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주식중독 완치율 40%…최고 우량주는 '자신'”
주식으로 빚까지 졌던 정신과 의사
소설 형식으로 주식중독 치료 과정 소개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중독’은 사람을 사회로부터 소외시킨다. 정상적 사고와 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단독자로 존재하지 못하게 낙오시킨다. 대개 말초적 쾌감을 부르는 행위가 대상이 되는데 ‘주식’도 이에 속한다. 중독자들은 ‘투자’라는 명목으로 돈을 넣지만, 실상은 카지노의 슬롯머신과 다를 바 없다. 그들에게 주식은 확률 게임에 불과하다. 거듭된 실패에도 ‘만회’라는 가능성에 올인하지만, 결국에는 모든 걸 잃고 나서야 멈춰서는 경우가 태반이다. 구로 연세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이자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외래교수인 박종석씨도 그런 사례다. 한때 주식을 탐닉해 전 재산을 잃고 가까스로 중독에서 빠져나왔다. 이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의 형식을 빌려 주식 중독 치료 과정을 소개한다. 책 ‘구로동 주식 클럽’(위즈덤하우스)의 저자 박종석 교수를 27일 마주했다.
- 주식중독의 경험을 지녔다.
▲2015년 바이오 주식과 정치테마주에 올인했다가 35살까지 모은 전 재산을 다 잃었다. 빚까지 졌다. 빚을 갚기 위해 서울대학교 병원을 그만두고 지방에 있는 병원으로 이직했다. 하지만 내려가서도 온통 급등주를 잘 찍어 한방에 모든 실수를 만회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결국 우울증과 무기력증으로 직장까지 그만뒀다.
- 어떻게 벗어났나.
▲첫째로 내 실수를 인정했다. 경제나 회계에 관한 아무 기초지식 없이 주식투자에 뛰어든 것을 통렬히 반성했다.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내 준비가 부족했기에 실패했음을 수용하기까지 1년 반이 걸렸다. 둘째로 지금 오늘, 바로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하루아침에 빚을 갚거나, 부자가 될 순 없다. ‘here & now’. 지금 내가 바로 할 수 있는 하루 10분 운동하기, 술 끊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 들이기, 아침에 10분 더 일찍 일어나기 등부터 시작했다. 셋째로 본업에 집중했다. 내가 가장 잘하는 본업에 집중하고 실력을 쌓았다. “자기 자신에 더 투자하고 노력하자. 최고의 우량주는 나 자신이다”라고 생각했다.
- 주식중독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은 편인지.
▲하루에만 7~8명이 주식우울증과 주식으로 인한 가족 불화로 병원에 찾아온다. 주식, 가상화폐, 선물옵션 등으로 집을 날리고 오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 점점 늘어났고, 올해 1년 동안 주식 문제로 내원하시는 분들의 수가 작년의 3배 가까이 늘었다.
- 이성적으로 사고할만한 사람들도 중독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유는.
▲본인이 합리적, 이성적이라고 생각할수록, 실수를 인정하지 못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인간은 누구나 다양한 인지적 오류와 왜곡을 범하면서 산다. 누구나 자신이 한 투자는 성공확률이 높을 거라 여긴다. 작은 부분만 보고 성급히 일반화를 시킨다거나, 인과관계가 전혀 없는 사건을 임의 추론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이 고점 대비 많이 떨어졌으니 이제는 슬슬 오르겠지? 라면서 개미들이 많이 사는데 아무런 근거 없는 상상에 불과하다.
- 병원을 찾으면 어떤 치료과정을 거치나.
▲주식 우울증과 중독을 감별하는 몇 가지 검사를 시행하고, 중독에 부합하는 소견이 나오면 12주 프로그램을 거쳐 체계적인 치료를 시작한다. 첫 4주간은 정확한 진단과 가족관계, 환경을 파악하고, 두 번째 달은 자기 반성과 수용 과정을 거친다. 마지막 세 번째 달은 재발 방지와 실천을 준비하는 단계를 거친다.
- 주식중독의 특징이 있다면.
▲도박중독과 유사한 행위중독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도박에 빠진 사람들은 돈을 잃어도 그 행위 자체에 쾌감을 느끼면서 만족하는 부분이 있는데, 주식중독은 결과에 더 집착하고 우울해진다. 주식 중독환자들의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본인의 행위가 투자인지 도박인지에 대해서 끝까지 인사이트가 없다는 점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오직 찌라시 정보만을 맹신하고 수천만원을 한 종목에 투자하기 일쑤다.
- 중독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 않아 보이는데.
▲12주 프로그램을 성실히 수료할 경우 완치율은 40%가량이다. 그 외에는 한두 차례 재발해 다시 치료받는 경우가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치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환자와 가족, 치료자가 같이 팀을 이뤄 연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저자 역시 주식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는 않았다, 다만 이제는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내가 잘못했던 것이지 주식 자체가 문제였던 건 아니다. 내신 9등급이 서울대에 갈 수 없듯이 아무런 준비와 공부 없이 수익을 낼 수는 없다. 또 모든 사람이 주식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조급함과 불안을 버리고, 성공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다면 자신의 성향에 맞는 투자법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2023년 경제 상황을 예측할 때 본인이 내향적이고 불안 민감도가 높은 성격이라면 주식보다는 예금, 적금 혹은 금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 주식을 도박처럼 생각하는, 이미 중독된 사람들에게 조언을 전한다면.
▲신기루나 모래성, 꿈을 좇을 게 아니라, 두 눈으로 현실을 보기 원한다. 본업에 집중하고 운동으로 몸의 건강, 체력부터 회복해야 한다. 쉬운 성공이나 한방, 대박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루하루를 묵묵히, 한발 한발 어렵게 가야 한다. 지금 오늘 하루를 성실하고 충만하게. 자신의 본업과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한다면, 당신은 분명 주식 우울증과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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