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만리장성’ 넘었지만…

오규민 2022. 12. 3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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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경쟁당국 기업결합 승인
각국 자국기업보호 기조로 M&A 효과는 미지수
LCC업계 중국 진출 기회↑
중국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해 합병의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각국의 자국 기업 보호 기조로 인수합병(M&A) 효과가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오규민 기자] 중국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해 합병의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각국의 자국 기업 보호 기조로 인수합병(M&A) 효과가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6일 대한항공은 필수 신고국가인 중국 경쟁당국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한 기업결합 승인을 획득했다. 올해 2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은 후 첫 필수 신고국가 승인이다. 인수합병을 위해서는 14개 주요 신고국가 중 필수신고국가의 기업결합 승인이 필요하다. 1개 국가의 승인을 받지 못해도 합병은 불가능하다. 중국 경쟁당국 심사를 통과하면서 승인이 필요한 국가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과 임의신고국가인 영국이다.

슬롯 배분 등 시정조치에..."향후 협상서 전략적 접근 필요"

중국 시장총국은 대한항공에 조건부 승인을 했다. 합병 성사 시 이들의 시장점유율이 증가해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양사 중복노선 중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던 5개 노선에 4개를 더한 총 9개 노선에 대해 일종의 ‘제한’을 뒀다. 해당 노선에 신규진입을 희망하는 항공사가 있을 경우 이에 필요한 슬롯(Slot) 이전 등을 대한항공이 지원해야 한다. 슬롯이란 항공사가 공항시설을 원하는 시간에 이용해 항공기를 띄우고 내릴 수 있는 권리다.

영국도 이같은 시정조치를 대한항공에 요구했다. 영국 시장경쟁청(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CMA)은 런던 히스로 공항의 최대 7개 슬롯을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에 제공하라고 했다. 대한항공이 시정안을 제출했고 CMA가 이를 원칙적으로 수용했으며 승인 여부를 내년 1월 중 결정한다.

대한항공이 시정조치를 받아들이며 기업결합 승인을 받고 있지만, 합병 효과가 예상보다 적을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슬롯은 항공사 경쟁력을 판단하는 재산인데, 슬롯을 넘기는 만큼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시간대의 슬롯을 보유한다면 승객들을 많이 날라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타 항공사에 슬롯을 내주면 해당 항공사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특히 대형항공사 주력 노선인 EU를 대상으로 기업결합 승인받을 때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대한항공 측이 EU와 협상할 때 시너지 효과가 나도록 슬롯 제공 등을 포함한 각종 조건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LCC가 수혜자 될 수도...중국 노선 진출 가능성↑

한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이 현실로 이뤄진다면, 단거리 노선에 특화된 저비용항공사(LCC)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 합병 시 반납하는 중국 관련 노선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중국 경쟁당국은 우리나라 공정위가 양보를 요구한 5개 노선 외 서울~베이징, 상하이, 창사, 톈진 노선을 다른 항공사에 양보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 노선은 여객 수요가 많은 이른바 ‘알짜 노선’이다.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이 해당 노선에 신규 진입을 신청할 수 있다. 단, 에어서울, 진에어, 에어부산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산하 항공사들이기에 노선 신규 진입이 불가하다.

중국 노선은 단거리 비행 위주의 LCC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중국 노선의 매출 비중이 해외 노선 중 가장 컸다. 티웨이항공도 올해 2분기 기준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이 4.6%로 88.8%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선에 이어 두 번째다.

중국 정부의 방역 완화 정책에 따라 LCC도 최근 중국 노선을 늘려 수요 회복을 노리고 있다. 인천~우한, 선양과 대구~옌지 등 3개 노선을 운항 중인 티웨이항공은 1월 13일부터 인천~지난(제남) 노선을 추가 운행한다. 제주항공도 옌타이 노선 운항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황 교수는 "이제껏 기업병합 승인을 했거나 시정안을 받아들인 국가들은 자국 기업을 보호한다는 조건을 달았다"며 "중국 노선 슬롯 배분에도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LCC도 면밀히 살피고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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