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성공한다더니, 게임에 미치지 마라?"... 1세대 롤 프로게이머 '헬리오스'를 만나다 [ASK To :]

옥지훈 2022. 12. 30. 11: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앉아서 4시간씩 공부하라고 하면 하기 싫죠? 그런데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게임에 예민했던 부모도 세대교체... '기성 세대'가 기른 '젊은 부모'
게임 규제 속에서 성장한 게임문화... 진흙 속에서 피어난 꽃


1세대. 가본 적 없는 길을 터 놓은 이들을 두고 종종 말하는 단어다. 조건은 '후세대'가 있어야 한다. 한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e스포츠 강국이다. IT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인데다, 자연스럽게 온라인 게임 서비스가 늘면서 현 2~30대 청년들은 게임과 함께 자랐다.


젠지는 LCK서머시즌에서 역대 최다 세트 득실 차이를 기록해 정규 리그 1위와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할 당시 모습. ⓒ 젠지 글로벌 아카데미(Gen.G Global Academy, GGA) 제공

프로게이머에게 '에이징 커브'는 빠르게 찾아온다. 지난해 국내 프로게이머들의 평균 연령은 20.3세다. 고등학생 나이 대에 데뷔하고 20대 중후반 나이 대가 되면 은퇴를 고사한다. 직업이라기엔 활동 시기가 짧다. e스포츠 시장이 커지면서 프로게이머 연봉은 일반 직장인보다 높은 수준을 띄었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개한 국내 프로게이머 평균 연봉은 1억 7558만원이다. 한순간에 '꿈의 직업'이 되었다.


사회 기득권 층은 게임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져 인식이 나빴다. 8~90년대를 겪어온 기성세대는 먹고 살기 어려워 현재 한국 경제의 기반인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가난을 대물림 하지 않겠다는 일념. 자식 공부에 대한 학구열이 높은 이유다. 프로게이머란 직업이 떠오르자 기성세대 부모들은 비아냥거렸다. 단순 놀이에 불과한 게임을 직업으로 규정한다는 이유에서다. "아이가 나쁜 길로 물들지 않을까" 그럼에도 1세대 프로게이머들은 꿋꿋이 버텼다.



■ 게임을 배운다? 프로 양성만이 아닌 다른 의미


'헬리오스' 신동진 젠지 글로벌 아카데미 코치 ⓒ 나라가[naraga] 유튜브 캡쳐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게임 아카데미를 찾았다. 젠지 글로벌 아카데미(Gen.G Global Academy, GGA)는 타 게임학원과는 다르게 '글로벌'을 명칭에 띄었다. 강남8학군지에 위치한 것도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입구 앞에선 학부모와 아이가 상담을 위해 찾아오기도 했다. 오후 3시 좀 넘는 시간. '헬리오스' 신동진(29) 코치는 인터뷰 이후 부모와 상담을 앞두고 있다면서 운을 띄었다. 신 코치는 1세대 롤(리그 오브 레전드, LoL) 프로게이머출신이다. 현재는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학생이나 취미로 즐기고자 하는 학생을 가르친다.


"앉아서 4시간씩 공부하라고 하면 하기 싫죠? 그런데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신 코치는 모든 게 학생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프로게이머 연봉이 천정부지로 높아지면서 학부모들의 학구열이 게임으로 번지는 것에 대한 회의감. 그는 게임도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스포츠라고 전했다.


"게임을 코칭하다 보면 옳고 그른 게임의 방식이 있어요 어떤 아이는 기본기가 없는데 남다른 감각이 뛰어난 친구들을 보면 다양한 재능이 있더라고요. 그런 친구들을 지도해주면 게임 뿐만 아니라 결국 다양하게 자라는구나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게임만 하는 게 아닌 학교도 다녀야 하는 겁니다"


'헬리오스' 신동진 젠지 글로벌 아카데미 코치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 나라가[naraga] 유튜브 캡쳐

