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불평등의 시대 '스크루지 경제학'의 재조명

2022. 12. 3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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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에는 가족과 친지, 연인과 친구, 이웃 사이 선물 교류가 풍성하다.

이런 선물 교류를 선호의 연결 문제이자 자원배분의 문제로 바라보고 경제학의 가중손실(deadweight loss)의 관점에서 분석한 저서 '스크루지 경제학(Scroogenomics)'을 경기침체 등 경제적 난관이 예상되는 2023년 새해를 맞이하며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이러한 불평등의 시대에 '스크루지 경제학'은 개인의 선물 교류는 물론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소득분배 등 저소득층 지원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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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연말연시에는 가족과 친지, 연인과 친구, 이웃 사이 선물 교류가 풍성하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애정과 우정의 표현이지만 고물가 시대에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 원하는 선물을 상대에게 미리 알리기도 하지만 사회 통념상 선물은 비밀이 원칙이고 이에 불필요한 선물을 받는 경우가 많다. 오 헨리의 소설 ‘크리스마스 선물(The Gift of the Magi)’에 등장하는 짐과 델리의 ‘시곗줄’과 ‘머리빗’처럼 어긋난 선물이 오히려 서로에 대한 깊은 사랑의 표현이 되기도 하지만 현실의 경제학은 가끔 냉철한 이성을 요구한다.

이런 선물 교류를 선호의 연결 문제이자 자원배분의 문제로 바라보고 경제학의 가중손실(deadweight loss)의 관점에서 분석한 저서 ‘스크루지 경제학(Scroogenomics)’을 경기침체 등 경제적 난관이 예상되는 2023년 새해를 맞이하며 다시 돌아보게 된다. 해당 저서는 필자의 미네소타대 교수 시절 동료인 조엘 왈드포겔의 2009년 글이다.

사실 스크루지는 찰스 디킨스의 1843년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 등장인물이다. 소설은 초기 영국 산업혁명 부작용으로 발생한 런던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상류층은 소득분배가 국가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명분하에 사회보장 정책에 반대했고 소설은 이들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다.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에 따르면 현재 한국도 경제개발 이후 소득과 부의 격차가 지속해서 증가해 2021년 기준으로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6.5%를 점유하는 반면 하위 50%는 전체 소득의 16%뿐이 안 된다. 자산분포는 더욱 심각해 상위 1%는 자산의 25.4%, 상위 10%는 58.5%를 차지하는 반면 하위 50%는 5.6%에 그친다.

이러한 불평등의 시대에 ‘스크루지 경제학’은 개인의 선물 교류는 물론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소득분배 등 저소득층 지원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당 저서에 따르면 물품 교류 방식의 선물은 자원배분 관점에서 볼 때 선호의 잘못된 연결로 인해 상당한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같은 선물이나 자원배분을 하더라도 그 방식에 따라서 개인의 효용은 물론 나라 경제 전체의 효용에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에 방점이 있다. 해당 저자에 따르면 당시 미국만 보더라도 선물 교류로 한 해 120억달러의 가중손실이 발생하고 전 세계적으로 보면 250억달러 손실에 달한다. 이러한 손실은 정부의 소득세 부과로 발생하는 한해 가중손실의 10분의 1에서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선물의 방식은 무엇일까. 개인 간에는 다소 매정해 보이지만 상대방에게 원하는 선물을 물어보고 구매하거나 물품보다는 유동성이 큰 상품권이나 현금이 효율적이다. 너무나 당연한 해결책이긴 하지만 사회적 관행을 바꾸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또한 고물가·고이자율 시기에는 선물의 규모 자체를 줄일 필요도 있다. 자녀에게는 물품보다는 학자금이나 장기 펀드에 해당 금액을 투자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된다.

정부나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연말연시 공공기관 선물을 자제하고 해당 자원을 가능하면 현금에 가까운 방식으로 저소득층에 무상 지원할 필요가 있다. 식료품 교환권 및 월세를 지원하거나 의료비용의 일부를 감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확장하여 사회복지 서비스 교환권제도(voucher)를 구체화하고 음식, 주거, 교육, 건강 등 필요에 따라 광범위하게 교차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자체는 유동성 제한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것도 대안이다.

김규일 미시간 주립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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