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짝 마른 동해안 12월 강수량 ‘0㎜’…대형 산불 위험 고조

최종권 2022. 12. 3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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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전 4시 49분께 강원 삼척시 근덕면 동막리에서 산불이 발생, 헬기가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영동지역 당분간 비·눈 예보 없어


강원 동해안 일대에 건조한 날씨가 지속하면서 대형 산불 위험이 커지고 있다.

30일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강릉시를 비롯한 강원 동해안 6개 시군 12월 강수량은 0㎜로 공식 집계됐다. 기상청 무인관측소에 적설량이 다수 기록되긴 했으나, 산간 지역 평균 기온이 영하 10도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산림이 바짝 마른 상태다.

대기의 건조한 정도를 나타내는 실효습도가 30% 밑으로 떨어져 건조경보도 발효 중이다. 내년 초까지 눈 또는 비 예보도 없다. 겨울철 바짝 마른 나뭇가지와 낙엽에 강풍이 동반할 경우 작은 불씨 하나가 큰 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강원뿐만 아니라 경북과 울산 등 동해안을 끼고 있는 다른 지자체 상황도 마찬가지다. 기상청은 “서해안은 찬 공기가 바다를 건너오는 호수효과로 눈구름이 집중된 반면 동해안은 북서풍이 백두대간을 넘으며 더욱 건조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영동지역에서는 지난 14일부터 26일까지 강릉과 삼척, 고성, 양양에서 4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이 불로 축구장 6개 면적(4.25㏊) 산림이 탔다. 지난 27일 양양군 화일리 환경자원센터에서 발생한 불은 나흘째 진화하지 못하고 있다. 폐합성수지 등 9만2512㎥에 달하는 폐기물이 구조물과 뒤엉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굴착기를 이용해 쓰레기 더미를 흙으로 덮는 방식으로 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7일 0시10분께 발생한 화재가 장시간 이어지는 양양 환경자원센터 폐기물매립장에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주변 산림으로 번진 산불을 진화한 산림 당국은 산불진화 후에도 헬기와 진화 장비 등을 현장에 투입해 진화지원 활동을 펼쳤다. 연합뉴스


“고유가에 화목보일러 수요 늘어” 산림청 점검


산불 가능성이 커지면서 산림당국은 진화헬기 3대를 영동권에 배치하고 24시간 상황실을 가동하는 등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동해안 산불방지센터 관계자는 “산림이 많이 건조해진 상태라 쓰레기나 논두렁 소각을 하면 절대 안 된다”며 “화목보일러 등 난방용품 불씨관리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산림청은 숲과 가까운 주택을 중심으로 화목보일러 점검에 나선다. 올겨울 계속된 혹한과 고유가로 인해 농·산촌 지역에 화목을 이용한 난방과 취사 등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최근 5년간 화목보일러에 의한 산불은 연평균 10.2건으로 전체산불의 1.8%를 차지했다. 지난해 15건에서 올해 49건으로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산림청에 따르면 강원도 동해안 6개 시군에 1610가구에 화목보일러가 설치됐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동해안 지역에 건조특보가 지속하면서 산불 예방을 위한 화목보일러 사전 점검을 하게됐다”며 “산불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도록 적극적인 협조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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