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음터널 화재는 결국 '인재'…싼 제품만 찾다가 안전 놓쳐

김종화 2022. 12. 3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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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음터널의 화재 안전성과 방음재 불연 기준에 대한 문제는 누차 제기돼 왔다."

방재 전문가들은 경기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도 화재 사고는 안전불감증에 따른 인재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방재학회 소속의 한 전문가는 "방음터널의 화재 안전성과 방음재 불연 기준에 대한 문제는 누차 제기돼 왔다"면서 "지금이라도 방음터널 내 소방 설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방음재의 불연 기준을 준불연 이상으로 높이는 등 관련 법규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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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연구원 보고서에서 위험성 지적
전문가들 "불연기준 정비해야"
29일 오후 1시 50분께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부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방음터널의 화재 안전성과 방음재 불연 기준에 대한 문제는 누차 제기돼 왔다."

방재 전문가들은 경기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도 화재 사고는 안전불감증에 따른 인재라고 입을 모았다.

방음벽으로는 도로나 철도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차단할 수 없는 구역의 소음을 차단하기 위한 구조물이 방음터널이다. 방음벽은 고층 아파트의 저층 구역은 방음 효과가 뛰어나지만, 고층으로 갈수록 소음의 회절로 인해 방음 효과가 떨어진다. 이런 방음벽의 대안으로 등장한 방음터널은 방음벽이 막지 못하는 회절 소음을 차단하고, 고층으로 바로 전달되는 직진음도 막아준다.

통상 아파트에서 방음벽 간 거리 12m, 방음벽 높이 7.5m를 기준으로 평탄한 도로 구간에 설치된 방음벽은 7층까지는 효과가 있으나, 그보다 높은 층에서는 방음 효과가 없다. 이 때문에 방음터널은 7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주택지역이나 도심에 주로 설치된다.

다만, 설치 비용이 방음벽에 비해 비싸다. 이 때문에 최저가 입찰이 일상화된 국내 수주 풍토에서 값싼 소재를 찾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제한된 비용에서 방음터널을 건설하려다 보니 흡음 패널 등 주요 소재는 선진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강화유리보다 더 값싼 소재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갈현 방음터널도 철골은 알루미늄이지만 천장과 벽은 발화점이 낮은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졌다. 플라스틱은 방염 소재지만, 강화유리보다 화재에는 더 위험하다. 방음터널의 방재 기준은 2016년 '도로터널 방재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이 개정되면서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방음터널은 소방법상 일반 터널이 아니어서 소방청의 방염성능 기준만 준수하면 된다. 소방설비를 갖추지 않아도 되고, 정밀 안전진단이나 시설물 안전진단 대상도 아니다. 이 때문에 터널 구조지만 일반 터널과 달리 환기 시설이 없어 유독가스를 밖으로 배출하지 못한 것이다.

또 방음판을 불연 소재로 만들어야 한다는 기준도 없다. 갈현 방음터널 800m 구간에는 투명 플라스틱인 아크릴수지(PMMA)가 방음판 소재로 사용됐다. 방음터널의 방음판 소재는 PMMA나 폴리카보네이트(PC), 강화유리 등이 사용되지만, PMMA가 비용이 가장 저렴해 많이 사용되는 추세다.

싼 만큼 안전성은 떨어지는 소재가 PMMA다. 도로교통연구원이 2018년 발표한 '고속도로 터널형 방음시설의 화재 안전 및 방재대책 수립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세 소재 중 PMMA의 열분해 온도(300℃ 전후)가 가장 낮았고, 실제 모의실험에서 화재로 방음판이 녹아떨어져도 PMMA는 계속 불에 타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연구진들은 PMMA 방음재를 쓰면 다른 차량에 2차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음 터널에 불이 붙으면 480~3400℃까지 터널 내부 온도가 치솟는다는 시뮬레이션 실험 결과에 따라 화재가 발생하면 PMMA를 사용한 터널은 순식간에 불구덩이로 변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번 사고는 당시 연구진의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2020년 8월 경기 수원시 영통구의 하동IC 고가차도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여기도 PMMA 소재를 사용했는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방음터널 200m 구간이 소실됐다.

한국방재학회 소속의 한 전문가는 "방음터널의 화재 안전성과 방음재 불연 기준에 대한 문제는 누차 제기돼 왔다"면서 "지금이라도 방음터널 내 소방 설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방음재의 불연 기준을 준불연 이상으로 높이는 등 관련 법규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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