GGA는 미국 사립 중·고교 '엘리트 오픈 스쿨'과 설립한 '젠지 엘리트 e스포츠 아카데미'(GEEA) 를 통해 재학 기간 e스포츠 커리큘럼과 함께 미국 고교 교과 과정 수업을 제공한다. GGA는 미국 고교 졸업장 취득과 함께 미국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학생들에게는 게임 뿐만 아니라 학교 생활도 중요하다는 점을 들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신 코치는 학생들이 게임만 잘한다고 해서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는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학생이 자신만의 감각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면서 "온라인 세상에 갇혀 있으면 안된다. 다양하게 사람들과 부딪힐줄 알고 자신의 규모를 더 확장하고 훌륭한 프로도 될 수 있다"고 했다.


■ 게임에 예민했던 부모도 세대교체... '기성 세대'가 기른 '젊은 부모'


"10년 전에 비하면 진짜 많이 좋아졌죠. 실제로도 부모님들이 먼저 상담 요청을 많이 하시고, 코로나 시국에 부모님들이 아이들한테 접근하기 어려워서 오히려 게임이 대화의 창이 됐죠"


10대 아이를 기르는 부모도 프로게이머 세대가 변화하면서 세대교체됐다. 게임을 사회와 단절하는 것으로 본 시선에서 소통의 창구로 변화한 모습. 신 코치는 10년 전과 달라진 시선을 두고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게임만 한다는 인식으로 처절한 노력으로 프로게이머로서 성공해야만 했던 1세대. 그는 간혹 인터뷰 중간 부럽기도 하다며 초창기 프로를 꿈꿨던 고등학생의 눈빛을 보이기도 했다.


"프로게이머한테 제일 중요한 자질 중에서 재능은 기본입니다. 이후에 본인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게 중요한데, 미칠 줄 알아야 합니다. 공부든 게임이든 미쳐야 즐기고 그 안에서 스스로 통제가 이뤄져야 합니다. 게임 중독이라는 말은 외부에서 통제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고 게임을 할 환경을 만들어주면 오히려 절제가 배거든요. 아이들한테 게임 하루 종일 하라 그러면 되려 안 합니다"


'헬리오스' 신동진 젠지 글로벌 아카데미 코치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 나라가[naraga] 유튜브 캡쳐

■ 게임 규제 속에서 성장한 게임 문화... 진흙 속에서 피어난 꽃


2022년 상반기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약 54억 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그 중 게임 콘텐츠가 66.5%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해외에서도 국내 게임에 대한 인식이 좋다. 그러나 게임산업이 성장하기까지 정부의 정책은 규제하기 급급했다.


지난 2011년에는 청소년 보호라는 명목 아래 셧다운제를 신설했다.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온라인 게임을 강제로 차단했다. 주무부처는 여성가족부다. 청소년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통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2년에 스타크래프트2 한국대표 선발 결승전에 출전한 이승현 선수가 셧다운제로 패배하기도 했다.


결국 여성가족부는 11년 가까이 시행되던 셧다운제를 폐지했다. 게임 산업이 콘텐츠 주력 산업으로 인정받기까지. 중독이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프로게이머는 게임에 미친 사람이다. '미쳐야 성공한다'. 그런데 게임에는 중독되지말고 미치치말라고 한다. 이후 연봉 40억이 넘는 국내 프로게이머가 등장하자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다.


프로게이머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 것에 대한 새로움. 게임을 한다는 표현은 단순 놀이가 아닌 꿈을 위한 것이 됐다. 신 코치는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서는 공부처럼 분석하고 스스로 하는 것에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계를 두고 도전하기보다는 제대로 된 루틴을 짜서 아침에 일어나면 운동도 하고 준비하면서 건전한 마음으로 게임을 시작하는 것처럼 공부도 마찬가지죠. 학생들한테도 계속해서 게임만 한다고 실력이 느는 게 아니니 꾸준한 커뮤니케이션이랑 밝은 마음으로 임하는 게 성적으로 보인다고 늘 말합니다"


ⓒ 나라가[naraga]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