 있다. 성공 신화는 유행하는 플랫폼 때문에 이루어졌지만, 음악은 유행을 좇지 않는다. 오히려 알앤비, 펑크 등 옛 흑인 음악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이 앨범은 철저히 개인적인 이별 앨범이기도 하다. 쌍둥이자리인 그는 '쌍둥이자리는 변덕이 심하다'는 속설을 자신의 연애 서사와 연결지었다. 안개가 낀 듯 몽환적인 사운드 속에서 불완전하고도 비겁한 사랑의 단면을 고백한다. 방구석에서 홀로 아이폰으로 음악을 만들던 1998년생 '아이폰 소년'은 이 시대의 새로운 음악 아이콘이다.
▲ 비욘세의 'RENAISSANCE' |
ⓒ 소니 뮤직 |
지난한 봉쇄의 시대는 지나갔고, 우리는 다시 춤을 춰야 한다. 중세 시대 흑사병의 창궐 이후 르네상스가 시작되었듯이, 코로나19의 창궐 이후 새로운 르네상스가 시작될 수 있을까? '여왕' 비욘세는 팬데믹이 가장 극심하던 시절,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시대에 앨범 작업을 통해 자유와 모험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Lemonade'로부터 6년이 지나 탄생한 'RENAISSANCE'는 야심찬 댄스 앨범이다. 도나 섬머, 조지오 모로더 등 전설적인 댄스 음악을 적극적으로 샘플링한 것은 물론, 다양한 뮤지션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시도했다. 디스코, 소울부터 트랩, 딥 하우스, 그리고 저지 클럽(Jersey Club)까지, 비욘세는 수십 년의 댄스 음악 역사를 탐험한다. 100명 이상이 이름을 올린 비욘세의 신보는 오늘날의 팝 음악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보여주는 교보재다. 한 곡의 크레딧에 수십 명이 이름을 올리는 방식을 두고 '과연 이것을 비욘세의 앨범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비판 역시 일각에서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아니었다면 'RENAISSANCE'는 탄생할 수 없었다.
▲ 해리 스타일스의 'Harry's House' |
ⓒ 소니 뮤직 |
2022년은 누가 뭐래도 해리 스타일스의 해였다. 3년 전, 'Watermelon Sugar'가 역주행 끝에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차지했다면, 'As It Was'는 발매와 동시에 정상을 접수했다. 이후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15주 1위를 차지했으며, 스포티파이에서는 17억 회 이상의 재생 횟수를 기록했다. 보이 그룹 '원디렉션'의 막내였던 해리 스타일스는 이제 그룹의 명성을 뛰어넘어 동 세대 최고의 슈퍼스타가 되었다.
두 솔로 앨범을 통해 솔로 뮤지션으로 우뚝 선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의 전성기를 경신했다. 1994년생인 해리 스타일스는 언제나 플리트우드 맥과 조니 미첼 등 1960~1970년대 음악의 광팬을 자처했다. 그는 이번에도 뉴웨이브와 소프트 록, 펑크(Funk) 등 다양한 장르를 가로지르며, 멋진 멜로디와 섹시한 그루브를 모두 챙긴다. '록은 죽었다'는 말을 반박할 때, 해리 스타일스의 앨범은 매우 좋은 근거다. 내년에 펼쳐지는 해리 스타일스의 첫 내한 공연에서, 그의 탐미적인 모습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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