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상업용' 전기차 5%만 보조금 혜택…현대차 "큰 수혜 아냐"(종합)

뉴욕=조슬기나 2022. 12. 30. 11: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각국 반발에 '동맹국 달래기'
현대차 그룹 상업용 물량
전체 5%뿐…큰 수혜 없어
"리스 프로그램 늘릴 것"
북미 최종조립 규정은 여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해 9월 디트로이트 오토쇼에 가서 GM 쉐보레 실버라도 전기 픽업트럭을 타보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최대열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 상 지원대상에서 제외했던 한국산 전기차도 리스 등 상업용으로 판매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북미산 전기차에만 혜택을 주는 해당 법안을 두고 각국의 반발이 잇따르자 이른바 ‘동맹국 달래기’에 나서면서, 한국산 전기차도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다만 현대차 그룹이 상업용으로 판매 중인 물량은 전체 5%에 불과해 큰 수혜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 재무부는 29일(현지시간) 인프라 감축법의 전기차 세액공제 규정과 관련한 추가 지침을 공개하고 ‘자주하는질문(FAQ)’을 통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전기차의 정의를 밝혔다. 재무부는 북미 최종 조립 등의 요건과 상관없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상용차 전기차를 ‘납세자가 재판매(resale)가 아닌 직접 사용 또는 리스를 위해 구매한 차량’이라고 정의했다. 상업용 전기차의 범위에 리스 회사가 사업용으로 구매한 전기차도 포함한 것이다. 다만 재무부는 ‘장기 리스’나 리스 계약 종료 후 할인된 가격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옵션이 있는 경우 등 사실상 판매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난달 LA오토쇼에 참가한 기아에선 전용전기차 EV6를 전시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번 지침에 따라 현대차, 기아 등 제조사들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 판매하는 전기차 중 상업용 전기차는 세액 공제를 누리며 타사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의 세금 공제를 지원하는 인플레 감축법은 그 대상을 북미산으로만 한정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는 국내 제조사의 상업용 차량은 지원 대상에 포함해줄 것을 미국 정부에 요청해왔다.

현대차 그룹은 이번 지침에 대해 "한국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하며 리스 프로그램 등을 늘리는 등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업해 IRA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찾겠다"라고 전했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가운데 리스 등 상업용으로 판매 중인 물량은 5% 남짓에 불과하다. 상업용 판매는 렌트·리스 등을 하는 업체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개인 고객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다. 코로나19 이후 생산 차질로 인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했고, 현대차를 비롯해 대부분 완성차업체는 개인 고객을 중심으로 한 판매전략을 짰다.

이번 지침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행정부가 유럽, 아시아 동맹국들이 표명한 우려를 해결할 의지를 내비쳤다"고 평가했다. 각종 국제 현안에 발맞춰야 할 동맹국들의 반발을 우려해 일종의 달래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인플레 감축법 제정을 주도해 온 조 맨친 상원의원은 "법 의도와 명백히 모순된다"며 "법의 허점을 노리는 기업들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앞서 재무부에 서한을 보내 전기차 렌터카나 리스 차량, 공유 차량 등에 보조금을 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BMW 공장의 생산라인<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 온 ‘북미 최종 조립’ 규정은 여전히 수정되지 않았다. 관련된 세부 규정도 이번에 공개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미국에 전기차 공장을 건설 중인 현대차도 세액공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북미 최종 조립의 정의를 완화하거나 이 규정의 시행을 3년 유예해줄 것을 미국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규정 유예를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정부 역시 한국과의 협의에서 북미 최종 조립의 정의를 완화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인플레 감축법 상 또 다른 관건인 배터리와 핵심 광물 요건과 관련한 세부 내용 발표도 내년 3월로 연기된 상태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됐더라도 이들 요건을 지켜야만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법안에 따르면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에 북미에서 제조, 조립한 부품을 50%(2029년까지 100%로 단계적 상승) 이상 사용해야 3750달러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의 경우 40%(2027년까지 80%이상으로 단계적 상승)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3750달러 혜택이 가능하다.

한편 현대차 그룹은 이번 지침에 맞춰 전기차 상업용 판매망을 넓히기 위한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판촉 활동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업용 판매물량도 중장기적으로 두 자릿수 이상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규정대로는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완성차 업체도 배터리 조립이나 광물 등 원재료 구성과 관련한 요건을 충족시키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내년 초 구체적인 지침이 확정된 후 업체 간 희비가 명확히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