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무허가 업체와 170억 수의계약’ 제주시 음식물처리장, 경찰 수사

문정임 2022. 12. 3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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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투자업체 유치권 행사로
30일부터 쓰레기 처리 중단
30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음식물쓰레기자원화센터 앞에 음식물쓰레기 운반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제주도와 제주시가 무허가업체와 음식물쓰레기 처리 위탁계약을 맺어 논란이 된 가운데 해당 업체와 투자협약을 맺어 공장 설비를 제공한 업체가 30일 유치권 행사에 들어가면서 제주시 음식물쓰레기 처리가 전격 중단됐다. 처리장 앞에는 내부로 진입하지 못한 운반차 수십대가 줄지어 섰다. 경찰은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제주시 봉개봉 음식물쓰레기자원화센터에 노란색 쓰레기 운반차 30대가 도로 한쪽을 빽빽이 메우고 섰다. 폐기물처리 공장의 시설 투자업체가 투자금을 받지 못해 유치권 행사에 들어가면서 음식물쓰레기 운반차들이 폐기물을 비우지 못해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소식을 전해들은 강병삼 제주시장과 제주시 환경시설관리소 관계자들이 부랴부랴 현장을 찾아 업체 관계자를 설득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그러나 이번 문제는 이미 1년 전부터 예고된 사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업체가 유치권 행사에 들어간 제주시 봉개동 음식물쓰레기자원화센터 공장 앞에 제주시 관계자와 취재진들이 모여 있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경기도에 소재한 A업체는 지난해 제주도 및 제주시와 제주시 봉개동 음식물쓰레기자원화센터에서 하루 140t의 음식물류폐기물 등을 처리하고 2년간 168억원을 받기로 위·수탁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폐기물 처리 경험과 기술, 자본이 없던 A업체는 은행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당초 계약과 달리 서울 소재 B업체를 동업자로 끌어들여 공동 사업·투자 약정을 맺었다.

약정에 따라 B업체는 폐기물 처리에 필요한 선별 분쇄 탈수 건조시설 등을 투자했지만 A업체가 약속과 달리 통장과 재무회계장부를 주지 않고 돈도 지급하지 않자 ‘회계장부 등 인도단행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A업체는 B업체가 투자한 건조기에 문제가 생겨 손실을 입었다며 B업체를 상대로 수억원대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30일 B업체가 유치권 행사에 들어가면서 제주시 음식물쓰레기 처리가 올스톱됐다.

예견된 논란

제주시 폐기물처리업체 선정 논란은 앞서 본지 등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지적됐다.

A업체는 무허가 업체였다. 계약을 체결할 법적 자격이 없는 것은 물론 폐기물처리 기술이 없다보니 2021년 11월 시가동을 시작한 이후 최소 지난 8월까지 시설 설치 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지 못 했다.

환경부 지정기관 검사에선 이송설비 음폐수 유출, 악취농도 기준 초과, 고형물 회수율 및 발효시설 수분함량 기준 미충족 등의 여러 기술적인 문제가 확인됐다.

악취나 인체에 유해한 물질들이 나올 수 있는 시설적 미완 상태에서 공장 가동이 계속 이뤄진 셈이다.

현장에선 기술 부족에 의한 또 다른 문제도 발생했다.

당초 A업체는 건조화 방식으로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해 남은 부산물로 퇴비로 만들어 농가에 제공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퇴비화 작업에 어려움이 발생하면서 시가동 이후 수개월이 지나도록 퇴비를 내부에 적치해 둔 것으로 파악됐다. 폐기물관리법에 규정된 중간가공폐기물 최대 적치 기간을 넘겼다.

건조 부산물들을 외부에 오래 적치하면 다시 수분이 쌓이고 악취를 유발한다. 장기간 처리되지 못한 부산물을 어떻게 처리했는 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과정에 제주도와 제주시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도와 시는 무허가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했고, 업체에 여러 문제가 확인된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A업체의 주장과 달리 공장 설비 비용도 80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쓰레기 처리비용 단가가 그 기준에 맞춰 부풀려 책정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후 A업체에 지급되는 단가가 조정됐는 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설비를 한 B업체는 소요비용이 50억원이라고 밝혔다. 업계 일부 관계자들은 해당 시설이 20억원 미만일 가능성도 크다고 말한다.

A업체는 선정 심사 과정에서 모 대기업 직영법인이라고 설명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앞선 본지 취재 과정에서 “무허가업체와 수의로 위탁 계약을 체결한 것은 맞다”면서도 “제주시의 음식물류폐기물 처리는 사실상 직영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무허가업체에 폐기물처리를 맡기는 것 자체가 폐기물관리법 위반이고, 위탁 업무가 개시된 지 수개월이 넘도록 설치 검사에 합격하지 못하는 상황 역시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경찰도 이번 사안을 수사 중에 있다.

제주경찰청은 제주도와 제주시의 폐기물처리업체 선정 특혜 의혹과 행정 행위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 지 등 사안 전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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