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튼은 선생님-수베로는 열정맨, 분신들이 말하는 우리 감독님 [엑:스토리]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서정민 롯데 통역과 이현재 한화 통역은 프로야구에 단 둘뿐인 외국인 감독들의 분신으로 활동 중이다. 서정민 통역의 경우 래리 서튼 현 1군 감독이 2군 사령탑으로 부임한 2020년부터 1군 감독으로 승격된 지난해 5월, 올해까지 3번의 시즌을 함께 치렀다.
이현재 통역은 통역 업무도 프로야구단에서 일한 것도 올해가 처음이었다. 크고 작은 성장통을 이겨내면서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옆을 지켰고 길고 긴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전혀 접점이 없었던 두 사람은 지난 3월 미디어데이부터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비록 소속 구단은 다르지만 서정민 통역이 프런트 업무 선배로서 먼저 인사와 함께 여러 조언을 건넸고 빠르게 가까워졌다. 이후에도 종종 연락을 주고 받으며 좋은 관계를 유지 중이다.
한화와 롯데의 정규시즌 마지막 맞대결이 펼쳐진 지난 9월 30일 대전에서 두 사람에게 동반 인터뷰를 제안하자 서정민, 이현재 통역 모두 흔쾌히 수락했다.
이현재 통역은 "정민이 형을 존경한다. 선구자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많지 않지만 항상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선배를 치켜세웠고 서정민 통역은 "각자 팀 일정을 소화하면서 자주 보기는 어렵지만 현재가 먼저 연락을 줄 때마다 고맙다. 서로 같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잘 이해하고 항상 격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통역이 느끼는 '감독'의 위치, 외로움과 무거운 책임감이 짓누른다
외국인 감독 통역 업무의 특성상 홈, 원정 경기를 가리지 않고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사령탑과 함께 보낼 수밖에 없다. 경기 전에는 데이터나 선수단 특이사항 등을 코칭스태프 혹은 프런트에 전달 받아 감독에 알려야 하고 게임에 돌입하면 더그아웃에서 감독의 분신이 돼 옆을 지킨다.
업무량도 선수 통역과 비교하면 그 범위가 훨씬 많고 넓다. 코칭스태프 회의, 팀 미팅, 선수 개별 면담 등 출근 후 경기 시작 전까지 여유가 거의 없다. 미디어 공식 인터뷰 전에는 전날 경기는 물론 소속팀, 리그 전체 이슈에 대해 미리 파악하고 관련 뉴스까지 챙기면서 어떤 질문이 나올지 대비하는 과정은 필수다.
이 과정에서 통역들은 감독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모두 다 지켜본다. 쉴 새 없이 고민하고 선택하는 감독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 고뇌와 무거운 책임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 때문에 현직 외국인 감독 통역 두 사람에게 '감독이란 어떤 직업인가'를 묻는 질문에 이구동성으로 "외로운 사람"이라는 답이 나왔다.
이현재 통역은 "감독은 참 외로운 자리 같다. 스스로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리고 어떤 승부수가 적중하든 엇나가든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걸 느낄 때가 많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서정민 통역도 "감독은 잘해도 못해도 외로운 건 똑같은 것 같다. 계속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인데 프로야구 감독이 정말 힘든 직업이라는 걸 거의 매일매일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서튼은 'Teacher', 수베로는 'Passion'. 통역들이 바라본 우리 감독님
서정민 통역은 올해까지 3년 연속 서튼 감독과 동고동락했다. 아내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감독과 통역 사이 이상으로 끈끈한 유대 관계가 형성됐다.
서정민 통역이 서튼 감독을 바라보면서 떠오르는 키워드는 'Teacher'였다. 승패도 중요하지만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 플레이를 볼 때마다 보람찬 표정을 짓는 사령탑을 보면서 선생님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서정민 통역은 "감독님께서 유망주들에게 훈련 때 강조했던 부분들이 그라운드에서 이어지는 걸 가장 좋아하신다"며 "야구 외적으로도 배우는 부분이 많다. 제 아내 선물을 자주 챙겨주시는데 '야구계에서 일하는 남편을 둔 와이프는 항상 큰 희생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시는데 인생 선배로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다"고 귀띔했다.
이현재 통역은 지난 1년간 수베로 감독의 열정적인 모습에 감화됐다. 경기가 끝나면 매일 밤 3시간이 넘는 중계영상을 꼼꼼히 되돌려 본 뒤 다음날 선수 한명 한명을 찾아가 조언하는 모습, 바깥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Passion'으로 표현했다.
이현재 통역은 "처음에는 야구단 업무가 처음이라 적응이 쉽지 않았지만 감독님의 열정을 보면서 닮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열정적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늘 에너지가 넘치신다"며 "감독님이 언제 기뻐하시고 화를 내시는지를 자세히 보면서 통역 과정에서 똑같은 감정 상태에 최대한 이입하려고 했다. 그런데 커뮤니티에는 꼬마 한화팬이 더그아웃에 난입했다는 댓들이 있는 걸 보고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있다"고 돌아봤다.
■ 감독님과 최고의 무대에 서고 싶다
두 사람의 바람은 하나다. 내년에는 정규리그 일정 종료가 시즌의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 되었으면 한다. 사직에서 또 대전에서 팬들의 함성이 가득 찬 가운데 자신들의 사령탑을 모시고 가을야구 무대를 밟는 걸 꿈꾸고 있다.
서정민 통역은 "야구를 정말 좋아해서 야구단에서 일하고 싶었고 이 꿈은 이뤄졌다"며 "롯데에서 일을 시작한 뒤 내 꿈은 항상 팀의 우승이었다. 서튼 감독님과 꼭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현재 통역도 "내 고향 대전에서 내가 응원했던 한화의 통역으로 일하게 돼 너무 행복하다"며 "내 능력이 닿는 데까지 감독님을 도와드리면서 한화가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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